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한 핫젝갓알지의 멤버 천명훈,토니안,문희준,은지원,데니안
화기애애한 핫젝갓알지의 멤버 천명훈,토니안,문희준,은지원,데니안
화기애애한 핫젝갓알지의 멤버 천명훈,토니안,문희준,은지원,데니안

처음에는 핫젝갓알지가 뭔가 했다. 이 발음도 오묘한 그룹명은 알고보니 20세기 최고의 아이돌을 한데 모은 프로젝트 그룹이다. 핫은 H.O.T, 젝은 젝스키스, 갓은 god, 알지는 NRG. 멤버들은 문희준, 토니안, 은지원, 데니안, 천명훈이다. 이 사람들 다시 한 번 더 알고보니 1978년생 동갑이다.

케이블채널 QTV에서 ’20세기 미소년’이라는 이름의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뭉치게 된 이들은 27일 벌써 시즌2를 맞는다. 시즌1을 향한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케이블을 넘어 KBS2 ‘불후의 명곡’이나 ‘해피투게더’, SBS ‘화신’ 등 지상파로의 진출까지 성공했다.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만나본 핫젝갓알지는 1세대 아이돌로서의 위엄과 함께 각 그룹의 해체와 더불어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갈고닦은 예능감까지 두루 갖춘 만능 그룹이 돼 있었다.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노련함 역시도 이들이 가진 최대 장점이다.

등장 순간부터 남달랐다. 여느 신인 아이돌 못지않은 패기와 열정이다. 각 그룹의 히트곡과 함께 등장한 이들은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댄스 스텝을 선보이며 웃음을 줬다. 어느 새 몰려온 이들의 팬클럽 사이에서 웃음이 와르르 터졌다.

자기소개 시간은 더 야단법석이었다. 토니안은 아이돌 특유의 말투로 “핫젝갓알지에서 외국인 멤버를 맡고 있는 토니안”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천명훈은 “고급스러움을 맡고 있다”며 청담동 미용실에서 매만진 소중한 뒤통수 헤어를 공개했다. 은지원은 “젝을 맡고 있다”며 “그러나 오늘 뭘 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핫2를 맡고 있다”는 문희준과 “갓을 맡고 있다”는 데니안도 능글능글한 자기소개를 마쳤다.

다음은 전성기를 추억하는 시간. 천명훈은 자신은 현재 제3의 전성기를 맞았다며 웃었다. 핫젝갓알지는 ‘전성기’라는 단어에 민감했다. 문희준은 “연예인의 전성기는 대체 누가 정해주는 거냐?”라고 말했다. 누군가 “그건 신이 정해주는 거다”라고 하니 문희준은 “그럼 데니(god)가 정해주는 거냐”며 맞받아쳤다. 대체 그 전성기가 언제인지 말해달라는 주문에 천명훈은 “제1의 전성기는 하모하모가 데뷔했을 때, 제2의 전성기는 (NRG 활동 당시) 내가 쓴 자작곡이 1등을 했을 때”라고 말했다. 은지원은 “전성기를 자기가 정하네. 결국 자기만족이네”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팬들을 위한 이벤트가 혹시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들의 뻔뻔함(?)은 한층 더 커졌다. 문희준은 “누드집까지 생각해봤지만…”이라고 말해 팬들의 야유(?)를 자아냈다. 객석에 앉아있던 팬들이 소리를 쳤다. “콘서트 해주세요!” 실은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도 그것 아닐까? 예능감으로 뭉쳤지만,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역시 음악일 것이다. 실제로도 “시즌2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저희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음악이다. 음악에 대한 도전을 하고 싶다. 저희만의 색깔을 가진 음악”이라는 각오를 말했다. 시즌1에서 살짝 확인을 했지만, 핫젝갓알지만의 색깔은 무엇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추가 멤버 영입건에 대한 이들의 의견도 나왔다. 대다수는 “없다”라고 답했다. “누구를 더 넣어서 이름을 더 길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은지원의 입에서 “김태우?”라는 의견이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god 데니안에게 쏠렸다. “어때?”라는 물음에 데니안은 주저했다. 그 상황이 또 한 번의 웃음을 자아냈다. “태우가 힘들 수도 있어요. 다시 한 번 생각해요. 우리와 성격이 안 맞을 수도 있거든요. 태우가 들어오면 막내죠. 그런데 우리가 끌려다닐 수 있어요.” 다른 멤버들이 모두 “김태우 성격이 안 좋다는 말이냐. 모난 성격이라는 말이냐”라며 몰아세우자, 데니안은 궁지에 몰려 “아니 그게 아니라, 화끈하고 착하고 예의가 바르지만 태우가 욕심이 많은 친…, 아..아니 이러면 안되는데”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추가멤버 영입은 없던 걸로 하자고 의견을 합했다.

