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나와라, 뚝딱!〉, 익숙한 편견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
포스터" /><금 나와라, 뚝딱!> 포스터

시대마다 그 시대에만 유행하는 고유의 드라마가 있다. 1990년대에는 트렌디 드라마가 있었고,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막장드라마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보통의 삶에선 일어나기 힘든 자극적인 상황이나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막장드라마는 ‘욕하면서 보게 된다’는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드라마의 한 장르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일까.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은 제작발표회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1인 2역·배다른 형제·고부관계의 문제 등 익숙한 주말극용 문법의 등장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27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6일 방송된 16회의 시청률은 17.0%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금 나와라, 뚝딱!>은 얼마 전 주말극 동시간대 1위 자리를 탈환한데 이어 KBS1 <9시뉴스>(15.5%)까지 제치며 시청률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극의 초반부까지만 하더라도 서로 다른 계층에 속한 두 가족의 결합에선 ‘흥미로움’ 이상의 무엇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점차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가족 간의 화합·내면의 상처 치유를 통한 개개인의 성장이라는 주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한 영리한 전개의 이면엔 ‘막장드라마=식상함’이란 등식을 깨뜨리는 장치가 곳곳에 숨어있었다. 지난 23일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 나와라, 뚝딱!>이 다른 막장드라마와 차별화하는 세 가지 방법을 살펴봤다.



〈금 나와라, 뚝딱!〉, 익숙한 편견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
한지혜(왼쪽), 연정훈" /><금 나와라, 뚝딱!> 한지혜(왼쪽), 연정훈

#익숙한 이미지의 탈피, 주연 배우들의 연기변신

막장드라마라고 다 똑같은 막장이 아니다. 어떤 것은 단순히 ‘막장’으로 일회성 화제몰이를 하는데 그치지만, 어떤 작품은 비슷한 이야기에도 수작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KBS1 드라마 <너는 내 운명>(2008), KBS2 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 번>(2009) 등이 그 대표적 사례다. 그리고 이러한 선례의 중심에는 막장의 이미지를 상쇄할만한 주연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배우 한지혜는 이번 작품에서 1인 2역을 맡으며 화제를 모았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에도 그녀는 “1인 2역을 맡은 것은 오히려 좋은 일인 것 같다. 한 가지 배역만 연기하면 아쉬움이 남았을 텐데, 둘 다 하게 돼서 더 신명나게 놀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다”고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1인 2역에 대한 우려에도 몽희·유나(한지혜) 두 명의 캐릭터를 잘 잡아 극에 재미를 더했다는 평가다. 상대역 연정훈의 연기도 눈에 띈다. 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2008), OCN <뱀파이어 검사>(2011) 등에서 줄곧 이지적이고 세련된 연기만 펼쳐왔던 그는, 이번에 내면의 상처를 지닌 현수(연정훈)를 연기하며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유나와 몽희를 만나며 느끼는 점층적인 감정의 변화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연출을 맡은 이형선 PD는 “연정훈은 감정의 수위조절이 어려운 연기를 잘해냈다. 그런 측면에서 그가 굉장히 똑똑한 배우라고 느꼈다. 본인입장에서도 연기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거다”고 말했다. 너무 익숙해져 존재감조차 희미했던 배우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즐거운 요소가 아닐까.



〈금 나와라, 뚝딱!〉, 익숙한 편견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
백진희(왼쪽), 박서준" /><금 나와라, 뚝딱!> 백진희(왼쪽), 박서준

#드라마의 또 다른 재미, ‘케미’돋는 캐릭터들

어느덧 드라마 출연진의 캐스팅에선 주연배우만큼이나 ‘조연이 누가 나오는가’하는 것이 중요한 흥행 포인트가 됐다. 때론 극의 시청률이 저조하거나 주연배우의 연기가 신통치 않을 때 저 홀로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는 조연들이 있는데, <금 나와라, 뚝딱!>이 여기에 해당한다. 차츰 극이 상승 가도에 오를 수 있게 된 데는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중견 배우들의 맛깔 나는 연기와 함께 조연 배우들의 캐릭터가 잘 살아난 덕이 크다. 백진희와 박서준이 연기한 몽현·현태 부부는 ‘케미 돋는다’라는 말 그대로 시청자의 이목을 잡아끄는 새로운 볼거리로 자리했다. 이에 대해 백진희와 박서준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화면을 봤을 때 나와 백진희가 조금 닮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시청하는 분들 입장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 같고, 극의 내용을 떠나서 로맨스소설 같이 알콩달콩하고 설레는 느낌이 담겨 있어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바람둥이 역할을 맡은 박서준은 “이번 배역을 준비하면서 영화 <나를 책임져, 알피>(2005)를 많이 봤다. 여기에 나오는 주드 로가 굉장히 섹시하다(웃음). 그래서 그의 말투나 행동을 내 것으로 소화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혀 극에 대한 몰입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금 나와라, 뚝딱!〉, 익숙한 편견에 대처하는 세 가지 방법
이수경(가운데)과 한지혜의 스타일링" /><금 나와라, 뚝딱!> 이수경(가운데)과 한지혜의 스타일링

3. 팔색조 패션의 디테일, “스타일링도 연기의 일부다!”

이번 기자간담회 현장에선 배우들의 연기와 관련된 내용만큼이나 주연배우들의 스타일링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지혜는 “요즘에는 드라마 내용만큼이나 스타일링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 특히 1인 2역을 소화하기에 각 캐릭터의 느낌이 잘 살 수 있도록 스타일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극 중 몽희와 유나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다르기에 스타일링은 대사 외적으로 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효율적인 수단으로 작용했다. 한지혜는 “몽희는 가난하지만 자신의 꿈을 키우는 예술가로 콘셉트를 잡았다. 그래서 뉴욕 윌리엄스버그의 어느 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빈티지하면서도 멋스러운 스타일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반면 유나에게는 화려함이 있다. 유나가 연기하는 매 장면이 화보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스타일링에 신경을 썼다”고 말해 얼마나 캐릭터 설정에 공을 들였는지를 짐작케 했다. 성은 역으로 분한 이수경의 패션도 화제다. 처음에 악역이 어색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그녀는 “요즘엔 웃는 모습만 봐도 미워 보인다는 평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며 “거기에는 스타일링도 한 몫 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이수경은 “캐릭터 표현을 위해 화려한 것보다도 원색으로 강한 느낌을 주려 했다. 커트머리도 처음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해 스타일링 또한 연기의 일부임을 실감케 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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