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뭉뜬팸'부터 '유라인'까지, 방송가 휩쓴 인맥 예능
유재석, 안정환./사진=텐아시아DB
유재석, 안정환./사진=텐아시아DB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일명 '라인' 혹은 '사단'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둔갑한 인맥들이 예능가를 휩쓸고 있다. 믿고 보는 조합이라는 이유를 앞세우고 있지만, 반복되는 케미에 기시감은 물론 피로감까지 안기는 상황. 별다른 고민 없이 쉽게 가려고 하는 제작진의 안일함이 아쉬운 이유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새로운 조합이 아닌 익숙하고 검증된 멤버들을 섭외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게 안정환, 김용만, 정형돈, 김성주 일명 '뭉뜬팸'이다. 2016년 JTBC '패키지로 세계 일주- 뭉쳐야 뜬다'에서 티격태격 형제 케미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들은 이후 '뭉쳐야 찬다' 시즌1, 2부터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까지 함께했다. 최근에는 '뭉뜬 리턴즈'로 다시 뭉친 것도 모자라 MBC에브리원 '시골 경찰 리턴즈'에도 함께 출연하고 있다. 기존 '시골 경찰' 시즌4까지 고정 멤버로 출연했던 배우 신현준, 오대환은 함께하지 못하게 됐다.
사진='뭉뜬 리턴즈'(위), '시골경찰 리턴즈' /사진제공=JTBC, MBC에브리원
사진='뭉뜬 리턴즈'(위), '시골경찰 리턴즈' /사진제공=JTBC, MBC에브리원
그러나 '뭉뜬 리턴즈'와 '시골 경찰 리턴즈'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방송된 만큼, 이들의 케미가 식상하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또 저 4명이야?'라는 말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시골 경찰 리턴즈' 제작발표회 당시 안정환도 이를 의식한 듯 "(네 명의) 못 봤던 모습이 나온다"고 강조했고, 김동호 PD 역시 "네 분의 케미는 검증된 상황이다. 우리는 경찰이라는 틀 안에서 케미를 보여주는 거라 기존 프로그램과는 다른 점이 많다"고 자신했지만, 기시감을 떨쳐내기는 어려웠다.

시청률도 기대 이하였다. 첫 회 0.6%로, '시골 경찰' 시즌2 시작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시리즈 평균 시청률이 1%대였던 것과, '검증된 조합'을 강조했던 거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뭉뜬팸' 뿐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바로 '유라인'이다. 유재석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출연하는 예능들에 일명 '유라인'으로 불리는 자기 식구들과 함께하는 인맥 예능을 보여왔다.
'놀면 뭐하니' /사진제공=MBC
'놀면 뭐하니' /사진제공=MBC
MBC '놀면 뭐하니?'가 1인 체제에서 5인 체제로 바뀔 때는 '무한도전' 멤버였던 정준하, 하하를 영입했고, tvN '식스 센스'에서 호흡을 맞춘 이미주를 투입했다. 7인 체제로 늘릴 당시에도 WSG워너비에서 두각을 드러낸 박진주와 '식스 센스' 게스트로 출연했을 당시 유재석에게 호감을 산 이이경이 멤버로 발탁됐다.

여기에 넷플릭스 '코리아 넘버원', 디즈니플러스 '더 존 : 버텨야 산다'는 오랜 시간 '런닝맨'에서 호흡을 맞춘 대표적인 '유라인' 이광수와 함께했다. tvN '스킵' 역시 '런닝맨'을 함께 하는 전소민과 같이 익숙한 조합을 만들어냈다. '더 존'은 오는 6월 시즌2 돌아온다.

많이 봐온 익숙한 케미는 안정적인 재미는 보장할 수 있지만, 신선함을 안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제작진 입장에서는 새로운 조합에 대한 고민, 그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보단 편한 길일 터. 출연진 역시 적응해가는 시간을 줄이고 내 사람들과 편하게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쁠 게 없다.

문제는 인맥 예능의 유효기간이다. 콘텐츠는 점점 낡아진다. 또 나오는 사람만 나오면서 '세대교체' 역시 힘들어진다. '인맥 카르텔'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에 시청자들도 새 얼굴들이 두각을 보이는 웹 예능에 더욱 열광하는 추세다. 더는 인맥 장사만으로 콘텐츠를 이끌어갈 수 없다. 제작진과 출연진 모두 고민과 도전, 모험이 필요할 때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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