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나인>은 타임슬립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멜로, 액션, 스릴러 등 여러 장르가 한데 뒤섞여 있다. 때문에 ‘로맨스릴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스무 개의 에피소드를 거쳐 오는 동안 <나인>이 남긴 명장면 명대사를 골라봤다.

# 차창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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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나인>

<나인>의 첫 회에서 박선우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민 주민영에게 키스를 한다. 그리고 “우리 결혼하자”라고 청혼하며 드라마의 포문을 열었다. 네팔 히말라야 산맥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두 사람의 관계를 한 번에 각인시켰다.

# “그깟 웃음이 아니라 나한테 지금 그게 전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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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영은 박선우가 자신에게 시한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것에 화가 나 따진다. 이에 박선우는 “그깟 웃음이 뭐가 중요하냐고? 난 지금 온 힘을 다해 에너지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울고 싶은 기분이 들거든. 그깟 웃음이 아니라 나한텐 지금 그게 전부야”라며 차갑게 말한다. 시한부 인생에 대한 좌절과, 그럼에도 주민영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오롯이 녹아 있는 대사다.

# “기자의 직감으로 이 판타지가 팩트라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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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가 팩트’라는 모순된 어법은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로 자리한다. 박선우는 계속된 이상한 우연에 형 정우(전노민)의 일기장을 뒤지가 일기장 속의 메모와 일련의 사건들을 정리하고 향이 과거로 갈 수 있는 타임머신임을 깨닫는다. 팩트를 중시하는 기자인 박선우가 팩트를 알기 위해 진실을 파헤치면서 판타지를 마주쳤다. 그리고 그 판타지를 팩트로 받아들이면서 드라마가 본격적인 시간 여행에 돌입할 것을 암시했다.

# “믿고 싶은 판타지는 믿고 사랑하는 여자는 사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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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향을 찾아내고 과거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이 생긴 박선우는 주민영과 달콤한 밤을 보낸다. 자신이 찾아낸 팩트가 지독한 환각이 아닐까 두려워 하지만 민영과 3개월이 아니라 30년도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푼다. 신혼여행의 밤은 박선우와 주민영이 사랑의 감정을 확인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 “감히 신 행세 몇 번 했다가 된통 당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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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우의 조카가 된 박민영은 바뀌기 전의 세계에서 남겨진 레코드판의 메시지를 통해 주민영으로서의 기억을 깨닫는다. 혼란스러운 주민영은 박선우에게 달려가 키스를 하고 더욱 자신의 기억에 확신을 갖는다. 이때 박선우는 자신의 시간여행이 만든 비극을 더욱 처절히 깨닫는다. ‘기억도 그대로 유물도 그대로 통증도 그대로 향을 버린다고 끝이 아니었어. 감히 신 행세 몇 번 했다가 된통 당하는 거지. 평생, 죽을 때까지’라고. 과거를 바꾸려다 오히려 꼬여버린 <나인>의 비극을 관통시키는 대사였다.

# “내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말이 뭔 줄 알아? 삼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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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영의 기억을 찾은 박민영을 보고 박선우는 현재의 꼬여버린 매듭을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풀기 위해 주민영에게 “불결하다”는 모진 말을 한다. 상처를 받은 박민영은 주민영과 박선우의 추억이 서린 놀이터에서 박선우에게 전화를 한다. 결국 주민영을 찾아온 박선우는 자신의 진심을 얘기한다. 제 갈 길을 찾아가려는 운명의 몸부림을 빗속의 로맨틱한 키스로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 “지금 내가 죽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죽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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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최진철이 과거에 가서 어린 박선우를 살해할 것을 박에게 지시한다. 어린 박선우는 비가 내리는 길에서 피습을 당하고 겨우 레코드샵으로 피신한다. 박이 어린 박선우에게 상처를 입힐 때마다 어른 박선우의 몸에는 흉터가 하나 둘씩 생겨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결국 붙잡힌 박선우에게 박이 망치를 머리를 가격하려는 순간, 과거로 간 어른 박선우가 나타난다. 극중 가장 긴박감을 자아내는 순간으로 꼽힐만한 장면이다.

# “아무래도 20년 영화를 눈앞에서 빼앗기는 게 훨씬 더 고통스러울 거 같아서. 아마 생지옥이 될 겁니다.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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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은 과거의 기억이 새로 생기는 순간, 동시에 현재의 인물도 그것을 떠올린다는 단순한 논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박선우는 1993년의 최진철을 위협하면서 2013년의 최진철에게 메시지를 보내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최진철은 새로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특유의 놀라는 표정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 “나중에 나랑 꼭 닮은 사람 만나게 되면 절대 가까이 지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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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갇혀서 최진철에게 뺑소니를 당한 박선우를 어린 주민영이 발견한다. 박선우는 유언을 남기듯 어린 주민영에게 “나중에 나랑 꼭 닮은 사람 만나게 되면 절대 가까이 지내지마”라고 전한다. 죽음을 앞두고 시간여행이 초래한 비극을 통탄하며 마지막까지 주민영의 행복을 지켜주고자 한 것이다. 2013년에서 행방불명된 박선우를 애타게 기다린 주민영이 새롭게 떠오르는 기억을 붙잡고 오열한다. 현재의 눈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것보다 불현 듯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 속에서 연인이 죽어가는 것을 쳐다보는 비극. 갈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다. 종영 한 회를 앞두고 시간 여행이 가져다 준 모든 비극이 폭발하는 순간이었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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