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그 차디찬 바다 밑에서 어른들의 말을 믿고 어른들이 구해주기를 기다렸을 아이들과 아직 그날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생존자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부끄럽고 무기력한 어른이라 죄송합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26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 김상중은 방송을 마무리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눈물을 참으며 한 마디씩 내뱉는 말에는 세월호 침몰 참사에 대한 슬픔과 스타가 아닌 한 명의 어른으로서의 미안함, 희생자들을 향한 위로가 담겼다.

그간 언론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진도 VTS 교신 편집 의혹’ 보도도 화제였지만, 지난 2008년 3월 1일 이후 근 7년간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로 마치 목석과도 같이 단호한 어조로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온 그의 눈물은 생각보다도 파장이 컸다. 스스로 진행자의 위엄을 내려놓은 김상중의 가슴 먹먹한 클로징 멘트와 일목요연하게 사건의 이면의 집요하게 파고든 ‘그것이 알고 싶다’의 치밀함은 유례없는 재방송 편성으로 돌아왔고 재방송 시청률이 본 방송 시청률을 앞지르는 기염(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 기준, ‘그것이 알고 싶다’ 본 방송은 전국 시청률 6.5%, 재방송은 8.3%를 기록)을 토했다.

배정훈 SBS PD 트위터 캡처
배정훈 SBS PD 트위터 캡처
배정훈 SBS PD 트위터 캡처

여기에는 방송 직후 ‘그것이 알고 싶다’의 연출을 맡은 배정훈 SBS PD의 트윗도 한몫했다. “나이 들면 눈물보이기 쉽지 않다고 한다. 진심으로 같이 울어준 김상중 형님의 마지막 말이너무나 고마웠다”는 배 PD의 트윗은 온라인을 타고 확산되었고 이는 ‘김상중’이라는 이름을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그것이 알고 싶다’로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려놓는 위업을 달성했다.

소위 ‘김상중의 진심’이라 불리는 이와 같은 돌발적인 감정 표현은 최근 세월호 침몰 참사와 함께 연일 관심을 끌었던 기자, 앵커, 프로그램 진행자들의 변화와도 맥이 닿아있다. 방송 사고에 가까운 침묵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종합편성채널 JTBC 손석희 앵커나 구조 작업 보도 중 눈물을 떨꾼 정관용 앵커, 연합뉴스 기자에게 폭언에 가까운 ‘돌직구’를 날린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 등이 그 대표 격이다. 본래 감정 배제를 요구받는 이들이 금기를 깼음에도 이토록 대중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지 그 이유가 자못 궁금해진다.

결론은 이들이 보인 방송 사고에 가까운 행동이 사실은 우리가 방송을 통해 보기 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실제로 이들이 등장했던 방송의 면면만 봐도 다소 감정적인 표현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감정’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진실 보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JTBC ‘뉴스 9′ 방송 화면 캡처
JTBC ‘뉴스 9′ 방송 화면 캡처
JTBC ‘뉴스 9′ 방송 화면 캡처

일례로 한 방송가 관계자는 “손석희 앵커가 JTBC를 바꿔놓았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지만, 그건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물론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나 실제로 대중이 반응을 보인 대목은 ‘손 앵커’ 한 사람이 아니라 타 매체와 구별되는 보도 방식과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다”고 평하기도 했다. 다년간의 언론 경력으로부터 기원한 개인의 신뢰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기존의 ‘찍어내기식’ 보도에 대한 반감과 결합한 보도 방식의 변화가 이런 반향을 불러오는 데 가장 큰 몫을 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여전히 일각에서는 이들의 눈물을 ‘지나친 감정 몰입’이라며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 국민이 슬픔에 잠긴 이번 참사로 인해 몇몇은 그간 쌓아온 신뢰를 한 번에 잃었고, 또 누군가는 전에 없던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자신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냈다. 이후 이번 사건의 잘잘못을 따져 방송에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진다면, 무언가를 바꿔야할 이들에게 필요한 건 방송 중 눈물을 흘려줄 ‘누군가’일까 아니면 뉴스 보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일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뉴스 9′, 배정훈 SBS PD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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