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비밀의 여자' 음주운전 이루→한기웅 교체 통했다
'비밀의 여자' 포스터/사진제공=KBS
'비밀의 여자' 포스터/사진제공=KBS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막장극이 제대로 통했다. 말도 안 되는 재벌집 시집살이에 이를 방관하는 남편이 분노를 유발한 것. 음주운전으로 하차한 이루 대신 투입된 한기웅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역대급 빌런으로 등극했다.
'비밀의 여자' /사진제공=KBS
'비밀의 여자' /사진제공=KBS
지난 14일 첫 방송된 '비밀의 여자'는 시력을 잃고 '락트-인 증후군(의식이 있는 전신 마비)'에 빠지게 된 여자가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고 복수를 통해 사랑과 정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최고 시청률 21.3%를 기록한 '비밀의 남자'에 이은 신창석 PD와 이정대 작가의 두 번째 합작 '비밀' 시리즈다.

'비밀의 여자'를 제작한 신 PD의 자부심은 높았다. 무려 글로벌 1위를 찍은 '더글로리'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것. 제작발표회에서 신 PD는 이번 작품이 자신의 KBS 마지막 연출작이라며 "우리는 '더 글로리'에 도전장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자부한다. 찍기는 넷플릭스처럼 찍었지만 방송 시간이 제한적이어서 많이 잘라냈다. 너무 많이 잘라서 불닭볶음면에서 진라면 순한맛이 됐다. 스토리 자체가 일일극 2개를 모아둔 느낌이다. 비밀 세 가지가 있는데, 천천히 하나씩 공개하도록 하겠다. 도무지 예측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밀의 여자' /사진제공=KBS
'비밀의 여자' /사진제공=KBS
베일을 벗은 '비밀의 여자'는 그야말로 독했다. 오프닝부터 한 여자가 락트-인 증후군에 빠진 정겨울(신고은 분)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모습이 담긴 것. 이어진 장면에서는 정겨울의 고된 시집살이가 담겼다. 자신의 생일에도 미역국 하나 끓이지 못하고 남편 남유진(한기웅 분)을 위해 해장국인 생태탕을 끓여야했고, 시어머니의 구박에 이불에 커텐까지 온갖 빨래를 해야했다.

남유진과 불륜 관계인 주애라(이채영 분)은 신고은에게 친구인 척 행동하지만, 기관지와 폐가 안 좋은 그를 일부로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해 쓰러지게 만들고, 복용 중인 약에 피임약을 몰래 섞어 임신하지 못하게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처럼 이채영은 3작품 연속 악역을 맡아 '믿고 보는 빌런'을 완성해냈다. '비밀의 남자' 출연진 중 유일하게 '비밀의 여자'에 합류한 이채영은 '더 글로리'의 악역 박연진을 능가하는 존재감을 뽐냈다.
'비밀의 여자' /사진제공=KBS
'비밀의 여자' /사진제공=KBS
여기에 이루 대신 합류한 한기웅의 얄미운 연기가 빛을 발했다. 대중적으로 얼굴이 다소 생소해서일까. 아내의 편에 서지 않고 오히려 나무라는 그의 연기가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다. "솔직히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뒤늦게 합류하게 돼서 부담이 정말 많이 됐다. 감독님 모토가 '즐겁게 촬영하자'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선배님들도 연기하는 데 편하게 해주셔서 어울려서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라고 전한 한기웅. 부담감이 무색할 만큼 적반하장 캐릭터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독한맛으로 무장, 대장정을 시작한 '비밀의 여자'가 전 시리즈의 기록을 뛰어 넘을 수 있을지, 일일드라마판 '더 글로리'가 될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