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말해요' 주인공 김영광
외로움에 초연해진 인물 "감정 절제"
"오래 알고 지낸 이성경과 멜로, 낯뜨겁지 않아"
"집돌이, 쉬면서 다음 작품 준비"
'사랑이라 말해요'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 / 사진제공=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 / 사진제공=디즈니
"사람들마다 지문이 다른 것처럼 사랑의 방식도 각자 다르다는 걸 시청자들이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이하 '사랑말') 마지막회 공개를 앞두고 만난 주인공 김영광은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이 드라마가 이렇게 남길 바랐다. '사랑말'은 복수에 호기롭게 뛰어든 여자 심우주(이성경 분)와 복수의 대상이 된 남자 한동진(김영광 분), 만나지 말았어야 할 두 남녀의 로맨스를 그리는 작품이다.

학창시절 아버지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심우주는 시간이 흘러 아버지의 불륜 상대이자 법적 새어머니에게 평생살던 집을 빼앗기고 만다. 동진은 새어머니의 아들. 동진 역시 우주와 마찬가지로 결핍이 많은 사람이지만, 우주를 이를 알지 못한 채 동진에게 복수하기 위해 동진이 운영하고 있는 전람회사에 입사하게 된다. 동진은 쌀쌀맞게 행동하는 우주가 오히려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다.

"기존의 로맨스와 다른 방식의 로맨스물이죠. 제겐 도전이었어요. 처음에 이 대본을 봤을 때 재밌겠다고 생각했고, 동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최대한 이 인물에 가까워질 수 있겠다 싶었죠. 쉽게 말을 꺼내지 않고 참을성 있는 사람, 생각이 깊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살 줄 아는 사람이. 그게 이 인물의 매력이라고 생각했어요."
'사랑이라 말해요' 스틸. / 사진제공=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 스틸. / 사진제공=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 스틸. / 사진제공=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 스틸. / 사진제공=디즈니
동진은 외로움이 당연하고 참는 것과 견디는 것에 익숙한 인물. 자신이 1순위가 아닌 엄마, 1순위였지만 떠나간 연인. 초라한 과거들은 자연스레 동진이 일에만 빠져 살게 했다. 김영광은 동진 캐릭터를 오래된 아픔에 무뎌지고 초연한 사람으로 설정하고 연기했다.

"외부 자극이나 타인의 행동에 무관심해진 사람,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이 두려운 사람이라고 설정하고 연기할 때 최대한 감정을 절제했어요.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면 반응하지 않으려고 하고, 귀로는 다 들리지만 최대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요. 더 이상 깊게 들어가면 아파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감정을 절제했어요. 복합적인 마음이겠다 싶었어요."

김영광은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 현장에서 또래 동료배우들과 떠들썩하게 어울리는 걸 자제했다. 캐릭터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다. 따로 떨어져있는 게 어렵지 않았냐는 물음에 김영광은 "이번에 느낀 건데 오히려 좀 조용히 있는 게 편하더라"며 웃었다. 그래도 "쉬는 날엔 자주 회식하곤 했다"고 전했다.

"웃고 떠들다가 촬영에 들어갔더니 감독님이 '왜 동진이가 입꼬리가 올라가 있지?' 그러더라고요. 그걸 방지하려고 했죠. 평소에도 말수가 더 줄어들었어요. 이 촬영을 하는 동안에는 말을 하고 싶어도 잘 안 했어요. 동진이처럼 버텨보자, 잘 참아보자 그랬죠."
'사랑이라 말해요'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 / 사진제공=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 / 사진제공=디즈니
김영광과 상대역 이성경은 모두 모델 출신으로, 두 사람은 모델 시절부터 인연이 있다. 김영광은 "성경 씨와 영화를 찍을 뻔했다가 무산된 적 있었어요. 그 이후에도 연락하거나 만나게 되면 '작품 같이 한 번 해야하는데' 얘기했죠. 모델 시절부터 알던 친구라서 편했어요"고 말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멜로 연기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캐릭터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서는 거리감을 뒀어요. (아는 사이라 해서) 낮뜨겁거나 하진 않았죠. 촬영하며 동진에 몰입됐을 시점에 우주 역 성경 씨의 성숙한 연기를 보고 동진으로서 저 또한 위로 받았어요. 성경 씨는 훌륭한 감정을 갖고 있고, 그런 감정으로 연기하는 사람이구나 느꼈어요"
'사랑이라 말해요'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 / 사진제공=디즈니
'사랑이라 말해요'에 출연한 배우 김영광. / 사진제공=디즈니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김영광은 "쉬는 기간이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기간이죠"라며 '열일 배우'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요즘은 유튜브를 많이 보는 데 성시경의 '먹을텐데'를 즐겨봐요. 그걸 보면서 나도 국밥 먹고 싶다고 생각했죠"라며 웃어 보였다.

김영광은 차기작으로 누아르 드라마 '악인전기'를 찍는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 스릴러 드라마 '썸바디'에 이어 이번 디즈니+ 로맨스 '사랑말', 그리고 누아르까지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있는 김영광은 "배우로서 많이 찍고 많이 남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지금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거도 있을 거고 나이 들면 할 수 있는 거도 있을 것"이라며 열의를 드러냈다.

"이제는 교복은 못 입을 거 같아요. 조금씩 포지션이 달라지는 느낌이랄까. 할 수 있는 연기가 많아졌다는 점이 즐거워요. 다른 장르와 다른 모습을 선보일 수 있다는 기쁨이 저한테 지배적이에요.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자체가 즐거워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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