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상속자들’의 박형식, 크리스탈, 강민혁(왼쪽부터)
SBS ‘상속자들’의 박형식, 크리스탈, 강민혁(왼쪽부터)
SBS ‘상속자들’의 박형식, 크리스탈, 강민혁(왼쪽부터)

대한민국 상위 1% 상속자 김탄(이민호), 최영도(김우빈)과 평범하고 현실적인 가난한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의 로맨스가 전개된 제국고등학교. 화제의 드라마 SBS ‘상속자들’ 속에는 주인공들의 하이틴 격정로맨스를 더욱 빛나게 한 그들의 친구 박형식, 크리스탈, 강민혁이 있었다.

“아이돌이라서 캐스팅한 것이 아니다.” ‘상속자들’을 집필한 김은숙 작가는 제작발표회 당시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해 공정함을 강조했다. 강신효 PD와 하루 12시간씩 매일 50여 명의 지원자를 만난 김은숙 작가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오디션을 본 박형식, 크리스탈, 강민혁이 가장 캐릭터를 잘 소화했기에 뽑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시작된 ‘상속자들’, 이 세 배우는 굵직한 스타들 사이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온전히 드러내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수목극의 강자로 자리 잡은 ‘상속자들’은 12일 마지막 이야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기대와 우려 속에 연기자의 길에 출사표를 던진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텐아시아평가원’에서는 ‘상속자들’의 종방에 맞춰 그들의 연기적 성과를 평가해봤다.
명수2
명수2
# 상황: 법무법인 승리의 상속자 조명수를 연기하라. 또래보다 정신적으로 조숙한 재벌가 자녀들과 달리 딱 제 나이 때의 유치함과 천진난만함을 갖춘 명수. 법조인 집안의 장남답게 친구사이의 사소한 시시비비에도 “변호사를 소개해주겠다”며 영업을 한다. 하지만 공부보다는 예체능 쪽 감각이 발달한 탓에 밤마다 클럽을 전전하며 불법과 합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간다.

10. 박형식이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지난 2012년 SBS 드라마 ‘바보엄마’를 통해서다. 이후 박형식은 KBS2 ‘드라마 스페셜-시리우스’, 케이블채널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통해 정극 연기에 도전해왔지만,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었다. 하지만 2013년 ‘상속자들’을 통해 자신에게 딱 맞는 캐릭터 조명수를 만난 박형식은 물 만난 고기처럼 극 속을 휘저었다. 출연 분량이 적어 조금 아쉬웠지만, 곱게 자라 구김살 없이 마음껏 까불거리는 명수는 박형식이 그간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인 실제 성격과도 싱크로율이 높았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속 ‘애기 병사’의 흔적도 없었다. 특히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를 통해 다져진 연극톤의 연기는 명수를 만나 절정을 이뤘다. 그런 그의 매력이 극대화된 것은 ‘상속자들’ 10회에서 캠프를 떠난 상황. 서바이벌 게임에 참여해 주윤발을 따라 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기에 충분했다. 예능, 뮤지컬에 이어 드라마 연기까지 섭렵한 박형식. 조만간 주인공을 발돋움한 그를 브라운관에서 만나는 날도 머지않은 미래의 일일 것만 같다.
크리스탈 연기 성적표
크리스탈 연기 성적표
# 상황: 메가 엔터테인먼트의 상속자 이보나를 연기하라. 대를 잇는 재벌가는 아니지만, 대한민국 상업예술의 중심에 있는 메가 엔터테인먼트의 상속녀로서 어디서나 당당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보나. 온 세상을 모두 불태울 듯한 시기와 질투에 휩싸여 있다가도 찬영의 “니가 더 예뻐” 한 마디에 행복한 여자로 돌변하는 단순 발랄함이 매력이다.

10. 지난 2010년 MBC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에 출연했지만, 연기자로서 크리스탈의 이름을 알린 작품은 이듬해 출연한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서다. 통통 튀는 안수정 역으로 배우의 가능성을 알린 그녀는, 2013년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상속자들’을 만난다. 크리스탈의 장점은 정말 캐릭터와 같은 성격일 것만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 거기에 ‘하이킥’ 때부터 갈고닦은 시크와 애교를 오가는 연기는 덤이다. 크리스탈의 매력이 극대화된 것은 ‘상속자들’ 8회, 방송실 앞에서 은상을 기다리던 김탄을 만난 장면이다. “여전히 귀엽다 이보나! 그 남친은 아냐? 내가 아직 너 좋아하는 거”라는 김탄의 말에 “그걸 알면 어떻게! 아 진짜, 제발 나 좀 잊어!”라고 답한 크리스탈은 특유의 귀여움으로 뭇 남성들을 잠 못 들게 했다. 자연스러움 속에 자신의 매력을 녹여낼 줄 알게 된 크리스탈, 이제는 ‘비련의 여주인공’에 도전해보심이 어떨런지.
찬영2
찬영2
# 상황: 윤찬영을 연기하라. 재벌가 도련님은 아니지만 타고난 인성과 긍정적인 성격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연 찬영. 초등학생 때부터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제안서를 제출하라는 독특한 교육방식을 따르다 분석과 논리에 인간미까지 가미할 줄 아는 설득의 장인이 되었다. 과외 한 번 받은 적 없이 전교 1등을 놓쳐본 적 없는 뛰어난 두뇌와 간헐적으로 묻어나는 ‘상남자’ 매력은 찬영의 트레이드 마크다.

10. SBS ‘괜찮아, 아빠딸’, MBC ‘넌 내게 반했어’,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 영화 ‘어쿠스틱’ 등 다수 작품을 거친 강민혁의 연기는 정말 탁월했다. ‘상속자들’에서는 안정적인 대사 소화력과 캐릭터를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내 매력을 담아내는 능력도 돋보였다. 은상, 보나 사이에서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찬영에게 공감이 갔던 것도 모두 강민혁이 그만큼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었다는 뜻일 터. 거기에다 강민혁은 보나와 서바이벌 게임 중 영화 ‘쉬리’를 패러디할 정도로 위트 있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모두가 두려워하는 김탄, 최영도에게 “은상을 아프게 하지 마라”며 일갈하는 ‘상남자’의 매력도 선보였다. 다정함과 남자다움의 공존이라니, 이 남자에게 빠져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적극적인 리액션에 비해 분량이 적었다는 점은 내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음 작품에서는 주연으로, 그것도 ‘상남자’ 캐릭터로 우리를 찾아주시길.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