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종영 '빨간 풍선', 결국은 불륜녀의 승리?
홍수현에 용서받고 이상우와 재회한 서지혜
'빨간풍선' /사진제공=TV조선
'빨간풍선' /사진제공=TV조선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가정환경이 불우하면 20년 절친의 남편을 뺏는 불륜도, 디자인 유출 범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한 가정을 파탄 낸 상간녀 서지혜가 친구에게도 용서받고 사랑했던 남자와도 재회하고, 하고 싶었던 꿈도 이루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았다. 가족 사기극에 불륜을 저지른 가해자가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둔갑해버린 결말. '최악'이라는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다.

지난 26일 TV조선 주말미니시리즈 '빨간풍선'이 20화를 끝으로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바다(홍수현 분)가 자신의 남편 고차원(이상우 분)과 불륜을 저지른 절친 조은강(서지혜 분)을 용서했다. 고차원과는 합의 이혼 후 친구로 남았다. 사직서를 낸 조은강은 홀로 시골에 내려가 작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1년 뒤 의료봉사를 온 고차원과 재회했다. 한바다는 세계적인 보석디자이너로 성공했다.
사진=TV조선 '빨간 풍선' 방송 화면.
사진=TV조선 '빨간 풍선' 방송 화면.
내용만으로 보면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이다. 그러나 친구의 남편을 빼앗고, 디자인을 유출시켜 회사를 망하게 하고, 가족들을 위장 취업 시키는 등 못된 짓만 골라했던 조은강이 참회하고 일과 사랑 모두 쟁취하는 엔딩은 납득하기 어렵다.

한바다가 조은강을 용서하는 것 역시 뜬금없다. 조은강을 디자인 도용 공범으로 고소한 데 이어 상간녀 소송까지 제기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던 한바다. 그러나 조은강의 열약한 집안 상황을 눈으로 보고, 불륜을 들키기 훨씬 전 고차원에게 관계를 끝내자고 말했음을 알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울면서 모든 고소를 취하하는 행동은 너무나 맥 빠지는 전개다. 통쾌한 복수를 하길 원했던 시청자들 역시 김빠지기는 마찬가지.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고도 소송으로 교사직에서 짤릴 위험에 처하자 그제야 무릎을 꿇고 울면서 빌었던 조은강. 그러나 마지막회에서는 상간녀 소송에 대한 답변서도 쓰지 않고, 하루 출근 후 바로 사직서를 내는 등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스스로에게 벌을 줘야 할 것 같다"며 자취를 감추는 모습에 진심으로 참회했구나 느낀 것도 잠시, 1년 뒤 재회한 고차원을 보며 환하게 미소짓는 엔딩은 경악 그 자체. 두 사람의 핑크빛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장면은 결국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불륜녀의 승리로 밖에 비치지 않았다.
사진=TV조선 '빨간 풍선' 방송 화면.
사진=TV조선 '빨간 풍선' 방송 화면.
이러한 결말에 시청자들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 "가정환경 불행해서 그런 욕망이 생긴거라 불륜 조장해도 괜찮다는 게 결말인가", "불륜으로 인한 가정파탄과 이혼을 교모하게 미화했네", "친구 남편 뺏고 제일 성공한 조은강" 등 조은강의 해피엔딩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게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빨간 풍선'은 시청률 3.7%로 시작해 점진적인 상승 곡선을 그렸고, 매주 자체 기록을 경신하며 18회 만에 10%를 돌파하는 저력을 보여줬던 작품. 문영남 작가 특유의 화법과 절친과 남편의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가 인기를 견인했다. 그러나 이러한 결말은 10%대 시청률이 아깝다 느껴질 정도. '막장' 대모 문영남 작가는 결말 역시 '막장'으로 끝내고 싶었던 걸까.

유리천장을 부숴버리고 당당히 대표가 된 고아인(이보영 분)과 차기 VC그룹 후계자로 성장해가는 강한나(손나은 분), 모든 것을 잃고 퇴사 당한 최창수(조성하 분) 등 뻔하지만 누구나 바랐던 결말을 보여준 JTBC '대행사'를 보고 배워야 할 듯하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