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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감정의 깊이를 드러내보이고 싶었어요”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반을 넘어섰다. 30~40대 네 남녀의 불륜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위기에 맞닥뜨린 이들의 깊은 감정에 집중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특히 결혼 10여년 만에 남편의 불륜을 접한 완벽한 가정주부 미경 역으로 분한 김지수는 절제되면서도 폭발력있는 감정 연기로 눈길을 끌고 있다. 바쁜 촬영 스케줄을 틈타 1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지수는 “인간의 감정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경험을 연기를 통해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Q. 극이 이제 중반을 넘어섰다. 앞으로 미경의 복수가 시작될까.
김지수: 작품 자체가 복수극은 아니니까 극단적인 설정은 없을 것 같다. 이제 미경은 다 놓아버리고 갈 것 같다. 계속 재학에게 정이나 연민 등 여러가지가 있었고 그게 당연한 모습이었다. 갈팡질팡하면서 수만번 감정이 널뛰기를 했었고. 하지만 앞으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 같다. 정말 무서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동안 남편을 놓치 못해서 이혼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좀 달라질 것 같다.

Q. 연기하면서 남편 재학(지진희)이 정말 얄미웠을 때가 있었나.
김지수: 미경이 재학이 외도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재학이 ‘나에게 사람을 붙였냐’며 몰아붙일 때는 굉장히 화가 났다. 지금까지는 괴로워하고 때로는 자기 자신이 구질구질해질 정도의 모습을 보이지만 둘이 마음을 많이 주고 받았다는 걸 알면서 갈등의 진폭이 더 커질 것 같다.

Q. 실제라면 어떨 것 같나.
김지수: 왔다 갔다 하는 감정이 굉장히 이해가 된다. ‘왜 잘못은 네가 했는데 고통은 내가 받아야 하니’ 같은 대사를 하면서는 정말 공감했다. 사랑이 남아있지 않다면 당연히 끝내겠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과연 고상하게 그럴 수 있을까.

Q. 불륜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갈등을 전개해가는 것 같다.
김지수: 선을 넘으면 과하게 자극적으로 갈 수 있는 요소가 굉장히 많은데 감독님이나 작가분도 그런 요소를 애초부터 배제했다. 철저하게 배우자의 외도에 대한 아내의 처참한 심경같은 부분에 집중하면서 공감을 많이 얻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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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앞으로의 전개 방향이 무척 궁금해진다.

김지수: 아마 미경의 입장에서는 남편을 쉽게 용서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아마 재학도 나중에는 좀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있을 것 같고.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네 명의 인물들이 좀더 발전된 모습으로 남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사실 처음에는 작가님이 재학과 미경 두 사람을 이혼시킬 생각이셨던 것 같은데 지금은 결론을 못 내리고 고민하시는 것 같다.

Q. 미경은 행복할 수 있을까.
김지수: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당당하게 홀로 설 수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많은 분들이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작품이 어떤 분들에게는 용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경은 헤어지더라도 남자의 행복을 빌어줄 것 같다. 남이 내 복수를 해주기보다는 다른사람에게 상처를 준 사람은 언젠가는 힘든 일을 겪지 않을까, 굳이 저주를 퍼붓진 않아도 될 것 같다.

Q. 오열 장면 등 격한 감정을 쏟아붓는 장면이 많아서 연기하기 녹록지 않았을 것 같다.
김지수: 혈압이 올라서 손이 부들부들 떨린 적도 많긴 하다. 3회 엔딩에서 남편의 외도를 알고 물건을 부술 때는 오히려 덜했는데 최근에 촬영하다 감정을 절제하면서 터트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 때는 정말 몸이 많이 떨렸다. 내가 고통스러워야 보시는 분들에게는 보면서 기쁨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진짜니까.

Q. 앞선 작품에서도 독한 역할은 있었는데 이번에는 특히 눈물 흘리는 장면이 많았다.
김지수: 그동안은 어떻게 우느냐를 많이 고민했다면 이번엔 울음의 깊이가 진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미경과 같은 상황에 놓여있으면 감정의 깊이가 정말 짙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우는 신을 찍고 나면 다른 드라마보다 진이 많이 빠져 소진되는 느낌이 있었다. 감독님의 ‘컷’하는 소리에 뒤로 누워버린 적도 있었고.(웃음) 하지만 욕심이 과하면 지나칠 수 있으니 수위 조절을 신경써야 할 것 같다.

Q. 혹시 코믹 장르에 대한 욕심은 없나.
김지수: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긴 하다. 촬영장에서 PD님에게 그런 얘기를 듣기도 했었고. 근데 코미디 연기는 정말 수위 조절을 잘 해야 한다. 조금만 과하면 욕심을 부리기 쉽기 때문에. 확실히 과한 연기는 보기가 힘들다. 특히 코미디일수록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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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처받고 슬픔이 있는 캐릭터에 대한 욕심이 많은가보다.

김지수: 모든 인간이 상처가 없는 사람이 없지 않나. 자기들만의 상처를 안고 사는데 다양한 상처를 가진 인물들을 만날 때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커지는 걸 보면 나 스스로 진한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도 가벼운 드라마보다는 정통극을 많이 했는데 무게감있는 정통극이 없어졌다. 그런 작품이 훨씬 공부도 많이 되고 많이 경험할 수록 좋은데 요즘은 그런 작품이 없어지고 가벼운 것만 많이 하다 보니 정통 멜로같은 작품을 꼭 경험해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Q. 불륜이 소재다 보니 결혼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을 것 같다. 드라마 촬영 후 결혼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게 있나.
김지수: 나이가 지금보다 어렸으면 이 작품 보면서 결혼에 대한 회의에 빠지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제는 그럴 나이가 아니라서…. 결혼을 하고 안 하고가 내 인생의 행복을 좌지우지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작품때문에 결혼관이 달라지진 않았다. 주변 커플들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애초에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는 사람이라(웃음)

Q. 미경이 같은 아픔을 지닌 시청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가 있나.
김지수: 아마 점점 더 통쾌해질 것 같다. 이미 대본 나온 부분에 시작이 됐고, 인생의 사건을 계기로 네 명의 캐릭터들이 좀더 성숙한 인물로 마지막에는 그렇게 그려질 것 같다. 여러 생각을 해보실 수 있는 계기나 기회가 되실 수 있을 것 같다.

Q. 미경이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뭘까.
김지수: 재학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가 필요한 것 같다. 예전에 한석규 선배가 시간이 지날수록 아내에게 사랑한단 말보다 고맙단 말을 많이 하게 된단 얘길 들려주셨었다. 그 말이 참 공감이 간다. 고맙단 말에 힘이 나서 살 수 있을 것 같다. 미경이 계속해서 재학에게 확인받고 싶어하는 것도 그런 지점이고.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제공. 나무액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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