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새 파일럿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의 출연진 신현준, 남희석, 성규, 정겨운, 이훈(왼쪽부터)
KBS2 새 파일럿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의 출연진 신현준, 남희석, 성규, 정겨운, 이훈(왼쪽부터)
KBS2 새 파일럿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의 출연진 신현준, 남희석, 성규, 정겨운, 이훈(왼쪽부터)

“세상의 모든 남자는 두 부류로 나뉜다. 자기가 가출하고 싶은 남자, 그리고 아내와 자식이 몽땅 가출했으면 하는 남자!”

KBS2 새 파일럿 프로그램 ‘바라던 바다’는 본격적인 ‘가출 예능’을 표방한다. 지난 5월 결혼한 새신랑 신현준부터 둘 딸의 아빠 남희석, 원조 몸짱 이훈, 쌍둥이 아빠 정형돈까지 네 명의 유부남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탈출을, 첫 예능 나들이에 나선 배우 정겨운과 아이돌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성규는 바쁜 스케줄과 무기력한 나날들 속의 일탈을 꿈꾼다.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바닷길 14,848Km의 대장정을 위해 요트에 오른 여섯 명의 남자들은 섬 하나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 위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11일 첫 방송 되는 ‘바라던 바다’의 여섯 남자와 연출을 맡은 조성숙 PD를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한 발짝 먼저 만나봤다.

Q.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반가운 얼굴들이 여럿 보인다. ‘바라던 바다’에 출연한 소감이 어떤가.
신현준: 처음에 조성숙 PD에게 ‘남자들의 가출 프로젝트’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 나는 결혼한 지 100일도 안 돼서 가출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웃음). 오랜만에 예능에 출연하게 됐는데,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남희석: 조성숙 PD가 가출해서 좋은 시간 보낼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나왔는데 막상 찍고 나니 ‘역시 PD 말은 믿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출연자들이 며칠 만에 6개월 이상 만났던 사람들처럼 친해졌다. 꼭 정규편성 돼서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훈: 얼마 전 KBS2 일일드라마 ‘일말의 순정’도 아쉽게 끝맺었기에 ‘바라던 바다’조차 잘 안 된다면 나는 KBS에 족적을 못 남기게 된다(웃음). 나는 머리 쓰는 일보다는 몸으로 하는 일을 더 좋아하기에 요트를 타면서 몸을 많이 쓸 수 있어 즐거웠다. 신현준, 남희석 등 20년 지기 선배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다.

Q. 정겨운과 성규는 팀의 막내로서 ‘바라던 바다’에 합류하게 됐다.
정겨운: 첫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계속 얼어있느라 말도 잘 안 했다. 이훈이 술자리를 만들어서 긴장을 풀어줬고 그 후부터 조금씩 적응이 돼갔다. 서른두 살이 되도록 부모님의 말씀을 어겨본 적이 없고, 가출도 안 해봤다. 요트 여행은 나에게는 굉장한 도전인 셈이다.
성규: 무엇을 하고, 누구와 함께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투입됐다. 첫 촬영 때 이동하면서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보고 바다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웃음). 개인적으로는 물을 무서워하는데 좋은 경험이 됐다. 일곱 명의 인피니트 멤버들과 숙소 생활을 하면서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바라던 바다’의 요트 여행은 나에게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회가 됐다.

신현준, 남희석, 조성숙 PD(왼쪽부터)
신현준, 남희석, 조성숙 PD(왼쪽부터)
신현준, 남희석, 조성숙 PD(왼쪽부터)

Q. ‘요트’라는 단어만 놓고 보면 호화스러운 여행처럼 보이기도 한다.
조성숙 PD: 원래 생각한 콘셉트는 해안선을 따라 바닷길 종주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보트, 여객선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요트를 선택한 이유는 안정성 때문이다. 조사를 해보니 숙련된 선장 한 분만 있으면 초보자들도 항해할 수있다고 하더라. 또 기상이 나빠지면 배는 전복 될 수도 있는데 촬영 때 탄 요트는 135도까지 기울어져도 괜찮다고 하더라.

