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산으로 간 '삼남매가 용감하게' 종영
'삼남매가 용감하게' 포스터./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삼남매가 용감하게' 포스터./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삼남매가 용감하게' 끝나서 너무 좋아"
51부작 대장정을 마친 KBS2 주말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 마지막 회를 본 시청자들의 소감이다. 종영에 대해 아쉬움보다 기쁨이 더 큰 것. 주인공들은 결혼으로 '해피엔딩'을 맞았지만, KBS의 꽃이라는 주말드라마 역사상 '최악'이라는 굴욕의 꼬리표는 면치 못하게 됐다.

지난 19일 '삼남매가 용감하게'가 종영했다. 김태주(이하나 분)와 이상준(임주환 분)은 결혼식을 올렸고, 김소림(김소은 분), 신무영(김승수 분)도 12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에 성공했다. 김건우(이유진 분), 장현정(왕빛나 분) 부부는 아이를 낳았다. 친자 검사를 조작했던 장영식(민성욱 분)은 지난 일들을 후회하며 사죄했다. 그야말로 꽉 닫힌 해피엔딩이다.
사진=KBS '삼남매가 용감하게' 방송 화면.
사진=KBS '삼남매가 용감하게' 방송 화면.
그러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몇 달 동안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 검사, 장영식의 복수 등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급하게 마무리 짓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 여기에 악행을 저질러 온 장영식이 죗값을 받는 게 아니라 가족들 곁을 떠나는 걸로 끝을 맺은 것 역시 허무하다.

가족을 위해 양보하고 성숙해야 했던 K-장녀 이하나와 톱스타로 가족을 부양해야 했던 K-장남 임주환이 만나 행복을 찾아 나선다는 한국형 가족의 '사랑과 전쟁' 이야기라는 초반의 설정 역시 사라진 지 오래. 주인공들은 병풍이 되어 사라졌고, 어느 순간부터 김소림과 신무영 커플의 러브라인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오죽하면 주인공이 바뀐 것 아닌가 싶은 정도. 오죽하면 '2022년 KBS 연기대상'에서도 임주환, 이하나가 아닌 김소은, 김승수가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졌을까.

공감과 현실을 강조하며 속이 편안한 드라마를 약속했던 박만영 연출. 그러나 '삼남매가 용감하게'는 그 어떤 주말드라마보다 답답함을 유발하는 고구마 전개였고, 시청률 역시 16.7%까지 추락했다. 시청률 상승을 위해 출생의 비밀, 전처의 시한부 거짓말, 기억 상실 등 막장 요소를 죄다 집어넣었지만, 이마저도 뜬금없고 어설펐다. 장녀, 장남의 이야기를 하겠다던 '삼남매가 용감하게'의 도착지는 산이었다.
'삼남매가 용감하게' 포스터./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삼남매가 용감하게' 포스터./사진제공=빅토리콘텐츠
희대의 망작, 최악의 주말극이라는 굴욕스러운 평가까지 나올 만큼 '삼남매가 용감하게'가 미친 파장은 크다. 당장의 문제는 후속작. '삼남매가 용감하게'로 떨어진 기대치는 '진짜가 나타났다!'에 직격타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더 글로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차주영이 주연을 맡았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지만, 전작들에서 연기력 논란을 겪은 안재현이 3년 만에 다시금 평가 대에 오른다는 리스크가 있다.

'삼남매가 용감하게'는 시청률도, 화제성도, 작품성도 모두 실패했다. 유일한 수혜자는 김소은과 김승수뿐이다. KBS 주말극의 명성은 사라진 지 오래. 더는 추락할 곳도 없는 상황 속 바통을 이어받게 된 '진짜가 나타났다'에 우려가 쏟아진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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