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교실〉, 교실로 돌아온 여왕은 무엇을 넘어서야 하는가
포스터" />MBC 수목 미니시리즈 <여왕의 교실> 포스터

일상적이면서도 낯선. 우리가 학교에 가지는 감정은 딱 그 정도이다. 모두가 동일한 학창시절을 거쳐 온 듯 보이지만, 어제의 학교와 오늘의 학교는 낯빛이 전혀 다르다. ‘한강의 기적’이 낳은 경쟁중심의 사회구조는 여름철 불어난 강물 흐르듯 빠르게 아이들의 추억과 자유를 앗아갔다. 사실 학교와 관련된 사건·사고로 유난히 소란스러웠던 작년도 갑자기 툭 튀어나온 문제들 때문이 아니라 그 동안 한껏 곪아왔던 고름이 터져 나왔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항상 일상과 접점을 찾아온 방송계가 ‘학교’라는 주제에 반색하는 것도 당연지사. 학교에 대한 작품들이 꾸준히 있어 왔지만 작년쯤부터 학원폭력·청소년 자살·과도한 입시경쟁 등의 사회적 이슈와 맞물리면서 학교드라마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했다. 하지만 유행한다고 너도 나도 발 벗고 뛰어든 것에 비해서 성과는 적었다. 물론 몇몇의 수작도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은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아이돌 배우들이 잘 짜인 각본대로 움직이는 수준에서 그쳤다.

12일 첫 방송을 앞둔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은 기존의 학원물과 조금 느낌이 다르다. 작품은 카리스마있는 냉혈한 마여진 선생(고현정)에 맞서는 반장 심하나(김향기)와 6학년 3반 친구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룬다. 그들이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진정한 가르침과 배움, 그리고 행복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겠다는 의도다. 연출을 맡은 이동윤 PD는 “<여왕의 교실>에는 딱히 멜로도 없고 그 흔한 출생의 비밀도 없다”고 전했다. 이제는 정형화되었다고 할 수도 있을 법한 드라마 공식도 적용하지 않고, 웰빙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공언할 때는 그 만한 자신감이 있었을 터. 그 이면엔 탄탄한 원작과 연기파 아역들의 연기, 그리고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복귀한 고현정에 대한 신뢰감이 깔려있는 듯했다. 그들이 전하는 감동은 교실을 넘어 시청자들의 가슴에 가닿을 수 있을까. 지난 4일 오후 서울 63시티에서 열린 MBC 새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 제작발표회를 통해서 <여왕의 교실>이 넘어서야 할 문제들과 해결책을 살펴봤다.

# 원작의 이미지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여왕의 교실〉, 교실로 돌아온 여왕은 무엇을 넘어서야 하는가
이동윤 PD(왼쪽), 김원석 작가" /><여왕의 교실> 이동윤 PD(왼쪽), 김원석 작가

Q. 원작이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
이동윤 PD: 처음에 원작을 봤을 때는 ‘이게 뭐지?’했다. 내용적으로 신선하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학원물과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작을 그대로 재현한다는 느낌보다는 작품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집중했다. 특히 2013년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사회를 반영하는 작품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Q. MBC <여왕의 교실>이 원작과 차별화한 지점이 있을까.
김원석 작가: 앞서 언급한대로 한국의 현실을 담으려고 애썼다. 원작에 충분히 깊은 메시지가 있기에 그 외적으로 재미를 주려고 노력했다.
이동윤 PD: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에서 차별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화자찬 같지만 캐스팅이 정말 잘됐다. 마여진 선생 역으로 분한 고현정은 원래 캐스팅 1순위였고, 아역배우들의 캐스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극의 시간으로는 1년, 실제로는 3~4개월에 이르는 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 아이들이기에 면밀히 고려해서 뽑았다.

