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비밀’ 제작발표회 현장의 지성, 황정음, 이다희, 배수빈(왼쪽부터)
KBS2 ‘비밀’ 제작발표회 현장의 지성, 황정음, 이다희, 배수빈(왼쪽부터)
KBS2 ‘비밀’ 제작발표회 현장의 지성, 황정음, 이다희, 배수빈(왼쪽부터)

“사랑하는 연인을 죽인 그녀에게 빠져버렸습니다. 하루, 하루가 너무 가혹합니다.”

KBS가 야심 차게 준비한 새 수목드라마 ‘비밀’이 베일을 벗었다. 오는 25일 첫 방송을 앞둔 ‘비밀’은 진정한 사랑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유산 상속을 위해 정략결혼을 택한 민혁(지성)과 사랑을 위해 온몸을 던진 여인 유정(황정음), 모든 걸 갖췄음에도 사랑은 얻지 못하는 여자 세연(이다희)과 가난에 허덕이다가 권력의 맛을 보게 된 남자 도훈(배수빈)이 우연한 사고로 인해 인생이 뒤바뀌며 겪게 되는 열병과 같은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비밀’은 KBS가 그간 선보여온 ‘적도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등의 정통 멜로의 계보를 잇는다. 격정 멜로드라마를 표방하는 ‘비밀’은 처음으로 나쁜 남자 역에 도전하는 지성과 비련의 여주인공에 황정음을 캐스팅하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드라마스페셜’, ‘드림하이’, ‘학교2013’ 등의 청춘·학원물 드라마를 만든 이응복·백상훈 PD가 만나 특유의 섬세한 감정을 얹을 예정이다. 격정멜로 ‘비밀’은 올가을 안방극장을 진한 멜로의 향기로 물들일 수 있을까. 지난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 참여한 주연배우들과 PD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비밀’의 준비기간이 길었던 것으로 안다.
이응복 PD: ‘비밀’은 작년도 KBS 미니시리즈 공모 당선작으로 1년 정도 준비기간을 거쳤다. 예고편에는 격정멜로라고 소개됐지만, 사실 처음에 우리끼리는 ‘걱정’멜로라고 불렀다(웃음). 대본을 만들어 놓고 캐릭터를 생각할 때 ‘적도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등의 KBS 대표 멜로드라마와 어떻게 차별점을 줄 것인지 고심했다. 캐스팅도 그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Q. 상대적으로 익숙한 배역을 맡은 배우도 있는가 하면 다른 이미지의 배역에 도전하는 배우들도 눈에 띈다.
이응복 PD: 사실 두 남자배우가 불혹을 앞두고 있고 9월에 결혼 계획이 있기에 고민도 됐다. 하지만 지성이나 배수빈 모두 아이 같은 순수한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캐스팅이라 생각한다. 황정음도 처음에는 비련의 여주인공 역할이 어울리지 않을 듯했으나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새로운 매력을 보게 됐다. 아마 작품을 보시면 ‘눈물의 여왕’이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이다희는 깨지지 않을 듯한 단단함 속에 나오는 눈물과 같은 섬세한 연기를 기대하셔도 될 것이다.

KBS2 ‘비밀’ 제작발표회 현장의 황정음(왼쪽), 지성
KBS2 ‘비밀’ 제작발표회 현장의 황정음(왼쪽), 지성
KBS2 ‘비밀’ 제작발표회 현장의 황정음(왼쪽), 지성

Q. 지성이 나쁜 남자 역할을 맡는다는 게 의외다. 기존의 젠틀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상반되는 것 같은데.
지성: 원래 9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기에 개인 생활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시놉시스를 보니 작품이 굉장히 매력적이더라. ‘비밀’의 솔직하고 담백하면서도 세련된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대본을 읽으면서 조민혁 역할을 내가 어떻게 소화해낼 수 있을 지도 머릿속에 그려졌다.

Q. ‘배신의 아이콘’ 배수빈은 ‘비밀’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게 됐다.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배수빈: 지성과 마찬가지로 9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 개인적인 일에 집중하려 했었다. 하지만 시놉시스를 보니 참을 수가 없더라(웃음). 안도훈 역이 배우로서 한 번 도전해볼 만한 과제라고 느꼈다. 항상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물론 이미지가 각인되는 것은 싫다. 그래서 2년 정도 쉬면서 내 안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난 지금은 연기자로서 좀 더 단단해졌다고 느낀다. 안도훈 역이 다면적인 캐릭터인 만큼 이번 작품을 통해 밀도 높은 감정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Q. 지성과 배수빈은 결혼을 앞둔 시점에 격정 멜로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지성: 9월에 좋은 일을 앞둔 사람들로서 ‘배지커플’이라는 수식도 얻었다. 현장에서는 서로 “준비 잘 돼요?”라고 묻는 게 첫 인사다(웃음). 둘 다 촬영을 쉬는 날에는 결혼 준비를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배수빈: 지성과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 좋다. 앞으로 지성과 더 많은 것들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연기적으로는 원래 생활이 일에 지장을 받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배역과 결혼은 크게 관계가 없다(웃음).

Q. 이다희가 맡은 신세연 역은 직업도 그렇고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의 서도연과 비슷한 캐릭터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이다희: ‘너목들’의 서도연이 검사 직업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느낌이 강했다면, ‘비밀’에서는 두 남자 사이에서의 갈등을 좀 더 집중적으로 보여드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Q. 황정음은 ‘비밀’을 통해 연기 생활 처음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캐릭터를 맡게 됐다.
황정음: 처음에는 부담이 많았는데, 지성이 감정선 잡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웃음). 개인적으로는 ‘비밀’ 이전에 의학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고생했다. ‘내가 왜 연기를 하지?’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점점 내공이 쌓여가고 있다.

KBS2 ‘비밀’ 제작발표회 현장의 배수빈(왼쪽), 이다희
KBS2 ‘비밀’ 제작발표회 현장의 배수빈(왼쪽), 이다희
KBS2 ‘비밀’ 제작발표회 현장의 배수빈(왼쪽), 이다희

Q. ‘비밀’의 구성이 통속극의 느낌이 강해 뻔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평도 있다.
배수빈: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화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살면서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인생의 굴곡은 못 느껴봤지만, 충분히 그것보다 더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나는 통속극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대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보편적인 정서를 담았다는 사실을 의미하지 않나. 중요한 건 그것을 바탕으로 연기자들이 얼마나 밀도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Q. ‘비밀’을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를 알려준다면.
이다희: 이응복 PD가 굉장히 섬세한 분이다. 근데 애정신에서는 무척 고지식하다(웃음). 그 부분을 유심히 보시면 좋을 것 같다.
배수빈: 드라마를 보시면 이다희의 팜므파탈적인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거다. 실제로 연기를 하면서도 이다희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워낙 늘씬해서 이다희를 보면 시원시원하다고 느끼실 거다. 나는 검사 역할이라서 양복밖에 못 입으니까 얼굴로 승부해보겠다(웃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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