Q. 바다 위에서 촬영하는 것이 위험하지는 않았나.
조성숙 PD: 요트가 위험할 때는 일기가 안 좋을 때인데, 물론 그때는 항해하면 안 된다. 출연자들도 바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았다.
남희석: 우리는 개인적으로 위기가 좀 왔으면 했는데 그런 위험조차 없더라. 대한민국 해경들이 너무 관심을 가져주셔서 5분조차 독자적으로 표류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촬영을 못 할 정도로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다(웃음). 조성숙 PD는 구명조끼를 30초라도 안 입고 있으면 바로 카메라를 꺼버렸을 정도다. 안전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Q. 요트로 항해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프로그램들과 비슷한 점도 많아 보인다. ‘바라던 바다’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조성숙 PD: 많은 가능성을 열어 뒀다. 어떤 행동을 강제하지 않고 무리한 일은 하지 않는 과정 중에 자유롭게 출연자들의 의견에 따라 녹화가 진행됐다.

Q. 꿈에 그리던 가출을 합법적으로 하게 됐다. 바다 위에서 무엇을 느꼈는가.
신현준: 요트 여행이라고 해서 아름다움만 있는 건 아니다. 배의 고장도 있었고 예기치 못한 상황들도 더러 있었다. 그 안에서 여섯 명의 남자들이 서로 의지하고 난관을 극복해 나가며 성취감도 느꼈다. 막상 섬에 진입할 때는 못 느꼈는데, 섬을 빠져나와서 돌아보니 섬이 무척 아름답더라. 그때가 돼서야 내 인생도 그렇게 찬찬히 돌아보면서 살아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훈: 요트 여행을 하다 보니 우리가 얼마나 위험을 잘 대비하고 상황이 닥쳤을 때 잘 극복해내는가가 중요한 것 같더라. 우리가 너무 일상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고 있다. 한 번 사는 인생을 너무 재미없게 살고 있다. ‘바라던 바다’는 그런 측면에서 나에게 유의미한 도전이었다.
정겨운: 인류가 지구에서 정복하지 못한 유일한 장소가 바다다. 우주보다 작은 바다를 왜 정복하지 못하는지 항상 궁금했었다. 나의 첫 예능이 바다를 탐험하는 프로그램이라서 앞으로의 여정이 더 기대된다. 형들에게 예능감 배워서 다른 데서 써먹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웃음).

정겨운, 성규, 이훈(왼쪽부터)
정겨운, 성규, 이훈(왼쪽부터)
정겨운, 성규, 이훈(왼쪽부터)

Q. 결혼한 유부남들은 가정에서 벗어난 만큼 기분이 더 남달랐을 듯한데(웃음).
남희석: 얼마 전에 결혼 13주년이 됐다. 여행을 며칠 갔다 오면 힘든 점도 있지만, 돌아왔을 때 좋은 점이 더 많다. 문득 여행 중에 아내에게도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아내에게도 가출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웃음).
이훈: 방송 생활을 20년 하면서 쉬어 본 적이 거의 없다. 얼마 전에는 사업에 손을 댔다가…(침묵). 항상 바빴고, 늘 새벽에 나가고 늘 밤늦게 들어오는 게 일상이었다.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도 없고 집에 개가 있는데 개도 나를 싫어하더라(웃음). 어느 날 새벽에 집에 들어갔는데 깜깜한 집에 혼자 있는 느낌이 들더라. 가족을 위해 사는 것이 대한민국 남자의 삶이지만, 내가 스스로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건지 자문하게 됐다. ‘바라던 바다’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 활력소가 됐다. 촬영이 끝났을 때는 정말 요트에서 내리기 싫었다.
신현준: 배우 생활을 하면서 작품의 캐릭터를 공부하고 그 인물이 되는 과정 중에 배우는 게 많았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마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난 기분을 느꼈다.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가출을 권해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혼자 있어보니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사소한 것들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도 다시 느꼈다. 나에게는 ‘바라던 바다’가 성장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Q. ‘바라던 바다’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해준다면.
조성숙 PD: 배 이름은 출연자들이 직접 지었는데 ‘레귤러’라고 지었다(웃음). 우리가 의도한 재미와 감동이 잘 전달돼서 꼭 정규 편성되었으면 좋겠다.
남희석: 배에서 불이 나면 안 되니까 불을 사용하는 요리는 불가능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신현준은 요리 프로그램을 방불케 하는 요리 실력을 뽐냈다. 또 ‘바라던 바다’를 보시면 정겨운의 매력과 이훈의 놀라운 근육에 놀라게 되실 거다. 형들보다 더 형 같았던 막내 성규의 활약도 대단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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