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야왕’, ‘선덕여왕’(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별에서 온 그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야왕’, ‘선덕여왕’(왼쪽위부터 시계방향)
‘별에서 온 그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야왕’, ‘선덕여왕’(왼쪽위부터 시계방향)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지난 2월 종영했지만, 만화 ‘설희’와의 표절 공방은 결국 법정으로 가게 됐다.

지난 20일 만화 ‘설희’의 작가 강경옥 씨가 ‘별에서 온 그대’ 박지은 작가와 드라마 제작사인 HB엔터테인먼트 등을 상대로 3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별에서 온 그대’가 방송될 때부터 강경옥 작가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별에서 온 그대’가 자신의 작품 ‘설희’와 스토리 구조와 중심 에피소드가 유사하다며 “같은 역사적 사건을 인용, 불로, 외계인, 피로 인한 변화 등 8개의 설정이 같다”며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제작사 HB엔터테인먼트도 당시 공식 입장을 통해 표절 의혹을 반박하며 “향후 지속적인 명예훼손 등 범법적인 부분이 발생할 경우 강경하게 법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수현 전지현 주연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과 왕싸가지 한류여신 톱스타 천송이의 기적과도 같은 달콤 발랄 로맨스를 그렸다. ‘설희’는 외계인에게 치료를 받아 젊은 모습으로 400년 이상을 살아온 여자 주인공이 몇 백년 전 자신을 도와준 사람과 얼굴이 똑같은 전생의 인연이자 현재는 가수 지망생인 남자를 만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설희’에서 400년 전 조선시대에 외계인이 등장한 이야기는 광해군일기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UFO에 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고 밝혔다.

강경옥 작가와 ‘별그대’ 측의 표절 시비는 지난해 12월 ‘별그대’ 방영 초기 강경옥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강경옥은 저작권 침해 및 저작권 분쟁 사례와 자신의 입장을 전하며 “당시 글 게재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법정 싸움으로 가지 않기를 원했지만 이번 일을 통해 향후 겪을 수 있는 사례에 대해 저작권법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에 SBS와 제작사와 박지은 작가는”‘설희’라는 작품을 몰랐고, 참고로 하지도 않았다”라며 “제작 과정에서 한 번 언급이라도 된 작품이면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겠지만 그조차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드라마가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은 이에 앞서서도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드라마가 종영을 한 뒤 끝내 법정 소송으로 이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도 도진기 작가의 단편 추리소설 ‘악마의 증명’과 표절 시비에 휘말려 방송 내내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소설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먼저 표절 의혹을 제기 했다가 이후 추리작가협회 측에서 표절을 주장하며 SBS에 정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너목들’은 방송 중이던 지난해 6월 ‘악마의 증명’ 출판사가 SBS에 표절 공문을 발송하고 해명 및 조치를 요청해 한 차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SBS와 제작사 측에서 대응을 하지 않자 이후 7월에는 한국추리작가협회 측이 방송사에 공문을 통보내 “‘너목들’에 등장하는 쌍둥이 형제 법정 사건 에피소드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죄수의 딜레마’(두 공범자가 서로 협력해 범죄사실을 숨기면 증거 불충분으로 형량이 낮아지는 최선의 결과를 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죄를 고변함으로써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게 되는 현상)를 이용해 쌍둥이에게 혐의를 시인하는 과정 ‘악마의 증명’ 속 이야기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너목들’을 집필한 박혜련 작가가 표절 논란에 휘말린 ‘쌍둥이 에피소드’의 탄생 비화를 직접 밝히기도 했다. 박 작가는 사건의 모티브가 지난 1997년 발생했던 ‘이태원 살인사건’이며, 실제로 쌍둥이들이 외모가 똑같은 점을 이용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사례가 많다는 신문 기사 등을 통해 에피소드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SBS 드라마 ‘야왕’을 집필한 이희명 작가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제명되기도 했다. 이에 제작사 측은 제명처분 무효 확인 소송으로 맞섰다.

‘야왕’은 화백 박인권의 ‘대물’ 시리즈 3화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퍼스트레이디가 되려는 주다해(수애 분)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순정남 하류(권상우 분)의 사랑과 복수를 그린 작품. 권상우, 수애, 유노윤호, 고준희, 김성령 등이 출연했으며 총 24부작으로 편성돼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방송됐다.

방송 종영 6개월 여가 지난 지난해 10월 한국방송작가협회는 “정례이사회에서 ‘야왕’ 을 저작권 침해로 판정하고 해당 작가를 제명 처분하기로 결의했다”며 “지난 2월 협회에 ‘야왕’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진정서가 접수됐고 이에 저작권침해조사위원회를 구성, 면밀한 조사 끝에 상벌위원회 및 정례이사회의 규정된 절차 및 결의에 따라 제명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이희명 작가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국방송작가협회(이하 협회)를 상대로 제명처분 무효 확인 및 위자료 500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으로 대응에 나섰다.

