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까까오톡》
부부 19금 고민 들어주는 솔루션 예능
진중히 다뤄져야할 섹스리스 고민, '소재거리' 전락
반복되는 자극성에 시청자는 피로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부부의 성생활은 둘만의 은밀한 영역이라 쉽게 터놓고 상담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렇기에 부부 솔루션 예능에서 이같은 은밀한 얘기를 들어주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건 당사자 부부에게도, 고민을 터놓지 못하고 끙끙댔던 불특정 시청자들에게도 순기능을 한다. 하지만 걸핏하면 '섹스리스'를 물고 늘어지는 행태는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최근 솔루션 예능마다 '섹스리스'가 고민인 부부들이 등장한다. SBS플러스 예능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이하 '당결안')에서 '파랑 부부'는 부부 관계를 거부하고 있는 남편의 사연을 들고 나왔다. 파랑 아내는 "2021년 결혼식 이후 부부관계 횟수가 10번 이하다. 내가 예뻐 보이지도 않고 남편이 원하는 얼굴과 몸매가 아니라 우리가 섹스리스 부부가 된 건가 생각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파랑 남편은 "결혼 전에는 하루에 엄청나게 했다. 눈 뜨면 했다. 동거 5~6개월하며 부부관계가 무뎌진 것"이라며 "너무 편하게 지내다 보니 신비감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SBS플러스 캡처
사진=SBS플러스 캡처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은 아예 '섹스리스 특집'을 마련하기도 했다. 결혼 8년 차지만 4년째 스킨십이 없다는 30대 부부, 서로 다른 성욕의 정도로 인해 섹스리스가 된 방송인 전민기·기상캐스터 정선영 부부 등이 등장했다. 정선영은 "결혼 전 화려한 삶을 살다 결혼 후에 소성욕자 남편의 아내로 하루하루 메말라가고 있다"며 "결혼 앞두고 3, 4개월 정도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전민기는 "나에게 무성욕자라고 하더라. 나는 욕구가 많은 사람들에 비해 적다. 식욕이나 물욕도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라고 해명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한 개그맨 부부 강재준·이은형 부부는 섹스리스로 판정받기도 했다. 강재준은 "안 하는 습관이 된 것 같다"고 했고, 이은형은 "오빠가 원할 때는 제가 귀찮고, 제가 불타오를 때는 오빠가 힘들어한다"고 고백했다.

MBN에서는 심지어 섹스리스를 본격적으로 앞세운 솔루션 예능 '쉬는부부'를 선보인다. '쉬는부부'는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이유로 섹스리스로 사는 부부들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부부 관계 솔루션'을 제안하겠다는 의도다. 연출을 맡은 이국용 PD는 "부부가 '성감대'를 찾는 것이 아닌 '심(心) 감대'를 공유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며 "'쉬는부부'는 그 주제를 가장 강렬하고 본능적으로 다뤘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실 섹스리스는 부부 문제 중 가장 은밀하고도 고통스러운 부분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해결이 가능한지 도통 가늠이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는 건전한 대화 주제로 올리기도,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인데, 저희와 함께 해주신 분들 모두 '터부를 깨보자'는 용기를 가져 주셨고, 솔루션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을 크게 생각해서 흔쾌히 섭외에 응해주셨다"고 밝혔다.
'쉬는부부' MC들. / 사진제공=크레아 스튜디오
'쉬는부부' MC들. / 사진제공=크레아 스튜디오
쉽게 터놓기 어려운 19금 고민을 두고 방송이 나서서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보는 시도는 고무적이다. 다만, '엄청나게 했다', '메말라가고 있다' 등 자극적인 단어로 갈등이 담긴 장면은 총 방송 분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늘어지고 강조된다. 오히려 중점을 가지고 더 힘을 줘야 문제 해결 제시는 마지막에 가서야 짧은 분량으로 채운다. 시청자들이 출연 부부가 섹스리스로 인해 극심한 갈등을 겪는 모습만 기억할 뿐, 그 해결책이 뭐였는지 떠올리지 못한다.

때문에 솔루션 후 부부가 잘 살아가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다. 일부 부부들은 솔루션 예능을 바꿔가며 출연하기도 한다. 앞선 예능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듯 보였던 부부들은 또 새로운 예능에 출연해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인다. 제작진이 진정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시청자들은 이슈를 끌기 위한 말이라고 느끼는 이유다.

섹스리스라는 심각한 고민은 해결되지 않고 섹스리스라는 단어만 반복되고 있는 부부 솔루션 예능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은밀한 만큼 더 신중하고 진중하게 다뤄져야할 19금 성생활 문제지만 소음공해처럼 윙윙 거리는 '섹스리스'라는 단어에 시청자들은 이제 피로감을 느낀다. 자극성, 화제성만을 쫓다가 본질은 뒷전이 됐다. 섹스리스라는 단어를 프로그램 홍보와 마케팅 수단으로 쓰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될 수밖에 없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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