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박형식, SBS ‘심장이 뛴다’의 최우식, KBS2 ‘근무 중 이상 무’의 오종혁(왼쪽부터)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박형식, SBS ‘심장이 뛴다’의 최우식, KBS2 ‘근무 중 이상 무’의 오종혁(왼쪽부터)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박형식, SBS ‘심장이 뛴다’의 최우식, KBS2 ‘근무 중 이상 무’의 오종혁(왼쪽부터)

체험 예능 전성시대가 왔다. 군인, 소방관, 경찰 등 체험의 종류도 다양하다. 스튜디오 녹화와 설정된 상황을 토대로 제작되던 예능 프로그램이 리얼 버라이어티를 넘어 체험형 관찰 예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 MBC ‘일밤-진짜 사나이’, SBS ‘심장이 뛴다’, KBS2 파일럿 프로그램 ‘근무 중 이상 무’가 그 대표격이다.

# 방송가는 왜 ‘체험형 예능’에 빠져들었나

관찰형 예능의 신호탄을 쏜 프로그램은 단연 ‘진짜 사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간 군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는 ‘군대’에 대한 출연진의 진지한 접근과 대중과 접점을 찾으려는 군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했다.

‘진짜 사나이’의 시청자층을 분석해보면 프로그램의 성격을 알 수 있다. 군대라는 소재가 얼핏 생각하면 제대한 남성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진짜 사나이’를 시청자의 대부분은 여성이며, 그중에서도 40~50대 여성의 비율이 가장 높고 20대 여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즉, ‘진짜 사나이’는 그간 베일에 싸여 풍문으로만 전해 들었던 군대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진짜 사나이’는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세대와 남자친구를 떠나보낸 ‘고무신’ 시청자들의 감성 자극까지 성공하며 MBC 주말 예능의 부흥에 일조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MBC ‘일밤-진짜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MBC ‘일밤-진짜 사나이’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절대 강자란 없는 법. 최근 ‘진짜 사나이’는 지지부진한 성장세를 보이며 변화의 기로에 섰다. 김수로, 서경석, 샘 해밍턴, 류수영, 장혁, 손진영, 박형식 등의 출연진의 캐릭터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어느덧 34회의 방송을 마친 ‘진짜 사나이’는 최초의 신선함을 잃고 ‘동일 패턴의 반복’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지난 3일 해군 체험을 마친 ‘진짜 사나이’가 한 번 더 육군 부대에 도전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군대에 대한 지식과 함께 먹방, 스토리텔링 등 ‘진짜 사나이’의 흥행 포인트가 약발이 다한 만큼, 다시 육군으로 돌아간 ‘진짜 사나이’가 최초의 신선함을 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 소방관에 이어 경찰까지…. 체험 예능의 방향성 제시할까

본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심장이 뛴다’는 그간 다뤄진 적이 없던 ‘소방서 이야기’라는 신선한 소재가 호평을 받으며 정규 프로그램으로 안착한 사례다.

SBS ‘심장이 뛴다’ 방송화면 캡처
SBS ‘심장이 뛴다’ 방송화면 캡처
SBS ‘심장이 뛴다’ 방송화면 캡처

특히 ‘심장이 뛴다’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소방관의 업무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과 출연진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의 덕이 컸다. 전혜빈, 최우식, 천명훈, 조동혁, 박기웅, 장동혁 등의 출연진은 파일럿 당시 소방 교육을 받았던 것을 토대로 정규 편성 이후 일선 소방서의 119안전센터에 배치되어 현직 소방관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고 있다.

하지만 ‘심장이 뛴다’는 다큐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정보와 감동이라는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청률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적이고 현장감 있는 이야기 전달력에 비해 방송적으로 시청자 흡입을 위하 스토리텔링이 부족한 탓이다. 최근 들어 ‘심장이 뛴다’는 캐릭터 형성에 공을 들이며 시청률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경계에서 중심 잡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첫 전파를 탄 파일럿 프로그램 ‘근무 중 이상 무’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총 3회로 기획된 프로그램이 첫 회부터 전국시청률 6.0%를 기록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무 중 이상 무’ 첫 회에 담긴 이야기만 놓고 보자면 불안한 시선을 거두기 어렵다.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한계 속에 ‘경찰의 삶’, ‘시민 의식의 변화’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 첫 방송에서는 메시지보다는 재미 전달에 집중한 모습이 더러 발견된다. 계속해서 자체 ‘몰래카메라’를 실시하는 출연진의 모습이나 경찰 교육에 일부 출연진의 태도에서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 탓이다.

KBS2 ‘근무 중 이상 무’ 방송화면 캡처
KBS2 ‘근무 중 이상 무’ 방송화면 캡처
KBS2 ‘근무 중 이상 무’ 방송화면 캡처

물론 4일 오후 11시 방송되는 ‘근무 중 이상 무’ 2회가 교육을 마친 출연진의 현장 투입을 다루는 만큼, 그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특히 얼마 전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됐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정규 편성의 쾌거를 거둔 바 있기에, ‘근무 중 이상 무’도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단순히 관찰형 다큐 예능에 집중해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으로는 시청자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는 사실은 ‘심장이 뛴다’로 증명되었고, 방송 예능에 집중해 캐릭터 형성과 재미에만 집중할 경우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은 ‘진짜 사나이’가 몸소 보여주고 있다. 예능과 체험, 그 미묘한 경계에서 균형 잡기에 성공하기 위한 프로그램만의 무기를 절실히 찾아야 하는 이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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