‘야왕’ 제작사 베르디미디어 법무팀 관계자는 “드라마 ‘야왕’은 박인권 화백의 만화가 원작인데 기획 단계에서 애초에 위촉 받았던 최란 작가가 극본 완성도 미흡과 이에 따른 방송 편성 불가 등의 이유로 계약 해지되고 이희명 작가로 교체됐다”며 “이에 앙심을 품은 최 작가가 협회에 이 작가가 자신의 것을 표절했다며 진정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협회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표절 판정과 제명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원작자인 박인권 화백은 이와 관련 “만화 원작은 이미 7년 전에 신문 연재로 세상에 공개됐고 그 만화를 바탕으로 완성된 드라마였는데, 2년 전에 완성된 자신의 시놉시스를 갖고 극본 쪽에서 표절했다고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자의적 해석이자 적반하장”이라며 “충분한 비교 검토나 법적 유권해석 없이 제명부터 결정한 협회 측의 처사도 이해가 안 된다”며 이희명 작가의 손을 들었다.

케이블채널 OCN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2′(이하 ‘TEN2′)은 웹툰 ‘프릭’ 표절의혹에 휩싸 인 바 있다.

‘프릭’이 연재되고 있는 스투툰의 운영자는 지난해 6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TEN2′ 10화의 도입 부분이 만화와 비슷하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프릭’의 그림담당 홍순식 작가와 글 담당 신진우 작가는 “사건 장소가 차 안, 죽기 전 119에 구조를 요창, 피해자는 여고 동창생 두 명, 그 중 한 명은 의사, 사인은 북어독 중독사, 사진 한 장과 얽힌 학창시절의 기억, 두 피해자와 단짝이었던 인물의 등장” 등을 표절 의심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OCN측은 “몇 가지 표현상 비슷한 점이나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나, 전반적인 전개나 주제의식 등이 판이하게 다르다”라며 표절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또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10화 에피소드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며, 드라마 기획안이 제출된 날짜도 웹툰 개제일보다 앞섰다”라고 해명했다. 또 “표절 의혹을 받은 ‘TNE2′의 ’15년’ 에피소드는 지난 2008년 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으며, 고교동창인 두 남성이 복어독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 뉴스에 보도돼 이를 각색한 에피소드”라고 설명했다.

방송 중에도 수차례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KBS2 드라마 ‘아이리스’는 표절 논란이 법정공방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하지만 제기된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8월, 소설가 이모씨가 “2003년 출판한 장편 소설을 표절했다”며 드라마 아이리스의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저작권침해장면배포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2009년 방송된 ‘아이리스’는 배우 이병헌, 김태희, 정준호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주목받았으며 전작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 2~4월 시즌2까지 방영됐다.

제작사 측은 저작권 침해 논란을 둘러싸고 2010~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시나리오 작가들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으나 비슷한 이유로 모두 승소했다.

시청률 40%를 오가며 인기를 모았던 MBC 드라마 ‘선덕여왕’은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선덕’을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뮤지컬 제작사 측이 “저작권 침해로 입은 손해 2억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내면서 사건은 법정까지 갔다.

1심에서 재판부는 ‘선덕여왕’의 손을 들어줬다. “두 작품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성격도 서로 다르다”는 것. 하지만 2심에서 이것이 뒤집혔다. “전체적인 줄거리가 일치하고 인물의 갈등 구조 등이 상당히 동일했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MBC와 김영현 박상연 작가 등에게 위자료 1000만원 등 총 2억원을 배상하고 ‘선덕여왕’의 재방영을 금지했다.

하지만 한국방송작가협회 산하의 드라마 ‘선덕여왕’ 저작권대책위원회(이하 방송작가협회)는 지난 2월 표절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법원 판결 후에도 표절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고, 여전히 결론을 못 내린 셈이다.

방송작가협회는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측이 표절이라 제기한 ‘덕만의 사막생활’, ‘덕만과 김유신의 애정관계 설정’, ‘덕만과 미실 간의 대립’ 등은 역사적 자료와 사료 등으로부터 보편적으로 상상 가능한 부분”이라며 “두 텍스트의 구체적 설정과 진행 또한 현저히 차이가 난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방송작가협회 측은 “1심 재판부의 ‘표절 혐의 없음’과 달리 2심 재판부에서 ‘일부 표절 인정’ 선고가 내려진 것은 MBC와 김영현·박상연 두 작가의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2012년 MBC는 작년 장기간의 파업으로 인해 정상적인 법무행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선덕여왕’ 표절소송을 담당했던 MBC의 법무담당자도 파업기간 회사를 떠났고, 그로 인해 김영현·박상연 작가는 2심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과정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ia.co.kr
사진. 드라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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