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모팻(왼쪽) 수 벌츄
스티븐 모팻(왼쪽) 수 벌츄
스티븐 모팻(왼쪽) 수 벌츄

“그저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었다”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영국 BBC 드라마 ‘셜록’의 공동제작자 스티븐 모팻, 수 벌츄 부부가 처음 내한했다.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이 작품은 올 1월 방송한 시즌3 첫 회에서 1270만명을 TV 앞으로 불러모으며 영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인공 셜록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 작품으로 스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2014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22일 서울 동대문운동장 디자인 플라자를 찾은 스티븐 모팻, 수 벌츄 부부는 영감과 동기를 얻는 원천은 바로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Q. 오리지널 ‘셜록홈즈’는 지극히 영국적인 드라마인데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세계 시장에 통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스티븐 모팻: 일단 훌륭한 대본 덕분인 것 같고 두 주인공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모습도 사람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영국적인 측면 또한 인기의 이유인 것 같다. 마치 내가 미국의 프로그램을 보면서 전형적인 미국 콘텐츠를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다른 문화를 보는 것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

Q. 한국에서도 최근에 추리물이 인기가 많다. ‘셜록’ 또한 올 초 늦은 시간대 방송됐음에도 인기가 많았다.
스티븐 모팻: 감사한 얘기다. 우리 부부가 재미있게 보고, 내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것을 만들고, 그게 성공하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실패한 적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내가 쓴 것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다.
수 벌츄: 드라마는 현지(자국)에서 먼저 성공하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외국에는 문화적인 면이나 자막이나 안 맞는 면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아까 편집을 잘 해서 보여주셨는데, 일부러 먼저 외국을 염두에 두고 만들면 안 되는 것 같다.

Q. 일반적으로 추리, 수사 드라마에는 첨단 장비가 등장하지만 ‘셜록’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내용이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아주 아날로그적인 드라마임에도 인기가 높다.
스티븐 모팻: 일단 사람들은 컴퓨터보다는 ‘사람’이 똑똑한 걸 보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인간은 적어도 컴퓨터보단 인간이 똑똑하다고 믿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셜록홈즈는 지적 수준이 아주 높은 사람이지만 (노력한다면) 달성 가능한 초능력처럼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모팻
스티븐 모팻
스티븐 모팻

Q. ‘셜록’은 원작이 있는 작품인데 차이를 두고 싶었던 점과 반대로 그대로 가져오고 싶었던 점이 있다면.
스티븐 모팻: 우선 도입할 수 있었던 부분은 원작 ‘셜록홈즈’ 속 셜록이 일기를 썼다면 현대화된 셜록은 블로그로 기록을 한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일기를 쓰지않던 사람들이 블로그를 하면서 기록하는 습관이 생긴 것 같은데 그런 점을 반영해봤다. 원작을 현대화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빅토리아 시대의 이야기가 사실은 현 시대와 크게 다른 점이 없더라.

Q. ‘셜록’이 나오기 전에는 한국에서는 베네딕트 컴버배치라는 배우가 잘 알려져있지 않았다.
스티븐 모팻: 사실 그는 영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였다. 오히려 그의 상대역인 마틴 프리먼이 더 유명했다. 존경받는 연기자였지만 그렇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베네딕트가 없었다면 셜록 시리즈는 성공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Q. 극중 셜록과 왓슨의 관계는 굉장한 흥밋거리다. 두 사람 역시 좋은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수 벌츄: 우리는 부부이며 이미 코미디 시리즈를 네 번이나 함께 했다. 가끔 남편에게 ‘하루 좀 쉬라’고 말하면서 되려 내가 ‘대본 어딨냐?’고 묻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에는 호흡이 잘 맞는다.
스티븐 모팻: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생각도 비슷하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더 잘 이해해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근데 아이들을 키우는 건 힘든 일 같다.

