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베일벗은 '강심장 리그', 사이버 렉카 연상케 하는 썸네일 '뭇매'
'강심장리그' 포스터./사진제공=SBS
'강심장리그' 포스터./사진제공=SBS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10년 만에 돌아왔지만 변한 게 없다. 올드한 진행과 산만한 패널들, 자극적인 토크 주제까지. '리뉴얼' 된 게 있다면 썸네일이 판넬에서 LED 화면으로 바뀌었다는 점. 그마저도 '사이버 렉카'(자극적인 썸네일과 제목의 영상으로 높은 조회수를 올리는 행위를 일삼는 사람들)를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SBS 예능 '강심장 리그'다.
사진=SBS '강심장리그' 방송 화면.
사진=SBS '강심장리그' 방송 화면.
지난 23일 베일을 벗은 '강심장 리그'는 '강심장'의 콘셉트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현장 방청객 대신 사전에 모집된 온라인 방청객들의 투표를 한다는 점은 달랐지만,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토커가 '강심장'에 선정되는 형식은 동일했다. 고정 패널이 있다는 점 역시 같았지만, 게스트들과 섞여 앉아있던 것과 달리 '강심장 리그'에서는 토크 코치라는 명목 아래 김호영과 엄지윤, 김동현이 강호동 팀으로, 영탁과 이지혜, 손동표가 이승기 팀으로 나누어 앉았다.

강호동과 이승기의 호흡 역시 여전했지만, 최근 트렌드에 발맞춘 토크 예능과는 거리가 멀었다. 과한 리액션과 억지로 끌어올리는 텐션은 과거 집단 토크쇼 SBS '스타킹'을 연상케 했다. 무대에서 다짜고짜 춤으로 대결하고, 기합을 불어넣는 것 역시 과했다. 이승기도 "어디서 많이 봤나 했더니 옛날 '연애편지' 스타일이다. 1980년대 대학 축제 같다"고 자평할 정도였다.

LED로 진화했다고 자신한 '썸네일'이 가장 큰 패착이었다. '유느님 대상 받는 날, 솔직히 욕 나왔다!', '전도연보다 칸 레드카펫 먼저 밟았다?!', '우리집 에어컨 실외기에 마약이 숨겨져 있다?', '나는 이제훈을 진짜 사랑했다!', '사이비 탈퇴자의 경고. 당신은 지금 포교당하고 있습니다.', '손주 태운 할머니의 절규.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의 진실은?' 등의 문구와 함께 인물들의 사진을 교묘히 편집해 마치 하나의 유튜브 렉카(특정 이슈를 좇아가며 과도하게 자극적으로 다루는 콘텐츠 제작자) 화면처럼 보이게 만든 것.
사진=SBS '강심장리그' 방송 화면.
사진=SBS '강심장리그' 방송 화면.
사이버렉카는 단순히 '어그로'를 넘어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는 무서운 루머 생산의 원흉이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사실처럼 퍼지는 가짜 뉴스에 피해를 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만큼 사이버 렉카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강심장 리그'에 이러한 썸네일은 프로그램의 수준을 스스로 낮추는 셈이 됐다.

무엇보다 '강심장'은 10여년 전 방영 당시에도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난무하는 폭로전으로 수많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많은 표를 얻기 위한 경쟁을 펼치다 보니 이야기가 왜곡되고 부풀려지고, 출연하지 않은 이들의 이름까지 거론되며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도 생겼다.

최근 트렌드에 발맞춘다더니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강심장 리그'. 이에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싸늘하기만 하다. 시청률도 첫 회 2.9%를 기록, 저번 주 같은 시간대에 방송됐던 '신발벗고 돌싱포맨'이 기록했던 3.6%보다도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 '강심장 리그'와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어쩌다 마주친, 그대', MBC '혓바닥 종합격투기 세치혀' 모두 시청률이 소폭 상승했다. 이는 '강심장 리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강심장리그' /사진제공=SBS
'강심장리그' /사진제공=SBS
12년이 지난 지금, 강호동과 이승기의 위치도 많이 달라졌다. 프로그램을 호령하던 '국민 MC' 강호동은 현재 모든 예능에서 낮은 성적을 보이고, 이승기 역시 배우 견미리의 딸인 이다인과의 결혼으로 '국민 남동생'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과거보다 호감도가 떨어진 MC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먹히는 시대라지만, 사이버 렉카 감성은 도가 지나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상파 예능 '강심장 리그'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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