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에서 파릇파릇 새내기를 연기 중인 서른 네살 김성균
‘응답하라 1994′에서 파릇파릇 새내기를 연기 중인 서른 네살 김성균
‘응답하라 1994′에서 파릇파릇 새내기를 연기 중인 서른 네살 김성균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 속 배우 김성균의 캐스팅은 요즘 말로 ‘신의 한수’였다.

처음 그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막연히 ‘교수님’ 내지는 ‘선생님’ 역할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응답하라’가 이끌고 간 1994년의 세상에서 김성균은 스무살 대학 새내기가 돼있었다.

물론 스무살 나이로는 믿기지 않을 노안으로 설정돼, 그 또래의 대학생 자녀를 둔 아버지 성동일이 90도로 인사하며 “나이가 스무살이셔”라며 “올라가세요. 계단 조심하세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크린에서는 전문킬러에 살인마, 조직폭력배와 같은 거센 캐릭터만 도맡아 오던 김성균이 어눌한 새내기를 연기하는 장면은 올해의 가장 파격적인 신(scene)중 하나가 아닐 수 없었다.

김성균은 1980년생, 올해 한국나이로 34세다. 극중 같은 나이로 등장하는 조윤진 역의 걸그룹 타이니지 도희와는 무려 14세 차이가 나며, 실제 그가 맡은 배역 삼천포와의 나이 차도 14세다. 그럼에도 김성균이 새내기를 연기한다는 사실, 그리고 도희가 또래 하숙생이라는 설정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오롯이 김성균이라는 배우의 힘이다.

‘응답하라 1994′ 1회에서 김성균은 서울역에서 신촌까지 지금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은 거리를 돌아돌아 10시간이 걸려 도착한 험난한 행군을 보여줬다.

시골에서 서울로 처음 올라온 삼천포의 비장하지만 어딘지 어수룩한 느낌을 자아내는 눈매는 막 상경한 촌놈 새내기의 그것이었으며, 도무지 올 생각이 없는 듯한 ‘신촌행’ 열차를 기다리는 불안하고 지친 표정과 간신히 용기를 내어 “저기 저기, 신촌행 열차는 언제 와요?↗ 제가 신촌을 갈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의정부 북부행 열차 3번↗, 청량리행 열차2번↘, 의정부행 열차 또 세 버언↗, 청량리행 열차 한버언↘. 신촌행 열차는 도대체 언제 와요?↘”라고 차바(차가워) 보이는 서울사람에게 어눌하게 미소지으며 질문하는 모습의 디테일한 표현력은 그의 실제 나이를 잊게하기에 충분했다.

이어 2회에서 파격적인 샤워신으로 드라마의 문을 연 김성균의 발랄하고 상큼한, 한편으로는 소심한 표정은 스무살의 그것이 맞았다. 20년 평생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며 잠을 자는 예민한 사회초년생의 느낌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앞서 말했듯, 김성균은 2011년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조직폭력배 박창우 역을 맡아 특유의 단발머리 속 순박하지만 잔인한 표정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첫 주연작 영화 ‘이웃사람’에서는 배우라면 누구나 꿈꿀만한 살인마 역을 거머쥐었다.

당시 김성균은 “두 작품 만에 배우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역할을 하게 돼서 기쁜 한편 걱정도 된다”라며 “이런 변신의 기회가 일찍 찾아온 것이 좋지만, 너무 일찍 온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도 함께 갖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김성균이 살인마에 뒤이어 스무살 새내기로 변신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성균은 첫 브라운관 데뷔에서 살인마로의 변신보다 더욱 파격적이고 신선한 새내기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냈으며, 그 덕분에 배우의 변신이란 한계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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