Q. 연기를 준비할 때 원작을 참고했는지도 궁금하다.
이기영: 나의 연기 철칙은 원작이 있으면 안 보는 거다. 원작을 보면 그 캐릭터 안에서 못 빠져나올 것 같고, 내가 원작과 다른 연기를 펼치면 불편한 마음이 생길까봐서랄까.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게 좋은 것 같다.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 드라마와 원작과 차도 있다. 아이들은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실제 상황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난다. 아역배우들의 연기에 집중하며 시청하셔도 좋을 것 같다.
고현정: 원작을 안 봤다. 연기를 준비를 하다 보니 안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험상 감독을 믿고 작가가 써주는 대로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가 나오더라.

# 또 다시 학교이야기, 게다가 아역배우가 극의 중심이라고?

〈여왕의 교실〉, 교실로 돌아온 여왕은 무엇을 넘어서야 하는가
이기영(왼쪽), 최윤영" /><여왕의 교실> 이기영(왼쪽), 최윤영

Q. 아역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최윤영: 예전에는 촬영장 가면 항상 거의 막내였다. 그런데 <여왕의 교실>에서는 아역배우들이 대거 등장하고, 또 맡은 역할이 선생님이다 보니 신경 써야할 부분이 많아졌다. 근데 아이들이 어린데도 연기를 정말 해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아이들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
이기영: 현장의 관건은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는 것이다. 어떤 찾기 힘든 그런 상황도 있다. 예를 들어 약 400명의 아이들을 강당에 모아놓고 하는 신이 있는데, 아이들 중에는 아역배우뿐만 아니라 보조출연을 하러 온 6~7세 아이들도 있다. 정말 아이들 모아놓고 무언가를 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잘 하면 선물을 준다고도 하고 여러 방법을 써보는 중이다.
고현정: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기에 심적으로 편안한 부분은 있다. 사실 아역배우들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었던 데는 이동윤 PD의 공이 컸다. 개인적으로도 24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이끄는 것이 처음해보는 일이라 부담되기는 하지만, 물리적으로 가장 힘든 것은 ‘여왕의 교실’을 채우고 있는 학생들이 아닐까 싶다. 촬영이 길어지면 주인공이 아닌 친구들은 대사도 없이 몇 시간씩이나 교실 의자에 앉아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친구들을 보면서 내 마음을 다잡았다.

# 3년 만에 돌아온 고현정의 연기는 괜찮을까?

〈여왕의 교실〉, 교실로 돌아온 여왕은 무엇을 넘어서야 하는가
고현정" /><여왕의 교실> 고현정

Q. 3년만의 드라마 복귀다. 부담감은 없었나.
고현정: 크게 부담은 없다. 촬영을 진행할수록 예전에 MBC에서의 기억들도 새록새록 떠오르고 점차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Q. 원작의 캐릭터가 분명하기에 캐릭터를 잡아나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다.
고현정: 연기를 할 때마다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이번에 집중한 부분은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부모님 연령대의 분들도 드라마를 보시면서 공감하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때로는 극 중 마여진이 아이들에게 굉장히 강하고 잔인하고 얘기하는 부분이 있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사보다도 마여진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집중해서 봐주시면 좋겠다.

Q. 마여진 선생을 연기할 때 이동윤 PD의 주문은 따로 없었나.
고현정: 처음에 이동윤 PD가 내게 요구한 것은 마여진 선생에게서 약간의 섹시함이 느껴지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마녀 같은 선생이 학생들을 괴롭히면서 살이 쪄있으면 너무 편안하게 보이지 않겠나 싶었다(웃음). 날카로움이 대사나 눈빛뿐만이 아니라 몸의 날렵함에서도 묻어나올 수 있게 하려고 연기하는데 중점을 둔 부분이다.

Q. 아예 없던 것은 아니지만 흔히 볼 수 있는 드라마 유형은 아니다. 그만큼 위험부담이 클 수 있기에 시청률에 대한 부담도 느낄 듯하다.
고현정: 부담은 되지만 그것이 시청률에 대한 부담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촬영 내용과 극의 전개라고 생각한다. 시청률은 어찌 보면 운에 의해 결정될 때도 많기 때문이다. 시청률에 신경 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설득력있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가에 집중하려 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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