댄스와 함께 등장하는 핫젝갓알지
댄스와 함께 등장하는 핫젝갓알지
댄스와 함께 등장하는 핫젝갓알지

이들의 나이도 이제 만 35. 서른 중반도 넘어버렸다. 그래서 자연히 ‘결혼계획’에 대한 질문도 등장했다. 당황하는 사람이 ‘둘’ 있었다. 굳이 누구라고 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굳이 꼽지 않은 토니안이 가장 먼저 주저하며 말했다. “아 저요? 아시겠지만, 저는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서. 그래도 예전부터 39세나 마흔 정도로 생각했다. 저희끼리 이야기하면 마흔 정도에 하자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 더 넘으면 너무 늦지않나 생각도 하고있다. 지금은 일에 욕심이 많기도 하고, 결혼은 부담스럽다. 저 하나 챙기기도 쉽지 않다. 가정이 생긴다는 것은 너무나 큰 책임감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굳이 꼽지 않은 은지원은 “아 뭘 전 그냥 넘기나요. 그게 더 이상하잖아요”라며 결혼이 아닌 ‘재혼’에 대해 언급했다. “또 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지 않나요. 추후에 생각해보는 걸로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진행자가 “진솔한 대답에 감사드린다”고 말하자, “아, 누가 봐도 이르잖아요. 지금 한다 그러면 다들 X욕 할 거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데니안이 “아, 우리 팀 너무 좋아”라며 웃었고, 살짝 “태우가 제일 좋아요”라고 덧붙였다. 아무래도 방금한 김태우 성격 발언이 마음에 걸렸나보다. 결혼 질문에 다소 여유있는 천명훈은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이 러브콜을 보내신다면 얼마든지, 언제든지 대화하면서 그럴 생각있다. 몇살 정한 거 없다”고 말했고, 문희준은 “사실 항상 여자분을 만날 때 결혼생각을 할만큼 깊게 사랑에 빠지는데, 계속 못했다. 요즘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다. ‘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데니안도 “마흔은 넘기고 싶지 않다. 정말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질문은 연애스타일에 관한 질문. 문희준과 천명훈은 스스로를 ‘퍼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희준은 “여자친구에게 선물을 많이 사줘 한 카드사의 VVIP 고객이 된 적이 있다. 마그네틱도 두 번이나 고장이 났다”라고 답했다. 핫젝갓알지의 유일한 (공식적인) 품절남 토니안은 “보수적인 성향이 크다. 안되는 건 안된다. 중간은 없다. 사랑은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한 쪽한테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힘들수도 있겠지만”이라고 말했다. 돌아온 은지원은 “굉장히 심한 개인주의다. 그런데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달라서 남한테 피해를 안준다. 다만, 간섭을 안 받으려고 하고 안 한다. 무관심한 것 아니냐고 오해 할 수 있긴 하다. 그리고 쌓아두고 불만이 있어도 표현을 잘 안한다.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겠지만 저는 단점이 많다. 연애하기 힘든 스타일이다”라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한 때 최고의 아이돌로 오빠부대를 끌고다닌 이들은 이제 사생활에 대한 질문에도 스스럼없이 대답하는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놀아버리는 그런 ‘아저씨’가 돼버렸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럽다.

데뷔한 지 이미 20년이 지나가버린 핫젝갓알지. 이들의 존재 덕분에 우리는 옛 추억을 돌이킨다. 어떤 부분은 여전하고, 또 어떤 부분은 달라져버린 우리의 오빠들을 통해 스스로의 여전한 청춘과 또 변해버린 시간 속의 변화를 곱씹을 수 있다. 그래서 핫젝갓알지의 콘서트가 보고싶다. 하얀풍선, 노란풍선, 하늘색 풍선이 뭉글뭉글 날아갈 그 콘서트는 우리의 빛나는 청춘이기도 할 것이니 말이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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