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겠느냐마는, 작품의 호불호, 흥망성쇠를 떠나서 애정이 가요. 애정이 없었으면 이 작품을 안 했을 겁니다. 자식도 잘 키워도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데, 이번 작품도 좀 더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아요."
'카지노'의 주인공 최민식은 작품을 향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2일 시즌2의 마지막회까지 모두 공개된 '카지노'는 '카지노의 전설'로 거듭난 차무식(최민식 분)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 분)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 최민식은 '최민식이 차무식이고 차무식이 최민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최민식은 "매번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연애하는 기분으로 한다. 징글징글 맞게 지난해 겨울부터 초가을까지 진하게 연애한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차무식은 법의 빈틈을 이용하고 권력자들에게 의탁하며 카지노 세계에서 군림했다. 차무식이 위법적 일을 저질렀음에도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악인들을 응징하는 그의 모습이 통쾌했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차무식이 단선적인 나쁜 놈이었다면 안 했을 거다. 설령 시나리오에 그렇게 묘사돼있더라도 그렇게 표현되는 건 싫다"며 입체적으로 표현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람이 100% 나쁜 놈, 착한 놈이 어딨겠나. 양면성 있지 않나. 차무식이라는 캐릭터에 제가 주안점을 둔 건 '평범한 놈'이라는 거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징화된 빌런, 악당이라면 안 했다"며 "평범한 놈이 그렇게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모진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 날 때부터 슈퍼맨이나 어벤져스에 나오는 놈이 아니라는 것.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캐릭터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도 세상 살다보면 흙탕물에 빠지게 되기도 하지 않나. 카지노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한 남자가 좌충우돌 살다보니 그렇게 된 거다. 평범한 사내의 발자취랄까"라고 말했다.

60대인 최민식은 차무식의 30대 모습도 직접 연기했다. 차무식의 젊은 시절 모습에는 페이스 디에이징과 AI음성합성기술이 적용됐다. 최민식은 "나 이제 그런 거 안 하려고 한다. 과학, 기술의 힘을 믿었는데, 얼굴은 되는데 몸이 안 따라가더라. 그건 어떻게 안 되더라"며 민망해했다. 이어 "외형적 이미지를 극복 못해서 '어떻게든지 한번 다르게 해봐야겠다' 생각하면 또 오버스러운 거다. 어차피 과학 기술이 날 도와준다고 하니까 믿고 편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나이는 10~20년 차이가 나지만 나만 봐도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정신 못 차리는 건 똑같다"며 "영화적 장치로 외형이 표현되니 저는 스토리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다시는 과거로 안 돌아갈 거다. 있는 그대로 살란다"며서 웃음을 터트렸다.

최민식은 로맨스, 코맨틱 코미디물도 욕심냈다. 그는 "이혜영(고회장 역), 김주령(진영희 역)과 며칠 전 얘기했다. '주령아, 너 나하고 로코 안 할래?' 했다. '선배 정신 차려요'할 줄 알았는데, 좋다더라. 기회가 되면 연극도 한 번 하자고 했다. 그 친구가 딕션, 소리가 좋아서 연극하면 잘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전 코미디도 하고 싶다. 이혜영 씨나 저나 이미지가 좀 각져 보이지 않나. 중년 남녀가 만나서 로코를 보여주면 재밌을 것 같다"며 유쾌한 면모를 드러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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