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악역으로 화제되고 있는 임지연
"엄마도 '연진아' 불러"
"따라하지 않고 '임지연만의 것'으로 캐릭터 완성"
"편하게 해줬던 송혜교에 감사해"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솔직히 작품이 잘될 거라는 생각은 애초부터 있었어요. 엄청난 화제성을 일으키고 사랑을 많이 받을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하하. 그런데 캐릭터 하나 하나까지 이렇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어요. 많은 분들이 어딜가나 저를 '연진아' 하고 불러주는데, 요새 감사하고 행복해요."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서 악랄한 학교 폭력 가해자 연기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배우 임지연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에 행복해했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문동은(송혜교 분)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지난 15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에 따르면 3월 둘째 주(6∼12일) '더 글로리'의 시청 시간은 1억2446만 시간으로 비영어권 TV 부문 1위에 올랐다.

임지연이 연기한 박연진은 기존에 결핍이나 사연이 있는 악역이 아닌 악행 그 자체를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인물. 임지연은 "사실 힘들었다. 너무 중요한 역할 아닌가. 이 작품에서 연진을 제대로 연기해야 시청자들이 동은이에 대한 감정의 연결과 공감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동은이 그렇게까지 복수하려고 하는 이유가 연진이기 때문에 연진 캐릭터를 잡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했어요. 처음에는 연진이 아무 감정 없는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 같은 느낌으로 감정을 다 빼볼까 싶기도 했죠. 혹은 완전히 감정적인 인물로 접근해보기도 했어요. 최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다가 결국에는 '나 임지연만이 할 수 있는 걸 만들어보자'라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유명 작품들의 빌런을 따라하지 말고 아예 보지 않기로 했죠. 내 목소리, 내가 가진 표정, 걸음걸이, 몸짓, 스타일적인 부분까지 아예 내 껄로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임지연은 박연진이 '애증의 캐릭터'라고 했다.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기에 애정이 있지만 그의 악행을 생각하면 사랑한다고 하기도 어려운 것. 임지연은 "대본 보고 준비하면서 세상 사람들이 나를 다 미워했으면 좋겠다 했다. 작가님, 감독님에게도 '제가 이걸 하면 세상 사람들이 저를 다 미워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 내가 이 작품을 잘 해낸 거라고 할 수 있을 거다. 미운 게 잘 표현돼야 동은의 마음이 잘 전달될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극 중 인물들이 박연진에게 '연진아'라고 부르는 대사 자체도 화제가 되고 있다. 임지연은 "그렇게까지 '연진아'가 많은 줄 몰랐다. 동은뿐만 아니라 다른 인물들도 '연진아'가 많더라"고 전했다. 이어 "완전 감사하다. 제가 안 나온 신에도 제가 나온 것 같은, 분량이 늘어난 것 같았다. 감사하다. 임지연보다 '연진아'가 더 유명해진 것 같다. 집에서도 엄마가 '연진아' 한다"며 웃었다.

임지연의 리얼한 연기에 학창시절 일진이 아니였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임지연은 "'너 진짜 일진이었지? 이런 반응이 많다.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에게 연락도 많이 받았다"며 웃었다. 이어 "순수하고 평범했다. 학창시절에 큰 기억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자를 꿈꿨고 연기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았다. 저의 학창시절은 순수하고 무난했다"고 말했다.

앞서 차주영(최혜정 역)은 인터뷰에서 캐스팅 과정에서 학폭 여부에 대한 검증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임지연은 "저는 제작진과 학창시절에 대해 얘기한 건 거의 없었고 캐릭터적인 부분을 더 많이 얘기했다. 저한테 직접 검증하거나 한 건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더 글로리'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욕설을 내뱉는 박연진을 연기한 임지연의 모습은 박연진의 악독한 모습을 더욱 부각했다. 욕설 연기에 대해서는 "욕이 그렇게 찰지게 잘 나올 거라고 생각 못 했다. 극 중 여러 캐릭터가 욕을 많이 하고 대본상 워낙 자극적인 말이 많지 않아. 감독님이 연진의 욕을 찰지게 잘 살려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이왕 하는 거 맛깔나게 하면 훨씬 재밌지 않을까 했다. 욕은 연진에게 빠질 수 없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속 시원한 게 많았다"고 말했다.

악랄한 모습을 연기한 뒤 후유증은 없었냐는 물음에 임지연은 "종일 촬영하면 하루종일 그 성질머리로 있는 거 아니냐. 감정신이 다 몰려있는 날도 있다. 기상캐스터 신이 몰려있는 날은 오히려 온화해진다. 뒤에 감옥에 있는 신도 그렇고, 그런 걸 찍고 집에 오면 세상이 막 짜증나졌다. 하루종일 그런 감정으로 있다 보니 그랬다. 미간 주름이 이미 많이 생겨있고 그랬다. '왜 이렇게 화나지?', '왜 이렇게 내가 성질이 안 좋아졌지?' 생각했던 적도 있다. 예민한 부분이 많고 하도 소리도 많이 질러서 그런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현장에서 스태프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저 다음에는 진짜 착한 거 할 거예요' 그랬다"며 웃었다.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 임지연. / 사진제공=넷플릭스
임지연은 송혜교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송혜교는 극 중 학폭 피해자 문동은 역. 임지연은 "당연히 언니와 많이 친해져야지 싶었다. 내가 연진이 캐릭터로 언니에게 안 좋게 하는 신도 많고 욕도 많이 하지 않나. 그래서 언니와 많이 편해졌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첫 촬영날 혜교 언니에게 '언니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해요?'라고 했다. 저는 제가 선배님들에게 좀 다가가는 스타일이다.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언니가 편하게 대해주시더라.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마음이 깔려 계셨다. 기 센 여자들의 싸움을 찍을 때도 먹는 얘기, 강아지 얘기, 쓸데없는 수다를 떨었다. 언니와 연기하며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오히려 제일 편했던 게 동은이였다"고 전했다.

연기자로서 '더 글로리'로 영광의 순간을 맞이한 임지연. 그의 인생에서 '글로리'의 순간은 언제였을까.

"제가 '인간중독'으로 데뷔했을 때 시사회 날 엄마가 시사회에 오셔서 큰 꽃다발을 건네며 '너무 예뻤어, 지연아' 했던 순간 같아요. 쉽지 않은 영화를 엄마가 보러 와서 '우리 지연이 너무 예뻤어'하는 순간이 잊히지 않아요. 가장 큰 영광의 순간이었어요. 앞으로 저는 항상 해왔던 것처럼 느리더라도 집요함과 끈기로, 또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만나 뵙고 싶어요. 열정 가득하고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예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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