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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오피스텔 804호 문이 열리고 봄눈처럼 하얀 얼굴이 등장한다. 어딘가 차가운 인상과 슬픔이 담긴 듯한 큰 눈망울. 멍한 표정에 시선이 빼앗긴 순간, 하이톤 목소리가 앙증맞게 화면을 가득 채운다. “오빠, 짱짱맨!”

케이블채널 tvN ‘식샤를 합시다’(이하 ‘식샤’)에 출연 중인 윤소희는 그야말로 묘한 매력의 소유자다.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나서기 전 아이돌그룹 엑소의 ‘으르렁’ 뮤직비디오로 먼저 얼굴을 알린 그녀는 비교적 존재감이 적었던 KBS2 ‘칼과 꽃’, MBC ‘드라마 페스티벌-아프리카에서 살아남는 법’을 거쳐 세 작품 만에 주연을 꿰찼다.

“작년 말에 ‘식샤’에 출연하면서부터 마음가짐이 달라졌어요. 그전까지는 배우를 꿈꾸면서도 막연히 ‘연기 공부해야지’ 했는데, 역시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배우는 게 최고더라고요.(웃음) 작년에는 연기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 적응을 해나가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해요. 단기간에 큰 배역을 맡게 돼서 부담스럽지만, 하루하루 연기하는 재미를 알아가는 느낌이에요.”

과학 고등학교 졸업 후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뛰어난 재원이지만, 그녀는 첫 주연작 ‘식샤’에서 부유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구김살 없고 애교 많은 ‘신입 싱글족’ 윤진이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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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식샤’의 시놉시스를 받고서 정말 윤진이 역을 맡고 싶었어요. 전체적인 이야기도 그렇지만, 캐릭터가 너무 귀엽더라고요. 긴장을 많이 하고 오디션을 봤는데 다행히 박준화 PD님이 ‘곱게 자란 이미지가 잘 맞는다’면서 캐스팅해주셨어요. 아, 윤진이 역에 조금 ‘백치미’를 넣어야겠다는 이야기도 하셨어요. 물론 그땐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죠.(웃음)”

극 중 구대영(윤두준)에게 사랑에 빠진 철없는 20대 윤진이를 연기하는 모습에서는 ‘풋풋함’을 넘어 ‘발랄함’마저 느껴졌다. ‘짱짱맨’이라는 차진 대사가 아니더라도 눈빛이나 표정에서 캐릭터의 맛을 살려낼 줄 아는 그녀에게 마음이 쏠리는 이유다.

“‘짱짱맨’은 태어나서 처음 듣는 단어였어요. 입에 붙게 하려고 수백 번 다른 톤으로 말해봤죠. 윤진이를 맡으면서 ‘차가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기 위해 머리도 염색하고 화장법도 바꿨어요.”

연기 경험이 적은 윤소희는 캐릭터를 잡기 위해 친구들을 총동원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녀는 “‘무한긍정주의’에 가까운 윤진이를 연기하기 위해 내 안에 있는 밝은 면을 끌어내야 했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됐다”며 “친구들과 대사를 주고받아보고 매일 연습하며 내 모습을 직접 찍어 모니터했다”고 말했다.

그런 노력은 드라마 중반부부터 빛을 발했다. 윤진이를 단순히 밝고 생각 없는 캐릭터가 아니라 힘든 상황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사연 있는 여자’처럼 입체적으로 그려낸 것. 그녀는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촬영 내내 캐릭터에 몰입해 있는 심형탁 선배부터, 항상 밝은 이수경 선배, 바쁜데도 힘든 내색 없이 완벽히 연기를 준비해오는 윤두준 선배까지. 현장에 있는 모두가 저의 연기 선생님이에요. ‘배우’라는 이름에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 이상의 책임감과 무게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계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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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샤’ 후반부 촬영이 한창인 윤소희는 2014년 새 작품으로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국내 최초 SNS드라마로 관심을 끌었던 ‘러브 인 메모리’의 시즌2 주인공으로 발탁된 데 이어, 오는 3월부터는 종합편성채널 JTBC 새 주말드라마 ‘달래 된, 장국: 12년만의 재회’의 주인공 장국 역으로 이원근과 호흡을 맞추게 된다. 데뷔 한 지 2년 차,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녀의 표정에는 연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읽혔다.

“연기를 잘하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에 그 어떤 것보다도. 대중적인 인기도 중요하겠지만, 어디에 갖다놓아도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신뢰감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날이 올 때까지 계속해서 노력할 거고요.”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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