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 시리즈의 오상호 작가가 시즌2에는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 요소를 줄이되 부캐 플레이에 힘을 주며 재미와 의미를 모두 찾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시즌1부터 시즌2까지 '모범택시'를 집필한 오상호 작가는 시즌3에도 '무지개 운수' 5인방 이제훈, 김의성, 표예진, 장혁진, 배유람과 작업하고 싶다며 감사합을 표했다.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 10회에서 이미 시즌1의 최고 기록인 16.0%를 뛰어넘어 17.7%를 기록했고, 마지막회인 16회는 21.0%를 달성했다. 오상호 작가는 텐아시아와 서면 인터뷰에서 "시즌1 때 시청자분들이 보여주신 관심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시즌2가 만들어질 수 있었는데, 시즌2도 많이 사랑해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범택시2'에 특별 출연한 오상호 작가.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에 특별 출연한 오상호 작가.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는 시즌1에 이어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여 극 중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에피소드가 펼쳐졌다. 통쾌한 응징은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졌다. 오상호 작가는 "'모범택시'는 우리 시대의 우화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풍자하고 해학을 통해 부조리와 대항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범죄 오락 장르의 미덕을 살리되, 회피하거나 겉돌지는 말자는 나름의 기준을 정해뒀다. 에피소드마다 어느 정도까지 찌르고 들어가는 것이 최선일까를 고민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시즌2의 키워드는 '부캐의 향연', 그리고 '기억'이었다.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게 있다는 것을 중심 메시지로 놓고, 우리가 한편에 묻어두고 넘어갔던 사건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고민을 담아 시즌2의 에피소드들을 정하고 작업했다"고 전했다.

실제 사건이 기반이 된 만큼 2차 피해를 경계하면서 범죄 오락 장르만의 재미를 선사하는데도 신경 썼다. 오상호 작가는 "현실이 더 잔혹하고 무섭다. 만약 어떤 사건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깝고 무서운 일이다.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오래오래 기억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또한 "시즌1에서는 피해 사실을 묘사할 때, 너무 잔혹하거나, 피해 묘사에 2차 가해적 요소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부분에서 시즌2에서는 피해 사실 묘사보다도 부캐 플레이에 힘을 줬다"고 강조했다. 오상호 작가는 마지막회에 바텐더 역할로 깜짝 특별 출연하기도 해 재미를 더했다.

연출, 집필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호연도 '모범택시2'의 흥행 요인 중 하나다. 시즌1에 이어 '무지개 운수 5인방'과 작업한 데 대해 오상호 작가는 "다시 만나게 되어서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었다"며 "작업하는 내내 작업실에 배우들 사진을 붙여놓았는데 볼 때마다 의지가 됐다. 인복이 좀 많은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 무조건적으로 저를 믿어줬다. 대본을 건네면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란 의견도 없었다. '대본에 무엇이 있든 나는 그걸 해내는 걸 보여주겠다' 제훈 씨가 저한테 한 말이다. 표현은 안 했지만 다른 무지개 식구분들도 마찬가지였던 거 같다"며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작가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자, 동시에 부담이 되기도 했다. 이런 엄청난 믿음을 보내는 분들께 보잘 것 없는 대본을 내밀 수는 없으니까"라고 털어놓았다.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이제훈은 '죄수도기', '무당도기', '농부도기' 등 각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부캐로 변신해 가해자 응징에 나섰다. 오상호 작가는 "이제훈의 고민과 노력이 만들어낸 부캐 플레이들은 저에게는 정말 감탄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도기 외에도 장노인으로 분한 김의성, 신혼 커플로 큰 매력을 발산했던 표예진, 순백교도로 위장한 배유람, 법사 도우미로 위장해 맹활약을 펼쳤던 장혁진까지도 부족했던 대본의 빈 부분을 넘치게 채워줬다"며 고마워했다. 이어 "드라마를 보며 항상 감탄했던 순간은, 오프닝에 무지개 식구들이 일렬로 나올 때, 시골에서 모든 멤버가 현장에 투입돼 활약을 시작할 때, 의료사고 에피소드에서 모든 멤버가 병원에 잠입해 들어올 때였다"며 "다섯 멤버가 하나가 돼서 걸어올 때마다 늘 벅찬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11~14화에 걸쳐 방영된 '클럽 블랙썬' 에피소드는 '버닝썬 사건'을 연상시켜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오상호 작가는 "'모범택시'에서 삶의 절벽 끝에 있는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은 무지개 운수 식구다. 누구 하나 귀 기울여주고 손잡아 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에서 희망은 경찰, 검찰, 법원, 등 공권력이어야 하지 않나. 그렇기에 악마를 잡아야 하는 공권력이 오히려 그들과 결탁했을 때, 도심 한복판에 어떤 괴물이 나오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왜냐하면 결국 그들은 우리의 희망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현실이 무섭다"고 말했다.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모범택시2' 스틸. / 사진제공=SBS
시즌2에는 신재하가 빌런 캐릭터 온하준으로 새롭게 합류했다. 극 초반 무지개 운수에 인턴으로 잠입한 그는 후반부 본색을 드러내며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완성하는 데 한몫했다. 오상호 작가는 "온하준은 복잡하고도 단순한 과거를 가지고 있다. 싸워서 이기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방식으로 길러진 아이, 그 안에 뭔가 소중한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막연한 공허함을 가진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캐릭터를 통해 무지개 택시를 추격하는 의문의 세력, 그리고 시즌2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기억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의미를 집합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재하가 가진 선악을 오가는 얼굴과 눈빛이 온하준을 완성시켰다고 생각한다"며 칭찬했다.

'모범택시'는 벌써부터 시즌3 제작을 확정했다. 배우들은 아직 정식 캐스팅 제안을 받지는 못했다고 했지만 오상호 작가는 "무지개 운수 다섯 명이 없는 모범택시는 상상하기 힘들다. 반대로 이 다섯 명이 함께라면 더없이 즐거운 작업이 될 거다. 무지개 운수 식구들이 다시 가자고 하면 저는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할 거 같다"고 밝혔다. 또한 "'법대로 해'라는 말이 가해자들의 무기로 쓰이고, 피해자들에게 협박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모범택시의 운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죽지 말고 전화하세요. 우리는 당신의 억울함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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