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100' 장호기 PD./사진제공=넷플릭스
'피지컬 100' 장호기 PD./사진제공=넷플릭스
결승전 조작 논란이 불거진 '피지컬 : 100'이 원본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 속 조작은 없었지만, 승부에 영향을 끼칠 만한 '오디오 사고'는 분명히 있었다. 여기에 제작진의 미숙했던 대처 방식 역시 아쉬움이 남는다.

9일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넷플릭스 예능 '피지컬: 100' 결승전 이슈 관련 긴급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김영기 책임 프로듀서와 장호기 PD가 참석했다.

체급,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최고의 피지컬'을 가리는 '피지컬 100'을 한국 예능 가운데 처음으로 넷플릭스 TV 쇼 1위에 오르며 역사를 다시 썼다. 그러나 높은 관심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방송 중 과한 욕설에 성희롱 논란, 약물 복용 논란까지 불거진 것. 그러나 이러한 잡음에도 인기는 식을 줄 몰랐고, 전 스노우보더 출신 크로스핏 선수 우진용의 우승으로 지난달 21일 막을 내렸다.

문제는 종영 후에도 터졌다. 우승자 발표 이후 장비 문제로 결승전이 여러 차례 치러지며 우승자가 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재까지 치열한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준우승을 차지한 현 경륜 선수 정해민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진이 결승전에 개입해 두 차례나 재경기가 치러졌다고 폭로한 것. 여기에 두 번중 한 번은 우진용이 손을 들어 중단됐다고 설명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제작진은 타임라인을 공개하며 조작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우진용 역시 손을 들어 경기를 중단시킨 적이 없고, 두 번 모두 오디오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정해민도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6일 정해민은 제작진의 타임라인 해명과 우진용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며 원본 영상을 공개하라고 재반박했다.
[종합] 원본 공개한 '피지컬 100', 조작은 없었지만 사고는 있었다…"당일 재개는 정해민이 원해"
이에 '피지컬: 100' 제작진은 9일 오전 긴급 간담회를 열어 원본 영상을 공개하고 제작진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장호기 PD는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 모든 갈등과 논란은 두 출연자가 아니라 저희가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저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당일 녹화 분량 전체가 아닌 해당 분량만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특성상 모든 저작권은 넷플릭스가 소유하고 있고,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문제의 본질과 다른 또다른 문제가 확산될 우려, 출연자들의 개인적인 대화 유출, 방대한 양들로 인해"라며 "이외에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조치 및 개별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해민 출연자의 인터뷰와 관련해 장호기 PD는 "우진용 참가자가 손을 들고 문제를 제기했다. 첫 번째 경기는 이렇게 중단됐다. 제작진에게 소리가 너무 많이 난다며 기계결함을 주장했다. 우진용 선수가 먼저 손을 든 걸 다수가 알고 있다. 우진용 선수와 제작진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보여주고자 한다"며 줄다리기 첫 번째 경기 영상을 보여줬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우진용과 정해민의 대결 모습이 담겼다. 경기가 진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끼기긱 거리는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13분 가량 지났을 때 우진용이 아닌 제작진이 경기를 중단시켰다.

장호기 PD는 "두 출연자 모두 약간의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두 줄타래가 돌아가면서 거대한 마찰음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굉음은 시물레이션 때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상황이다. 경기의 흐름을 끊는 것보다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속했지만, 중단 요청을 드린 건 지속적인 소음이 매우 심각하여 촬영본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차례 시물레이션 당시의 대형 소음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서 안전 사고의 신호라는 판단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줄타래의 축이 파괴돼 튕겨져 출연자를 향해 굴러지면 큰 부상이 발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도저히 안된다는 판단 하에 공식적으로 중단 요청을 드렸다. 우진용 출연자가 손을 들고 경기를 중단시켰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승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승부를 중단시킨 것 역시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소음을 제거하기 위해 WD라는 녹을 제거하는 스프레이로 조취를 취했다고.
[종합] 원본 공개한 '피지컬 100', 조작은 없었지만 사고는 있었다…"당일 재개는 정해민이 원해"
장호기 PD는 "첫 번째 경기 중단 후에 두 번째 경기에서도 정해민 측은 '내가 앞서 끝났다, 그런데 제작진이 재경기를 요구했다. 이제 정말 끝났다 싶을 때 제작진이 경기를 중단한다고 했다. 일단 경기를 끝내려고 계속 당겼는데 제작진이 경기를 중단하라고 소리쳤다'고 했는데, 이런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경기 재개 직후 26초만에 당시 우진용 측 줄타래가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줄과 줄이 꼬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상황 발생과 동시에 상황을 인지했고, 돌발 사고로 판단하여 중단을 즉각 요청했고, 우진용도 줄꼬임 사태를 인지했다. 정해민에게는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긴급히 호각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재개된 경기 영상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우진용의 줄이 당겨지지 않았다. 도르레 거치캠 영상을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매듭이 지어져 움직이지 않게 됐다.

