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을 가져 오는 ‘청말띠’의 해라고 일컬어지는 갑오년도 어느덧 상반기가 훌쩍 지나갔다. 올 상반기 방송가는 4월 벌어진 세월호 참사로 어느 때보다 슬픔과 애도를 표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또 세월호 사건 보도에 따른 방송가 자성의 목소리와 후폭풍도 적지 않은 파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외적으로는 경기 불황에 따라 지상파 방송사의 광고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방송사들도 힘겨운 보릿고개를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널의 약진과 함께 속속 등장한 참신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은 기대 이상의 몫을 해 내며 각광받았다.

상반기 방송가를 주름잡은 몇가지 키워드를 드라마, 예능, 시사보도 부문에 걸쳐 정리해봤다.

SBS ‘정글의 법칙 in 브라질’
SBS ‘정글의 법칙 in 브라질’
SBS ‘정글의 법칙 in 브라질’

다크호스는 없다…지상파 평일 예능 ‘한자리수대’ 시대

‘한 자리수 대를 벗어나라’

최근 지상파 평일 예능 프로그램은 10%대를 돌파하면 흔히 말하는 ‘대박 프로그램’이 될 정도로 시청률 가뭄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케이블TV와 종합편성편성 채널의 약진, 젊은 층의 TV 외면 현상 등 여러가지 외적인 요인이 존재하지만 2~3년 전만 해도 평일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20%대를 육박했던 데 비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한 수치다.

실제로 평일의 경우 SBS ‘정글의 법칙’이 10%대를 넘어서고 있을 뿐 화제성과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MBC ‘라디오 스타’ KBS2 ‘안녕하세요’ 같은 프로그램도 평균 6~8%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SBS ‘심장이 뛴다’는 119 구급대원들의 활약상을 소재로 한 공익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2~3%의 시청률로 결국 폐지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 상반기에는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 어느 때보다 많이 제작됐다. 이중 MBC ‘별바라기’ KBS2 ‘나는 남자다’ SBS ‘매직아이’ 등은 정규 편성이 확정되면서 평일 예능계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이렇다 할 대박 프로그램이 없는 가운데서도 지상파 방송사 예능국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디어와 기획력이 우선시되는 예능계에 고무적인 지점이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육아 예능 전성기 열었다

지난해 초 첫 전파를 탄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의 성공으로 불을 지핀 육아 예능프로그램은 1년 새 안방극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시즌2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아빠! 어디가?’와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퍼맨’), SBS ‘오! 마이 베이비’ 등이 모두 황금 시간대인 주말 오후에 편성되면서 부인할 수 없는 예능 킬러 콘텐츠임을 확인시키고 있다. 또 ‘새 얼굴 발굴’이 관건인 예능계에서 ‘슈퍼맨’의 이하루(가수 타블로·배우 강혜정 부부의 딸)와 추사랑(추성훈의 딸), ‘아빠!’ 시즌2의 정세윤(배우 정웅인의 딸) 등 출연진이 속속 인기를 얻으면서 광고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가 이어지는 등 당분간 육아 예능 전성시대는 계속될 모양새다.

육아예능은 일단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공감대가 크다는 점에서 소구력이 높다. ‘아이 키우기’라는 공통의 화두를 흥미롭게 이끌어 내고, 아이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관찰 예능 형식을 빌려 재미를 주고 있어 특별한 기획이 없어도 친근감을 유발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촬영 중 빚어지는 돌발 상황 속에서 있는 그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에 시청자들의 호감이 싹트게 된다.

여기에 아이들을 돌보는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가 곁들여지면서 교훈적인 요소도 가미하고 있다. 반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출연자들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될 경우 곧바로 프로그램 하차로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최근 6·4 지방선거 유세 현장에 ‘슈퍼맨’에 함께 출연하는 아들을 데리고 갔다가 ‘아이를 선거 유세에 개입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후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배우 김정태나 극우적인 성향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썼다는 비난 여론으로 ‘아빠!’에서 하차한 가수 김진표의 사례가 그렇다.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해외로 뻗는 ‘K 예능’의 힘

K팝과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이어 올 상반기는 본격적으로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해외의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해 중국 후난위성TV가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포맷을 사들여 제작한 ‘빠빠취날’은 올해 시즌2가 제작중이다. 40여개 방송채널이 존재하는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1%가 넘으면 성공 프로그램으로 꼽히는데 ‘빠빠취날’은 5%가 넘어 중국에서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꼽혔다. 또 여행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tvN ‘꽃보다 할배’는 중국 방송사와 공동제작중이고 MBC ‘진짜 사나이’ tvN ‘더 지니어스’ 등도 중국, 터키, 네덜란드 등에 수출됐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BS ‘런닝맨’과 KBS2 ’1박 2일’(시즌 2) 등도 하반기 중국에서 전파를 탈 예쩡이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1년에 1~2건에 그치던 예능 프로그램 포맷 수출이 지난해 14편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일본발 한류의 침체와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 수출을 규제하는 제도를 운용중에 있는 지점이 반사적으로 예능 프로그램 포맷 수출의 활성화에 기여한 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K팝 가수나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촉발된 한류 스타와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예능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산! 2014 상반기① 케이블 종편의 약진, ‘별그대’ 빈자리는 사극 장르물이 채워
결산! 2014 상반기③ 시사보도 MBC KBS 신뢰도 하락, JTBC 급상승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소울샵엔터테인먼트, 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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