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100' 우진용, 정해민/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100' 우진용, 정해민/사진제공=넷플릭스
경기를 중단시킨 건 맞지만 의도적인 조작은 없었다. 사고는 있었지만 누군가의 특혜를 위한 건 아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피지컬 : 100' 제작진이 결승전 조작 논란으로 인한 진실 공방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지자 원본 영상 공개라는 초강수를 뒀다. 제작진의 억울한 상황도 이해는가나 미숙했던 대처로 인해 출연진이 보게 된 피해와 상처는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까.

9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결승전 이슈 관련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영기 CP와 장호기 PD가 참석했다.

한국 예능 처음으로 넷플릭스 TV 쇼 1위에 오르며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피지컬 100'은 지난 1일 전 스노우보더 출신 크로스핏 선수 우진용이 현 경륜 선수 정해민과의 치열한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하며 막을 내렸다.
'피지컬100'/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100'/사진제공=넷플릭스
문제는 종영 후에 터졌다. 우승자 발표 이후 장비 문제로 결승전이 여러 차례 치러지며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준우승을 차지한 정해민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진이 결승전에 개입해 두 차례나 재경기가 치러졌다고 폭로했고, 두 번중 한 번은 우진용이 손을 들어 중단됐다고 설명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제작진은 타임라인을 공개하며 조작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우진용 역시 손을 들어 경기를 중단시킨 적이 없고, 두 번 모두 오디오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정해민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9일 원본 영상을 공개하고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제작진. 장호기 PD는 영상을 해당 분량만 공개하고 파일로 전달하지 못하고 보여주기만 하는 이유에 대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특성상 모든 저작권은 넷플릭스가 소유하고 있고,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문제의 본질과 다른 또다른 문제가 확산 될 우려, 출연자들의 개인적인 대화 유출, 방대한 양들로 인해"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공개한 원본 영상을 보면 정해민이 주장한 '우진용이 먼저 손을 들어 기계 결함을 주장해 경기를 중단시켰다'는 건 사실이 아니었다. 경기가 진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굉음이 발생했고, 그로부터 13분 가량 뒤 제작진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피지컬 100' 장호기 PD./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 100' 장호기 PD./사진제공=넷플릭스
이에 대해 장호기 PD는 "두 줄타래가 돌아가면서 거대한 마찰음으로 굉음이 발생했다. 이는 시물레이션 당시 전혀 들리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경기를 흐름을 끊지 않으려 했지만, 소음이 매우 심각해 촬영본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접어들었다. 또 줄타래 축이 파괴돼 튕겨져 나가면 출연자가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에 안전 사고 방지를 위해 중단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WD라는 녹 제거 스프레이로 조취를 취하고, 줄타래가 끼어진 축과 구멍 등을 확인한 뒤 경기를 재개했다.

두 번째 중단 이유는 우진용 도르레의 줄꼬임 사태 때문이었다. 우진용의 도르레가 돌다 매듭이 지어지면서 움직이지 않게 된 것. 이를 인지한 제작진이 공정한 대결이 아니라 판단, 긴급히 호각을 불고 중단시켰다는 것.

이후 우진용과 정해민 두 선수와의 합의 하에 당일 재개를 택했다는 제작진. 제작진은 몇일 뒤 경기를 재개하자는 의견을 비쳤지만, 자신이 앞서고 있다고 판단한 정해민이 먼저 당일 재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우진용도 이를 허락했다고 했다.

결국 두 번의 경기 중단은 사실이었다. 다만 우진용이 원해서,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개입을 해서는 아니었다. 장비의 문제들이었다. 결국 아무리 많은 시물레이션을 돌렸다고 한들 제작진의 미숙했던 준비 과정이 문제를 만든 셈이다.
'피지컬100' 정해민/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100' 정해민/사진제공=넷플릭스
정해민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앞서고 있었는데 계속되는 경기 중단이 마음에 들었을리 없다. 자초지정을 명확히 설명해줬어야 할 제작진이 당시 우왕자왕하니 정해민입장에서는 제작진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우진용 역시 자신이 경기를 중단시킨 적이 없음에도 제작진과 한 편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져 우승자의 영광을 빼앗기고 말았다.

문제는 경기가 두 번이나 중단됐었음에도 방송에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나갔다는 거다. 아무리 '피지컬 100'이 스포츠가 아닌 예능이라고 하더라도 일련의 상황은 설명해줘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제작진은 이를 숨겼고, 결국 이것이 조작 논란의 시발점이 됐다.

"방송 사고가 났다는 걸 투명하게 보여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당시로는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이건 저희 제작진의 책임입니다."
'피지컬100' 우진용/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100' 우진용/사진제공=넷플릭스
경기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엄연한 방송 조작이다. '골 때리는 그녀들' 역시 경기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극적인 연출을 위해 편집을 가미해 뭇매를 맞지 않았나. 두 번의 흐름이 끊기면서 선수들은 지쳤고, 제작진은 당황했다. 이를 알리 없는 시청자들은 정해민과 우진용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했다.

결국 제작진의 침묵이 출연자들의 싸움을 부추기게 만든 셈. "진실공방처럼 흘러가거나 대립 구도로 가는 걸 원치 않는다"며 "이제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제작진의 호소를 출연자들이 응답해줄까. 조작은 없었지만 어딘가 찜찜함이 남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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