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설아(위부터) 박미선 김용건이 MBC 방송연예대상을 살렸다
최설아(위부터) 박미선 김용건이 MBC 방송연예대상을 살렸다
최설아(위부터) 박미선 김용건이 MBC 방송연예대상을 살렸다

지상파 방송국 시상식의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케이블 프로그램 등의 약진으로 지상파 방송국 시상식은 더 이상 방송계 전체를 아우르는 존재감이 없으며, 매번 지적받는 공동수상의 남발, 다시 말해 납득할 수 없는 퍼주기식 시상은 시상식의 위상을 떨어뜨려 지상파 방송국에서 주는 상의 의미가 반감된 지도 몇 년째다. 무엇보다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언제까지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한 의미없는 행사를 계속할 것인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는 2013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대상은 예상대로 MBC의 효자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가 받았다. ‘아빠! 어디가?’는 MBC 예능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일밤’ 부활의 선봉장 역할을 해 간만에 MBC 예능국 전체에 활력을 되찾아준 프로그램이다. 그 공헌을 인정받아 대상수상에 이르렀다. 덕분에 MBC 방송연예대상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활력으로 가득찼다. 국민 MC 유재석은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이런 분위기에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시고 기뻐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다”라는 소감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총 25개 부문에서 특별상을 제외하 10개 부문에서 공동수상이 나왔던 점은 아쉽다. 매년 지적받는 것처럼, 올해도 여전히 몇몇 수상자들에게는 참가상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 보였다. 화기애애한 그들만의 잔치 분위기로 만들려면, 왜 굳이 매번 딱딱하게 정해진 부문 수상에 목을 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재미와 자축을 위한 수상이라면 수상 부문을 달리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먹방상’ 등이 차라리 나아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시상식에는 몇몇 감동의 드라마는 있었다. 어째서 사람들이 시상식을 보고 싶어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해주는 장면들은 바로 수상자들이 진심어린 소감을 말하는 그 순간. 과거 연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연기대상이나 연예대상을 지켜보며 한 해 동안 자신이 사랑했던 프로그램이나 배우, 예능인의 수상이 마치 본인의 일이라도 되는 양, 손에 땀을 쥐고 보는 정도의 긴장감은 아닐지라도 이날 몇몇 장면이 만들어낸 감동의 순간은 가치가 있는 명장면으로 남게 됐다.

그 몇몇 장면을 꼽아 보았다.

“항상 구석에 개그맨들이 몰려있는데 내년에는 ‘코미디에 빠지다’도 더 여러분의 사랑을 많이 받아 가운데에 앉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배들도 후배들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
10. 개그계 대모 박미선, 최우수상 수상 순간 개그맨 후배들의 아픈 현실을 꼬집었다. 한껏 들뜬 축제 분위기 속에 아무도 나쁜 소리를 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녀는 올해도 용감하게 나섰다. 언제부턴가 예능의 영역에 배우들이나 가수들이 침범(?)하기 시작했다. 요즘 누가 개그는 개그맨만 하고, 노래는 가수만 한다고 생각할까. 따라서 이를 비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하지만 개그맨이 가수의 영역을 침범했을 때 가요계가 이를 헐뜯었던 광경과 대비되는 모습에 조금은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 모두가 풍요로운 시대는 정말 올 수 없는 것일까.

“연기를 정리하고 예능을 사랑할 것이다. 오늘 보니 ‘무한도전’ 팀도 나와있는데 제게도 기회를 달라. (아들) 하정우는 워낙 상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오늘 내가 받은 상, 하정우 10개 받은 것보다 값진 상이다. 뒤늦게 ‘나혼자산다’에 합류했는데, 대부님 자리를 마련해준 제작진과 멤버들에게 감사드린다. 너희들이 있어서 나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다. 정말 아름다운 밤이다.” “MBC 1969년도 개국할 때 와서 상 처음 받아본다. 정동에서 여의도에서 지금 일산센터로 오기까지, MBC는 친정이나 다름없는 귀중한 방송국인데 드라마 아닌 예능에서 이렇게 2관왕을 했다. 정말 신나는 밤이다. 앞으로 예능 열심히 하겠다.”
10. ‘나 혼자 산다’로 예능진출한 중견배우 김용건, 예능늦둥이상에 이어 우정상 수상으로 2관왕에 등극했다. 오랜기간 배우의 삶을 걸어왔지만, 생활 연기자로 유독 상복은 없었던 그. 그런데 예능의 영역으로 진출한 뒤 받게 된 상에 진심으로 좋아하는 모습이 묘한 감동을 자아냈다.

“생소하시죠? 2008년에 데뷔해서 6년이 됐다. 집안 환경이 어려울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한 번도 그만두라고 말 안 하고 지켜봐 주신 엄마 아빠 고맙다. 지금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아빠 내가 꼭 성공해서 돈 많이 벌어서 꼭 같이 살자”
10. 코미디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최설아는 이 말을 채 끝맺지 못하고 울음을 뱉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리를 지켜온 이가 뒤늦게 빛을 보는 현장은 보는 이의 가슴도 먹먹하게 만든다. 그녀의 눈물 수상 소감에 객석도 눈시울을 붉히게 됐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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