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 김히어라 인터뷰
"실제는 비흡연자, 촬영 때마다 담배 피며 연습했다"
"송혜교 너무 예뻐, 나도 모르게 감탄했죠"
"'더글로리' 애드리브 無, 모든 건 김은숙 작가 손에서 탄생"
'더글로리' 김히어라./사진제공=넷플릭스
'더글로리' 김히어라./사진제공=넷플릭스
"뱀과 연기하는 건 당연히 CG로 할 줄 알았는데 촬영 날 뱀이 도착했다고 하더라고요. 훈련이 된 뱀이라 훈련사가 하는 대로 연기를 하고, 저한테 안겨서 애교도 부렸죠. 오히려 뱀과 마주하니까 ‘쉭쉭’ 거리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김히어라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에 이어 지난 3월 10일 파트2가 공개돼 전 세계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극 중 김히어라는 알코올과 약물에 중독된 삶을 사는 화가 이사라 역을 맡아 열연했다. 파트 2에서 문동은(송혜교 분)가 놓은 덫에 걸려든 이사라는 환각 속에서 수위 높은 행위를 벌이고 친구의 배신에 돌아버린 눈으로 살인미수를 저지르는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더 글로리' 공개 3일 만인 13일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을 포함해 브라질, 홍콩,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베트남, 터키, 멕시코 등 38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각각 3위, 2위에 올랐다.

인기를 실감하냐고 묻자 김히어라는 "짤도 많이 돌고 연락이 주위에서 많이 온다. 숏컷을 해서 많은 분이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뒷모습만 보고 쫓아오시더라. 많이 알려졌나보다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품이 잘 될 거라는 생각은 대본 봤을 때부터 했지만, 이 정도의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다. 연기를 더 오래 할 수 있겠다 정도였는데 감사하게도 핫해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김히어라는 "가해를 저지르는 데 있어서 정당한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사라 캐릭터에 대해 "가해자 중 목표 의식이 있어서 살기보다 살기 위해 사는 아이라고 생각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없고 누군가가 나를 구원해주길 바라는 망상을 가지는 친구다 보니 가해자이면서 방관자라고 느꼈다. 어떠한 사건도 자신에게 대단히 이슈화되지 않는, 약과 담배와 술에 의존하면서 사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더글로리' 김히어라./사진제공=넷플릭스
'더글로리' 김히어라./사진제공=넷플릭스
오디션은 통해 캐스팅된 김히어라. 1차 오디션 당시에는 여러 명의 여자 캐릭터 대사들을 전부 받고 준비했다고. 김히어라는 "사라는 당연히 아닐 줄 알았다. 박연진 캐릭터를 준비해갔는데 사라를 시키더라. 2차 오디션 때는 아예 사라 캐릭터로 불러주셨다"고 밝혔다.

왜 이사라는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김히어라는 "그때 받은 대본이 손명오네 집에 가서 약을 찾는 장면이었는데 말투가 부끄럽지만 꽤 귀여워 보였다. 러블리한 이미지가 하는 건가 싶었다"며 "사라 캐릭터를 맡게 되고 퀵으로 대본을 받았는데, 대본을 통째로 보니까 나와 이사라가 잘 맞는 것 같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나쁜 아이지만 자기만의 위트가 있는 캐릭터라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림 그리는 것들도 닮아 있었고요."

마약 중독자 연기는 어떻게 준비했냐고 묻자 김히어라는 "누구를 롤모델로 삼지는 않고 다큐멘터리를 많이 찾아봤다"고 밝혔다.

비흡연자 김히어라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담배와 대마초 피우는 연기도 해내야 했다. 그는 "매니저가 담배를 피우는데, 가장 약한 전자담배 구해달라고 했다. 평소 혼자 있을 때는 안 피우고 촬영갈 때 매니저와 같이 피우면서 연습했다. 담배를 맛있게 잘 피울 때도 있었는데 화면에는 잘 안 나와서 아쉽더라. 겉 담배 하는 느낌으로 나와서"라며 웃었다.

촬영 후에도 흡연을 이어가냐고 묻자 김히어라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극 중 대마초 피는 장면이 있는데, 소품으로 잎담배를 만들어줬다. 독하다고 했는데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깊게 들이마시면서 폈는데 힘들었다. 그 장면이 담배를 피우는 마지막 장면이었는데, 그걸 찍고 나서 다신 담배를 안 피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더글로리' 김히어라./사진제공=넷플릭스
'더글로리' 김히어라./사진제공=넷플릭스
김히어라의 첫 촬영은 교회에서 문동은(송혜교 분)와의 싸움 장면이었다고. 그는 "첫 촬영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해갔다. 개인적으로 송헤교 배우의 찐팬이라 떨리기도 했다. 팬이라고 이야기하니까 자기도 나에 대해 이야기 많이 들었다고, 오늘 연기 너무 기대하고 왔다고, 자기도 안 밀리려고 준비 많이 했다고 말해줘서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촬영이 시작되고 눈이 딱 마주쳤는데 너무 예쁜더라. 나도 모르게 '너무 예쁘다' 라는 말이 나왔다"며 "문동은이 이사라 머리채를 잡고 흔들다가 손에서 머리카락을 부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송혜교 배우가 손을 덜덜 떨더라. 문동은 그 자체였던 거. 그때부터 집중이 됐다. 누군가는 욕하고 툭툭 치는 게 아무렇지 않은데 누군가는 폭력을 쓰고 손을 떠는 거다. 그게 너무 문동은 같아서 그 모습이 나를 사라로 만들어줬다"고 덧붙였다.

'더글로리' 파트 2에서 이사라는 부모님에게 마약이 합법인 네덜란드로 보내달라고 난리 치는 장면으로 떼를 쓰는 모습으로 '금쪽이' 별명이 붙기도. 이에 김히어라는 "진심을 다해서 했을 뿐이다"라고 웃으며 "대본에는 '아빠에게 가겠다고 떼를 쓴다. 마치 엑소시스트 같은 모습이다' 라고 쓰여 있었다. 기괴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감춰지지 않는 귀여움이었을까"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애드리브는 하나도 없었다"는 김히어라. 그는 "지문에서 행동 정도 추가하고 말을 쪼개는 정도지, 다 대본 안에 있는 걸 해낸 거다. 나중에는 처음부터 김은숙 작가님이 나를 알고 쓴 게 아닐까 싶어질 정도였다"며 '역시 김은숙 작가'라고 감탄했다.
'더글로리' 김히어라./사진제공=넷플릭스
'더글로리' 김히어라./사진제공=넷플릭스
결말에 대해 만족하냐고 묻자 김히어라는 "사라가 감옥에서 정신을 차리고 약을 끊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는 이상 잘 버텨내지 못할 것 같다"며 "동은이가 직접 손이 닿지 않아도 저희끼리 서로를 망가트렸다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들의 타락이 오히려 현실적이기도 했다. 사라의 결말이 가장 약했다는 건 내가 사라라서 잘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새로운 시즌에 대한 기대는 없을까. 김히어라는 "교도소에서 연진이와 사라의 이야기로 어떨까 했지만, 답은 받지 못했다"며 웃었다.

'더글로리'를 통해 김히어라의 발견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것에 대해서는 "'더글로리' 이후로 화보 등 재밌는 작업도 많이 하게 됐고, 좋은 작품들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어서 행복하다. 대본을 검토하는 범위가 넓어졌다. 오랜 시간 연기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보고 싶은, 안 보이면 보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1등을 한다거나 매 작품 핫이슈를 받는다기보다 길게 가고 싶거든요. '더글로리'는 제게 글로리 한 작품인 것 같아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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