Q. 서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며 일하는지 궁금하다.
스티븐 모팻: 나는 대본을 쓰는 작업을 한다면 수는 이것을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이냐에 대해 고민한다. 나는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면을 연구하고 수는 드라마 안에서 현실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을 고민한다.

Q. ‘셜록’이 이 시대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드라마에 내포되어있나.
수 벌츄: 딱히 드러난 메시지는 없고 재미를 위한 드라마다. 굳이 언급하자면 사람의 지능, 사고력 우정이라는 메시지인 것 같다.

Q. 시청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한 셜록(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패션 센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수 벌츄: 드라마 밖에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패션보다는 드라마 안에서 베네딕트의 헤어스타일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한 시즌이 끝날 때 다음 시즌에서도 이어지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같은 헤어스타일을 유지해야한다. 하지만 베네딕트는 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꾸기 때문에 전과 같은 헤어스타일을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수 벌츄
수 벌츄
수 벌츄

Q. ‘셜록’은 캐릭터의 재미도 있지만,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소시오패스, 군의관)을 등장시켜 흥미로운 관계를 이루는데, 상처가 있는 두 사람을 엮은 이유가 궁금하다.
스티븐 모팻: 원작 ‘셜록’은 사회에서 동떨어졌지만 천재인 두 사람이 친해지고 친구가 되는 것이 포인트였다. 이것은 도일이 설정한 것이다. 이 두 사람은 서로가 없었다면 막막했을 것이지만 이제는 서로를 구제해주는 관계다.

Q. 추리물치고는 분량이 짧은 편인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더 늘릴 계획이 있나.
수 벌츄: 첫번째 시리즈는 원래 60분이었으나, BBC에서 90분으로 길게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늘려줄 것 같다.
스티븐 모팻: 그런데 지금은 베네딕트, 프리드먼 두 배우가 너무 유명해지고 바빠서 그들의 스케줄을 맞추기 힘들어 한 시즌당 3편이 최대일 것 같다.

Q. ‘닥터 후’나 ‘셜록’이나 남자 주인공이 전형적인 미남은 아닌데, 캐스팅할 때 의도한 부분이 있는가.
스티븐 모팻: 사실 최근 공식 석상에서 주인공이 전형적인 미남이 아니라는 발언을 했다가 곤란해진 적이 있었다. 사과의 서신을 보내야 했었다.’다. 잘생겼다 (I think they’re gorgeous)’라고 기사에 꼭 넣어주면 좋겠다.

Q. ‘셜록’은 추리물이기도 하지만 셜록과 왓슨의 관계를 동성애적으로 보며 열광 하는 팬들도 많다.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스티븐 모팻: 관객이 원하는 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선 딱 보기에도 우정이기 때문에 섹슈얼한 느낌을 넣지는 않았다. 두 사람의 우애에 좀더 집중해주면 좋겠다. 살아가며 만나는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성과 관련되지 않은 만남이 훨씬 많은 것 같다.

Q. 과거에는 실패도 했지만 요즘은 ‘내가 재밌는 걸 하면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재밌는 것은 뭘까?
스티븐 모팻: 항상 셜록홈즈를 좋아했고 닥터후, 제임스 본드를 좋아했다. 소위 장르물이라고 하는 어드벤처, 코미디, 스릴러, 꽤 많은 걸 좋아한다. 50년 전에는 닥터 후, 셜록이 인기가 있는 세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들이 인기 있는 시대에 사는 것이 재밌다.

Q. 영감과 동기를 얻는 원천은 무엇인지?
수 벌츄: 열정인 것 같다.
스티븐 모팻: 무엇이 인기를 얻고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셜록 시리즈 자체가 히트를 못치고 마니아만 좋아하는 드라마였어도 (그랬으면 한국에 오지 못했을 테지만) 우리는 뿌듯하고 만족했을 것이다.
수 벌추: 그리고 우리는 좋아하는 걸 이미 만든 것 같다.

Q. ‘셜록’의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나
스티븐 모팻: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게 있지만 아직은 공개할 수 없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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