장호기 PD는 "최종 결승은 장기전 게임이었다. 두 출연자를 포하하여 모든 출연자에게 길이를 공지하지 않았고, 남은 줄이 얼마나 되는지 외부에서 파악할 수 없게 설계했다. 현장에 그 누구도 현장의 승부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당시 경기 중반부였다. 정해민 선수가 3배 이상 앞섰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작진이 재경기를 해달라고 압박하고, 수십분 동안 매달렸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재개 방식을 논의했고, 대형 소음 사고로 이전 촬영분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는 말씀을 드렸다. 합의에 따른 방식을 따르겠다고 말씀드렸다. 두 출연자와 소통했던 제작진은 총 3인이었으며 정해민 선수에게 재경기를 강요한 것이 아니라 두 선수가 합의하는 재개 방식에 대해 의견을 드렸다. 이후 상호 합의하여 격차를 반영해 당일 재개에 합의했다. 이로 인한 결과에 대해서는 인정하기로도 합의했다. 본 협의 과정은 마이크를 통해 녹음됐다. 이후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또한 없었다. 출연자들의 소감 인터뷰 및 기념 사진 등을 끝으로 공식 녹화는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게임이 중단된 이후 본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정해민 측 줄타래를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하기 위해 본 경기 영상을 공개했다. 장호기 PD는 "줄타래 장치 자체가 두루말이 휴지처럼 단순한 구조라 난이도를 높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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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결승전 우진용 특혜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제작진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출발 직전 180도 돌아달라는 요청은 어디에도 없었다.

장호기 PD는 "특정 출연자를 우승자로 만들기 위해, 극적 연출을 하기 위해 조작한 건 분명한 허위다. 이와 같은 논란이 지속된 건 제작진이 철저하게 준비하지 못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두 출연자 분들을 찾아뵙고 정식으로 사과드리고 오해를 풀고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여 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경기 중단을 방송으로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다만 우리 프로그램이 스포츠 경기는 아니기 때문에 예능 콘텐츠와 스포츠를 비교하는 건 양해 부탁드린다. 방송 사고가 났다는 걸 투명하게 보여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당시 판단으로는 쉽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이건 저희 제작진의 책임"이라고 사과했다.

김영기 총괄 프로듀서는 "소음과 관련된 부분은 안전 문제와 연관된거라 더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현장에서의 판단이 있었다. 진행 상에서의 돌발 상황에 대한 사과의 의미도 있지만, 정작 우승과 준우승을 했지만 논란 때문에 혜택이나 영광을 잘 못 누리는 것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또 두 번째 중단 후 본 경기 당일 재개는 정해민이 원했던 거였다고. 제작진은 처음에 몇일 뒤 경기 재개를 요구했지만, 정해민 측이 자신이 앞서고 있다는 판단 하에 당일 재개를 원했고, 우진용과의 협의 하에 재개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호기 PD는 "정해민 선수와 만나서 대화로 오해를 풀고 사과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진이 회유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전화를 드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정해민 선수와 원만한 해결과 화해를 바란다고. 장호기 PD는 "진실공방처럼 흘러가거나 대립 구도로 가는 걸 원치 않는다. 우리가 영상을 공개하는 게 정해민을 반박하는 게 되는거라 고민도 많았다. 우리는 정해민 선수가 거짓말을 한다거나 제작진에 해를 입히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꼭 만나서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중들에게 원본 영상의 일부를 공개할 의향을 묻자 "추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판 논의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그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시즌2에 대해서는 "오디션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정해진 바가 없다. 이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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