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는 유난히 ‘남자’가 많이 등장합니다. 매주 아이들과 여행을 떠나는 ‘아빠’, 훈련에 지치고 바나나 라떼에 위로받는 ‘사나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몸부림치는 ‘무지개 회원’들까지 모두 남자입니다. TV 속 남자들은 각자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서미도(신세경)를 사랑하는 한태상(송승헌)도 아니고, 관심 없던 사랑노래를 흥얼거리는 인피니트도 아니지만 남자는 사랑을 합니다. 사랑은 손금과 같아서 바라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부성애, 음식에 대한 참기 힘든 욕망, 외로움을 달래 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까지 그 모양이 다양합니다. 이번 ‘당신이 빛나는 밤에’에서는 그들이 할 법한 사랑의 이야기를 가상으로 꾸며 봤습니다.

‘지아 아빠’ 송종국
‘지아 아빠’ 송종국


‘지아 아빠’ 송종국

첫 번째 사연
안녕하세요, 2002년엔 히딩크호의 황태자였지만 지금은 딸바보가 된 송종국입니다. 제가 월드컵 대표로 뽑히고, 16강을 넘어서 4강에까지 올랐다니… 지금 생각해도 참, 꿈만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전 요즘의 하루하루가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요. 제 눈앞에 항상 천사가 서 있으니까요. 이 천사는 추운 날엔 콧물을 흘리고, 다리가 아프면 안아달라고 떼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항상 애교가 듬뿍 담긴 눈으로 제 눈을 바라보고, 어린 나이임에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기특한 아이랍니다. 저를 “아빠~”라고 부르는 이 천사 때문에 저는 매일 결승골을 넣는 기분으로 살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자꾸 신경쓰이는 사람이 생겼는데요, 바로 윤후입니다. 요즘 후 좋아하시는 분들 참 많죠. 제가 봐도 참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인 것 같아요. 그런데 지아가 후랑 친하게 지낼수록, 저에게 점점 소홀해지는 건 아닌가 하는 유치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못난 아빠라고 욕하셔도 좋아요. 섭섭하고 불안한 걸 어떡해요. 그래서 지난번엔 지아한테 찝적대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교육을 하기도 했습니다. 크면서 더 예뻐지면 후처럼 지아 따라다니는 남자애들이 한둘이 아닐 텐데… 남자 마음은 남자가 더 잘 알잖아요. 뭐, 그래도 우리 예쁜 천사 지아는 똑똑하니까 별 탈 없이 잘 자랄 거라고 믿어요. 여러분, 우리 지아가 지금처럼 예쁘고 맑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더 행복할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DJ 10 : 여, 영광입니다.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를 꼼짝 못하게 하던 송종국 선수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렇게 10년 뒤에 딸바보로 돌아오실지 누가 알았겠어요. 어린 나이에 지아가 어쩜 그렇게 똑 부러지나 했더니 그라운드 위에서 영리하게 플레이하던 아빠를 닮았나 봐요. 엄마가 버릇 나빠진다고 그렇게 말리는데도 산꼭대기에까지 지아를 안고 다니는 모습 보면서는 역시 운동선수 출신은 다르구나, 싶었구요. 그런 송 선수가 여섯 살 짜리를 질투하신다니… 저도 아빠가 주는 것 대신 후가 주는 탕수육을 먹는 지아를 보면서 “지아 아빠 어떡하나” 걱정하긴 했어요. 송 선수가 느꼈을 배신감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지아가 워낙 사려 깊은 아이다 보니 매일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아빠보다는 가끔 만나는 후를 배려한 것 같아요. 지아는 송 선수 말대로 천사같은 아이니까요. 그런데 혹시 ‘철벽녀’라고 들어보셨어요? 지아가 나중에 ‘모자랄 것 하나 없는데도 연애를 못하는 여자’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시죠? 그렇다면 뽀뽀하는 사람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라는 그 ‘결코 간단하지 않은 교육’은 멈춰 주세요. 지아를 예뻐하는 후 같은 남자들도 누군가에겐 천사같은 자식이잖아요. 그리고 그게 지아의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도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네, 러블리한 지아를 사랑하는 송 선수의 마음 그대로를 가사로 옮긴 듯한 노래죠,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 들려드릴게요.


Isn’t she pretty
그녀가 너무 예쁘지 않나요?
Truly the angel’s best
정말, 천사들 중에서도 최고일 거예요.
Boy, I’m so happy
그대여, 난 너무 행복해요.
We have been heaven blessed
우린 천국의 축복을 받았어요.

바나라 라떼를 사랑하는 샘 해밍턴
바나라 라떼를 사랑하는 샘 해밍턴
바나라 라떼를 사랑하는 샘 해밍턴

두 번째 사연
충.성! 신고합니다! 이변(이병) 샘 해밍턴은 2013년 5월 9일부로 사연을 쓸 것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내 꿈은 람보였습니다. 총알이 피빨(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척(적)들을 물리치는 람보를 보면서 어릴 척(적)부터 쿠닌(군인)을 꿈꿔왔습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 촬영을 하면서 저는 람보가 아니라 먹포(먹보)에 풀과(불과)했다는 싸실(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톡싸(독사) 조교의 지적을 받았을 때, 탄피를 잃어버렸을 때는 다 콴두고(관두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군대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PX에서 쏘쎄지(소시지)와 냉동튀김을 먹을 때는 피로가 풀렸고, 군대리아는 프랑스 요리같았습니다. 냄비 없이 끓여먹을 수 있는 포그리(뽀글이)는 사회에서도 자주 먹게 될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자판기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빠나나라테(바나나라떼)입니다. 혀를 자극하는 달콤한 맛! 그게 250원이라니…. 그런데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타이어트(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차주(자주) 듣습니다. 처는(저는) 원래 몸매에 신경 안 써왔는데 고민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처는(저는) 타이어트(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겁니까? 먹고 싶은 걸 참으면서 쌀아야(살아야) 하는 겁니까? 혼란스럽습니다. 이병 샘 해밍턴, 그럼 타음(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 만나뵙겠습니다. 충.성!

