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새 대하드라마 ‘정도전’ 제작발표회 현장의 배우진
KBS1 새 대하드라마 ‘정도전’ 제작발표회 현장의 배우진
KBS1 새 대하드라마 ‘정도전’ 제작발표회 현장의 배우진

KBS가 야심 차게 준비한 새 대하드라마 KBS1 ‘정도전’이 오는 4일 오후 9시 40분 첫 전파를 탄다. ‘정도전’이 KBS에서 5년 만에 방송되는 정통역사드라마라는 점과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쳤다는 사실은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이유 중 하나. 또 조재현, 유동근, 서인석, 박영규, 임호, 안재모 등 굵직굵직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도 ‘정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시기에 새 왕조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의 삶을 다룬 작품으로, 공민왕이 시해되기 직전인 1374년 가을부터 정도전이 죽음을 맞는 1398년까지 24년간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간 왕과 장군을 중심으로 한 사극은 다수 제작됐지만, 문인을 전면을 내세운 작품이 없었다는 점은 기존의 사극과 ‘정도전’이 차별화되는 지점. 특히 픽션·퓨전 사극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에 정통역사물을 표방하는 ‘정도전’이 그려낼 이야기에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시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강병택 PD, 정현민 작가와 조재현, 유동근, 서인석, 박영규, 임호 등의 배우들은 “‘정도전’에 열정을 넘어 일종의 소명의식까지 느낀다”는 말로 작품에 임하는 포부를 드러냈다. ‘역사의 가치’를 전하며 ‘정통역사 드라마로 KBS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 보이겠다’는 그들의 목표는 현실이 될까. 제작발표회를 통해 ‘정도전’을 좀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정리해봤다.

# 역사 드라마가 넘어야할 난관은 ‘역사 재해석’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역사드라마에 어느 정도의 픽션이 가미되는 것은 당연한 일. 특히 그 작품의 주인공이 그간 조명받지 않은 ‘문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혁명을 결심하고 이성계와 의기투합한 남자’ 정도전은 이번 작품에서 어떤 인물로 그려질까.

KBS1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
KBS1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
KBS1 ‘정도전’을 집필한 정현민 작가

Q. 문인 정도전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강병택 PD: 기존의 사극에서 벗어나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왕이나 장군이 아닌 문인 정도전을 주인공을 결정하게 됐다. 또 정도전이 조선의 설계자 혹은 반역자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인 만큼 드라마적인 접근을 통해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화두를 던져줄 수 있는 인물이 될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정현민 작가: 솔직히 나도 ‘용의 눈물’에 나오는 정도전 이상의 인물을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가 작품을 통해 그려낼 정도전은 ‘뜨거운 사람’이다. ‘용의 눈물’은 위화도 회군부터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정도전’은 공민왕의 죽음부터 이야기가 전개된다. 공민왕의 총애를 받았으나 그가 죽은 뒤 10년간의 유배생활을 하게 된 한 야심만만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 여말선초라고 할 수 있는 난세를 헤쳐 나가는 정도전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꿈’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한다.

Q. 정도전이 ‘뜨거운 남자’라는 캐릭터를 새로 입은 것과 같이 다른 인물들도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를 얻게 되는가. 최영, 정몽주 등의 잘 알려진 인물은 각색이 쉽지 않을 듯한데.
정현민 작가: 사실 최영과 정몽주가 이번 작품을 구상하며 가장 표현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다. 워낙 잘 알려진 역사 인물이라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았다. 드라마 작가로서 역사적 사실 외에 인물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를 부여하고 싶었다. 최영의 고려말의 충신이자 무장세력의 대표로 보수 세력이지만, 권문세족 이인임과는 달리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인물이다. 최영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인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고, 정몽주는 현대의 위정자들에게 ‘원칙의 가치’를 상기시킬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질 거다.

# 유동근, 서인석, 박영규 등의 배우가 표현해낼 ‘연륜’의 무게감
‘정도전’ 출연진의 면면이 심상치 않다.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포진한 가운데 유동근, 서인석 등 정통 사극의 경험이 풍부한 배우들의 출연은 ‘정도전’에 안정감을 더하는 요인이다.

KBS1 ‘정도전’의 유동근(왼쪽)과 서인석
KBS1 ‘정도전’의 유동근(왼쪽)과 서인석
KBS1 ‘정도전’의 유동근(왼쪽)과 서인석

Q. 유동근은 ‘용의 눈물’에서 이방언 역을 맡았었는데, ‘정도전’에서는 이성계 역할을 연기하게 됐다.
유동근: 감회가 남다르다. 내가 어느덧 이성계 역할을 맡을 정도의 연륜이 쌓였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때는 故 김무생 선배가 이성계 역할을, 故 김흥기 선배가 정도전 역을 연기했다. 워낙 강한 이미지로 그들의 연기가 기억에 남아있어 부담도 크다. ‘정도전’에서는 ‘함경도 출신 변방의 장수’로 조금 다른 캐릭터를 입은 만큼, ‘용의 눈물’과는 다른 캐릭터로 그려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서인석과 박영규는 ‘정도전’에서 최영과 이인임을 맡아 어떤 부분의 표현에 집중했는가.
서인석: 고려의 마지막 충신인 최영은 잘 알려진 만큼 남다르게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 최영의 무인정신을 잘 그려내면서 고집 있게 연기해보려 한다.
박영규: 사실 이번 작품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이인임에 대해서 잘 몰랐다. ‘정도전’이 정통역사드라마를 표방하는 만큼 작품에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다. ‘정도전’이 요즘 국사를 등한시하는 세태에 인식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지우고 온전히 배역에 몰입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