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짝’ 포스터
SBS ‘짝’ 포스터
SBS ‘짝’ 포스터

2년 반. 2011년 3월 23일 첫 전파를 탄 SBS ‘짝’이 지나온 시간이다. 115회 방송을 거치며 총 620명이 출연했고 그중 6쌍이 짝을 이뤄 가정을 꾸렸다. “애정촌에는 인생이 녹아있다”는 남규홍 PD의 말처럼, ‘짝’은 각본대로 짜인 다른 방송 프로그램과는 달리 일반인 출연자의 행동, 생각, 감정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잡음도 많았다. ‘짝’은 첫 방송 이후 계속해서 악마의 편집, 리얼리티의 부재로 빈번히 여론의 도마에 올랐고 프로그램이 연예인 지망생의 홍보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비난도 일었다. 지난 19일에는 연출을 맡은 남규홍 PD와 ‘짝’을 통해 부부의 연을 맺은 여섯 커플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목동 아네스 웨딩홀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SBS ‘짝’이 남긴 것과 잃은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 ‘짝’이 남긴 것에 대하여
“나도 짝을 찾고 싶다.” SBS ‘짝’의 기획 의도를 함축하는 문장이다. ‘짝’은 방송 내내 상대방에 대한 희생, 배려,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해 출연자를 시험한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여섯 쌍의 부부들이 모두 입을 모아 대답했던 한가지는 “카메라의 존재는 2~3일 내로 잊게 된다”는 것이다. 방송경험이 전혀 없는 출연자들은 익숙지 않은 카메라 앞에서 잠시 주춤대다가도 이내 자신의 일상적인 모습과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만다. 그들의 행동과 감정만큼은 꾸며낸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절박함으로 ‘짝’을 찾은 출연자들은 6박 7일간 애정촌에서 펼쳐지는 사랑쟁탈전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를 연출해낸다. 시청자들이 때론 과장되고 유치하게 느껴지는 상황들에서 오히려 더 큰 공감대를 형성했던 이유다. ‘짝’은 ‘사랑’이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란 전제하에 연예인들이 꾸며낸 잘 짜인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루면서 호응을 얻었다.

19일 서울 목동 아네스 웨딩홀에서 열린 ‘짝’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6쌍의 부부들
19일 서울 목동 아네스 웨딩홀에서 열린 ‘짝’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6쌍의 부부들
19일 서울 목동 아네스 웨딩홀에서 열린 ‘짝’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6쌍의 부부들

프로그램의 방송 가치와 별개로 실제로 일반인 출연자들이 ‘짝’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찾았다는 점도 ‘짝’의 콘텐츠 가치를 보여주는 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남규홍 PD와 공식적으로 짝을 이룬 7기 남자2호-여자3호, 8기 남자6호-여자2호, 남자2호-여자1호, 남자3호-여자4호, 16기 남자5호-6기 여자1호, 31기 남자6호-여자3호 총 6쌍의 부부가 함께 자리했다. 6쌍의 부부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내내 취재진을 의식하지 않고 여지없이 신혼부부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짝’ 돌싱특집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9기 남자3호는 가장 먼저 출산한 아이를 대동해 이목을 끌었다. 그가 “사실 이혼 후 속된 말로 ‘이번 생은 망했구나’ 싶었다”며 “다시는 사랑을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짝’에 출연하며 나의 인생이 아직 반이나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잊고 있던 사랑의 설렘과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할 때는 뭉클함마저 느껴졌다.

# ‘짝’이 잃은 것에 대하여
‘짝’은 초반에만 하더라도 숱한 화젯거리를 만들어내며 진정성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듯했다. 하지만 ‘짝’ 또한 방송 프로그램의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력으로 삼는 방송 생리상 ‘짝’은 방송 갖은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또한, 일반인이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은 제작진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반길만한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한 번 방송에 출연했던 일반인 출연자들은 사생활이 노출되고 악성 댓글에 시달리는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여자의 용기있는 고백으로 짝을 이룬 애정촌 7기 남자2호와 여자3호는 “방송에 출연한지는 2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어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며 “방송에서 (서로) 만났다는 사실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신 걸로 안다. 사는 동안에 그런 분들에게 욕먹지 않기 위해 더 잘 살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에 자리한 6쌍의 부부들만 놓고서 ‘짝’의 정체성이나 가치를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도 문제다. 620명의 출연자 중 6쌍의 부부만이 탄생했다는 수치상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실제로 가정을 꾸린 부부들이 자신에게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짝’이 어떠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는 찾기는 힘들었다. 결국 ‘짝’은 프로그램을 위해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방송에 출연한 일반인 출연자들을 소모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SBS ‘짝’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남규홍 PD
SBS ‘짝’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남규홍 PD
SBS ‘짝’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남규홍 PD

이에 제작진은 프로그램이 최초에 등장했을 때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점과 그동안 문제시된 프로그램과 관련한 논란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이 절실한 시점임은 인정했으나 마땅한 대책은 제시하지 못했다. 공동인터뷰에서 기자가 ‘짝’이 나아갈 방향성을 묻자 남규홍 PD는 “프로그램 내용의 구성이나 아이디어는 새롭게 가보자는 마음이 있으나 기본 포맷은 바꿀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또 “매번 같은 포맷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이 식상하게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시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덧붙일 뿐이었다.

방송된 지 2년 반이 지난 현재, ‘짝’은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잃었다. 독창적이었던 소재와 프로그램의 구성은 계속되는 반복 패턴에 의해 참신성을 잃었고, “짝없는 남녀가 짝을 찾아가는 실제 만남 과정을 통해 짝에 대한 희생, 배려, 사랑을 돌아보겠다”던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시청률과 화제성에 매몰되어 위협받고 있다. ‘짝’이 가진 고유의 가치는 지켜나가야 한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짝’처럼 방송이 필요로 하는 재미와 감동을 전달할 수 있는 포맷은 흔치 않다. 남규홍 PD는 “‘짝’이 십 년, 이십 년 동안 이어가는 장수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의 애정과 따끔한 질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진 ‘짝’에 생존을 위한 묘수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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