DJ 10 : 충성!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반가워요, 샘 이병. 순식간에 주말 예능의 대세로 올라선 거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활약해 주시길 바라요. 그런데 다이어트를 하겠다구요? 일단, 그 다이어트는 실패할 게 뻔해요. PX에서 소시지와 냉동튀김을 흡입하던 당신 모습을 전 국민이 봤는데, 그런 당신이 다이어트를요? 그것도 먹고 싶은 걸 참아가면서? 괜히 힘 빼지 말고 그냥 먹고 싶은 것 많이 드세요. 당신이 대세가 된 건 어리바리한 모습이 귀여워서이기도 하지만,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음식, 그것도 군대에서만 먹는 음식을 복스럽게 먹는 모습이 좋게 비쳐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앞으로 가게 될 다른 부대에서도 다른 희귀한 먹거리들이 분명 있을 텐데 그 ‘먹방’의 중심에 샘 이병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진짜 사나이’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는 한동안 참아 주세요. 정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면 운동으로 풀면 되잖아요. 마침 샘 이병처럼 뚱뚱한 남자들이 작정하고 만든 노래가 있는데요, 뚱스의 ‘고칼로리’ 들으면서 오늘 저녁엔 뭘 먹을지 고민해 보세요.


먹을 걸 참지 말아요
맛있는 것을 참지 말아요
손으로 집고 무작정 입으로 넣어요
맛있잖아요

사랑하고 싶은 ‘무지개’ 김광규 회원님
사랑하고 싶은 ‘무지개’ 김광규 회원님
사랑하고 싶은 ‘무지개’ 김광규 회원님

세 번째 사연
“아버지 뭐하시노?”의 주인공이자 혼자 ‘잘’ 사는 남자 김광규입니다. 원래 이 시간은 집에서 홈쇼핑 광고를 보는 시간인데, 오늘은 맘에 드는 상품도 없고 따분해서 사연을 보냅니다. 얼마 전에 제가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났어요. 패키지 와인 열차 여행이었는데요, 기차나 와인이나 원래 로맨틱한 것들이잖아요. 그래서 와인 여행을 가면 <초록물고기>의 심혜진처럼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열차에 탄 분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오신 분들이더라고요. 민망하고 외로운 마음을 와인으로 달래고 있는데, 그때 거짓말처럼 혼자 오신 외국인 여성분이 제 앞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자기소개도 하고 게임도 하면서 나름대로 즐거웠는데,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하다 보니 대화가 안되고, 결국 그녀는 떠났습니다. 심란하기도 했고 아침부터 마신 와인에 취기가 오른 저는 와인 족욕을 하다 잠이 들고 말았는데요, 눈을 떠보니 같이 족욕을 하던 관광객들은 다 먼저 떠나고 그 넓은 족욕실에 저 혼자 앉아있더군요. 제가 얼마나 처량하게 느껴졌는지 아시겠어요?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떠난 여행이 오히려 저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여행갈 땐 혼자 가지 마시구요, 술 많이 드시지 마세요. 물론 혼자 산다고 모두가 외롭게 사는 건 아닙니다. 우리 무지개 회원님들 보세요, 다들 나름대로 멋진 싱글 라이프 즐기고 계시잖아요. 뭐, 저도 그랬구요. 하지만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 힘이 될 때가 있어요. 단, 저는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겁니다. 하지만 굳이 저랑 하겠다면 생각해 볼 의향은 있어요. 그런 분 없으신가요? 뭐 없으면 하는 수 없지만요. 잠깐, 근데 이게 웬 타는 냄새지? 앗! 프라이팬!

DJ 10 : 저런. 프라이팬은 안녕하신가요? 그리고 김광규 회원님도 안녕하신가요? 노홍철 무지개 회장님의 말처럼 혼자 사는 삶이 다 외롭고 처량하기만 한 건 아니겠죠. “조금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고, 외롭지만 외롭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어요. 광규 회원님도 집에서 홈쇼핑, 영화 등 나름의 여가를 누리시면서 ‘잘’ 살고 계셨잖아요. 하지만 회원님, 와인 열차 여행에서의 회원님 모습은 많이 쓸쓸해 보였어요. 다같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패키지 여행객들 속에 윌슨을 끌어안고 홀로 있는 회원님이 더 두드러져 보였거든요.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요, 결혼을 꼭 할 필요 있나요? 하지만 적어도 회원님 곁을 지켜줄 친구는 필요할 것 같아요. 꼭 ‘정분날 대상’이 아니더라도, 친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한영애의 ‘누구 없소’ 들려 드릴게요, 이 노랠 듣고 아침마다 김광규 회원님을 깨워 줄 누군가가 하루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네요.


잠을 자는 나를 깨워 줄 이
거기 누구없소
누군가 아침되면 나 좀 일으켜줘
누군가 아침되면 나 좀 일으켜줘

글. 기명균 kikiki@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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