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최민식. / 사진제공=디즈니
'카지노' 최민식. / 사진제공=디즈니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 있겠느냐마는, 작품의 호불호, 흥망성쇠를 떠나서 애정이 가요. 애정이 없었으면 이 작품을 안 했을 겁니다. 자식도 잘 키워도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데, 이번 작품도 좀 더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남아요."

'카지노'의 주인공 최민식은 작품을 향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2일 시즌2의 마지막회까지 모두 공개된 '카지노'는 '카지노의 전설'로 거듭난 차무식(최민식 분)이 위기를 맞이한 후, 코리안데스크 오승훈(손석구 분)의 집요한 추적에 맞서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시작하는 이야기. 최민식은 '최민식이 차무식이고 차무식이 최민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최민식은 "매번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연애하는 기분으로 한다. 징글징글 맞게 지난해 겨울부터 초가을까지 진하게 연애한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카지노' 스틸. / 사진제공=디즈니
'카지노' 스틸. / 사진제공=디즈니
'카지노'는 시즌 1, 2 모두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중 공개 첫 주 기준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특히 시즌2가 공개 첫 주(2월 21일 기준)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중 최대 시청 시간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시즌1의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시즌1 공개 당시 동시기에 공개된 국내 OTT 시리즈 중 IMDb 최고점(1월 5일 기준)을 달성했다. 최민식은 "결과에 전혀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이지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다 만들어놨는데 어떻게 하겠냐. 숫자에 몰두하다보면 피폐해진다. 만든 재미에 취해 살아야지 이미 만들어놨는데 미련을 가지면 뭐하겠냐"라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이제 남는 게 시간이니 1화부터 16화까지 다시 한 번 볼거다. 우리가 어떤 점이 덜거덕 거렸는지, 어떤 점을 잘 표현했는데, 한 번 복기하면서 다음 작품을 위한 자기반성을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차무식은 법의 빈틈을 이용하고 권력자들에게 의탁하며 카지노 세계에서 군림했다. 차무식이 위법적 일을 저질렀음에도 시청자들은 오히려 그를 응원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악인들을 응징하는 그의 모습이 통쾌했기 때문이다. 최민식은 "차무식이 단선적인 나쁜 놈이었다면 안 했을 거다. 설령 시나리오에 그렇게 묘사돼있더라도 그렇게 표현되는 건 싫다"며 입체적으로 표현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사람이 100% 나쁜 놈, 착한 놈이 어딨겠나. 양면성 있지 않나. 차무식이라는 캐릭터에 제가 주안점을 둔 건 '평범한 놈'이라는 거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징화된 빌런, 악당이라면 안 했다"며 "평범한 놈이 그렇게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렇게 모진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 날 때부터 슈퍼맨이나 어벤져스에 나오는 놈이 아니라는 것.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캐릭터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도 세상 살다보면 흙탕물에 빠지게 되기도 하지 않나. 카지노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한 남자가 좌충우돌 살다보니 그렇게 된 거다. 평범한 사내의 발자취랄까"라고 말했다.
'카지노' 최민식. / 사진제공=디즈니
'카지노' 최민식. / 사진제공=디즈니
차무식은 자신의 오른팔과 같은 수하 양정팔(이동휘 분)에게 결국 허망하게 죽임을 당한다. 결말에 대해 최민식은 "아쉬움은 없다. 드라마 초반부에 대사로 '화무십일홍'이 나오지 않다. 저는 참 좋았다. 강윤성 감독이 그 대사를 썼을 때 처음에는 '뭔 뜬금없는 화무십일홍인가' 했는데, 열흘 붉은 꽃은 없다고 아무리 권력이 도취돼 살아도 마지막이 그럴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 만찬을 준비할 때 꽃을 꼽지 않나. 미술팀에게 '주변에 좀 시들시들한 꽃 없냐'고 부탁했다. 카메라에 잡혔을 때 꽃잎이 시들시들했으면 싶었다. 저는 엔딩도 꽃잎 떨어지듯 했으면 싶었다. 느닷없이, 내가 가장 애정하던 후배한테 (당하는 거다). 욕망에 미쳐 날뛰던 놈의 결말로 옳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게 이 작품의 주제와 처음부터 언급됐던 화무십일홍과 일맥상통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60대인 최민식은 차무식의 30대 모습도 직접 연기했다. 차무식의 젊은 시절 모습에는 페이스 디에이징과 AI음성합성기술이 적용됐다. 최민식은 "나 이제 그런 거 안 하려고 한다. 과학, 기술의 힘을 믿었는데, 얼굴은 되는데 몸이 안 따라가더라. 그건 어떻게 안 되더라"며 민망해했다. 이어 "외형적 이미지를 극복 못해서 '어떻게든지 한번 다르게 해봐야겠다' 생각하면 또 오버스러운 거다. 어차피 과학 기술이 날 도와준다고 하니까 믿고 편하게 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나이는 10~20년 차이가 나지만 나만 봐도 어릴 때나 지금이나 정신 못 차리는 건 똑같다"며 "영화적 장치로 외형이 표현되니 저는 스토리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다시는 과거로 안 돌아갈 거다. 있는 그대로 살란다"며서 웃음을 터트렸다.
'카지노' 최민식. / 사진제공=디즈니
'카지노' 최민식. / 사진제공=디즈니
'카지노'의 인물들은 지나친 욕망 때문에 결국 파멸을 맞는다. 현재 가지고 있는 욕망은 무엇이냐고 묻자 최민식은 "작품에 대한 욕심이다. 제가 기대고 살 게 이거밖에 없다. 이젠 어디다 이력서를 낼 수도 없지 않나"라며 웃었다. 그는 "점점, 자꾸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다양한 작품,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해진다"고 털어놨다. 또한 "자극적인 것 말고 이성 간의 로맨스뿐만 아니라 가족, 형제, 친구 간의 이야기, 힐링이 되고 따뜻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로맨스, 코맨틱 코미디물도 욕심냈다. 그는 "이혜영(고회장 역), 김주령(진영희 역)과 며칠 전 얘기했다. '주령아, 너 나하고 로코 안 할래?' 했다. '선배 정신 차려요'할 줄 알았는데, 좋다더라. 기회가 되면 연극도 한 번 하자고 했다. 그 친구가 딕션, 소리가 좋아서 연극하면 잘할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전 코미디도 하고 싶다. 이혜영 씨나 저나 이미지가 좀 각져 보이지 않나. 중년 남녀가 만나서 로코를 보여주면 재밌을 것 같다"며 유쾌한 면모를 드러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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