노희경 작가
노희경 작가
노희경 작가

“작품은 그 사람의 인생이어야 한다고 툭하면 침 튀기며 열변 토했지? ‘드라마가 뭐 별거냐, 대충 사람들 좋아하는 거 발라서 시청률만 잘 나오면 되지. 거기에 무슨 인생이 있어?’ 그렇게 살면 나 편했어.” -KBS2 ‘그들이 사는 세상’(2008) 대사 중

이제 막 4회 방송을 마친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를 보면 문득 생각나는 대사가 있다. 방송사 드라마 PD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노희경 작가의 전작 ‘그들이 사는 세상’ 속에 나오는 이 대사는 드라마에 대한 작가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드라마는 곧 인생이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무엇이든 길어올릴 만한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소 독특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는 ‘괜찮아 사랑이야’는 바로 그런 가치관에 입각해 쓰여진 작품이다. 방송중 쪽대본이 일상화된 여타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이미 탈고를 마친 이 작품은 노 작가가 오늘날의 시대에 던지고 싶어하는 메시지가 짙게 녹아 있다. 바로 현대인의 ‘마음의 병’에 관한 이야기다.

정신과를 배경으로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사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감독이 처음으로 함께 도전하는 로맨틱코미디물이기도 하다. 강박증에 시달리는 추리소설 작가 장재열(조인성) 관계기피증이 있는 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 지해수(공효진) 투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카페 종업원 박수광(이광수) 등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들에 대한 통찰력 있는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SBS ‘괜찮아 사랑이야’
SBS ‘괜찮아 사랑이야’
SBS ‘괜찮아 사랑이야’

사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은 노 작가의 이전 작품에서도 관통하는 주제의식이기도 했다. 마치 문학작품을 읽는 듯 여러 인간군상을 통해 보여주는 묵직한 주제의식이 한국 드라마사에서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지점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진지한 문제의식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KBS2 ‘바보같은 사랑’(2000)은 당시 MBC 허준과 맞붙어 최저시청률을 기록했고 앞서 언급한 KBS2 ‘그들이 사는 세상’도 현빈 송혜교라는 스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평균 6%대 시청률에 그쳤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같은 ‘시청률 부진’을 기록한 작품도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영향력을 지녔다는 점이다.

실제로 배우 배종옥은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한 ‘거짓말’을 박사 논문 주제의 모티브로 삼았는가 하면 송혜교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들의 사는 세상’을 “출연 후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주위에서 ‘잘 봤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 드라마”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노 작가의 작품에 한번 출연한 배우들은 작품성에 반해 이후에도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거짓말’을 시작으로 노 작가와 여섯 작품을 함께 한 배종옥이 그렇고 송혜교(KBS2 ‘그들이 사는 세상’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공효진(SBS ‘화려한 시절’ ‘괜찮아, 사랑이야’)도 각각 노 작가와 두 작품을 함께 했거나 하고 있다. 조인성 또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함께 한 후 노 작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이며 이번 작품 제의도 곧바로 수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지난해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기점으로 노 작가의 작품 세계는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다. 바로 김규태 감독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종합편성채널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이후 내리 세 작품을 김 감독과 함께 하면서 노 작가의 작품은 좀더 대중성을 띠게 됐다는 평가다.

이전의 진지하고 심각했던 형식에서 벗어나 극의 주제를 둘러싼 외피는 좀더 발랄하고 가벼워졌다. ‘괜찮아 사랑이야’ 속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통통 튀는 구석이 있는 지점도 이를 반영한다. 여기에 최첨단 촬영기법을 이용해 해상도를 높인 화면으로 경쾌한 톤을 유지하는 김 감독의 연출 스타일도 작품을 좀더 밝게 만들어주는 요소로 꼽힌다.

작품에 대해 노 작가는 “조금 다른 이들을 손가락질하며 상처 주는 모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살아가면서 ‘마음의 병’을 좀더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길 바란다”는 기획의도를 들려준 바 있다. 조금은 도발적인 시선으로, 주인공들의 입을 통해 문제제기를 쏟아내고 있는 이 작품이 천편일률적인 지상파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은 이제 확실히 들어맞은 듯하다.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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