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꿈’은 미혼모들의 일상을 담담한 시선에서 쫓은 다큐멘터리다. 배우 장동건과 결혼해 아들을 품에 안고 현재 둘째도 임신 중인 고소영은 결혼 이후 아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매체 보도를 통해 알려졌듯, 고소영은 그간 입양아들을 위한 기부 및 봉사활동에 힘을 써왔다. 그러던 차, 그녀의 관심은 미혼모에게도 옮겨간다.
사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왔듯, 사람들은 “책임지지도 못할 짓을 하지 않았나”라며 이들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미혼모들이 어째서 무책임한 집단으로 오해받아야하는 것일까. 젊은 날 실수를 해버렸지만, 가족들도 또 아이의 아버지조차 반가워하지 않았던 자신의 아이를 용감하게 혼자 키우려는 이들이 어째서 ‘무책임’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하는 것일까.
결국 이들에 대한 편견 자체는 몰이해에서 빚어진 것이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여러 미혼모들은 시설과 지극히 적은 혜택에 의지해 혼자의 힘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시설 관계자는 “미혼모가 처음부터 가난한 것이 아니라, 혼자 아이를 키우다보니 가난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차별이 이들을 힘든 현실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런 미혼모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고소영과 신수원 감독은 다큐멘터리 제작에 힘을 썼다. 그러나 이 역시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대기업들의 투자 및 지원을 받고자 힘을 썼지만, 미혼모를 위한 다큐멘터리라는 이유로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고 한다. 톱스타 고소영이 나섰음에도 말이다. 이런 사회적 풍토라면, 사실 이미지가 중요한 여배우 고소영이 나서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긴 했다. 하지만 직접 대면해본 이들의 현실, 특히 이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라면 자신이라도 나서야 한다 생각했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고소영과 신수원 감독. 두 사람은 미혼모들을 동정의 대상으로 그리지는 말자고 의견을 합했다. 신수원 감독은 다큐멘터리 방영 전 텐아시아와 인터뷰에서 “사실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전 미혼모를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었고 말로만 들었던터라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보통 그분들에 대한 시각은 동정의 대상 정도이지 않았나. 실제로도 그분들의 경제적인 상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실제 만나보니 오히려 풋풋하고 건강하게 스스로 아이를 지키고 돌보겠다는 건강한 의지가 있는 이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모습에서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동정의 대상도 편견의 대상도 아니다. 그들을 불쌍한 존재로 그리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차별, 편견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들은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것 뿐이다”라며 “이들을 불쌍한 시선으로 바로보는 것, 또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것이 또 하나의 가해라 여겼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눈물샘을 자극하는 방식이 대중의 관심을 더 끌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의 기획의도는 단기적 관심유발이 아니라 이들에 대한 근본적 인식개선에 있었기에 그러한 방식은 지양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또 한 번 장애는 있었다. 자극적인 스토리텔링을 던 대신 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하려면 프라임타임 편성이 절실했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다큐멘터리 관계자는 “편성을 받기 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데, 고소영 씨가 출연하는데 분량이 적다는 지적도 있었고 심지어는 고소영 씨의 아이가 출연했으면 한다는 주문까지 받았었다”며 “그러나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미혼모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꼬집는 것이지, 스타의 일상을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결국 편성이 늦어져, 당초 10월에 방영 예정이었으나 12월까지 미루어졌던 것에 이어 프라임 타임인 오후 11시대가 아니라, 오후 6시대에 방영하게 됐다.
미혼모가 우리 사회의 어긋난 인식으로 인한 편견의 대상이라는 점은 그들이 출연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는 과정 속에서도 또 한 번 드러났다.
글. 배선영 sypova@tenas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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