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사진제공=JTBC
'대행사' /사진제공=JTBC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 이보영이 사표를 제출한 충격 엔딩에 수도권 14.0%, 전국 13.4%, 최고 15.4%까지 오르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생의 즐거움은 모두 포기하고, 오로지 돈과 성공에만 집착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그녀의 달라진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는 바. ‘돈시오패스’라는 오명을 말끔히 씻어낸 그녀의 변화를 3단계로 짚어봤다.

#1. 혼자→같이, TF 팀원들과 팀워크 발휘
자타공인 광고업계 최고의 실력을 지닌 고아인(이보영 분)은 모든 일을 본인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상무 자리를 걸고 통신사 광고 내부 비딩을 할 때에도 팀원들을 모두 퇴근 시키고 혼자 남아서 단어 하나, 토씨 하나까지 고치며 PT를 준비했다.

그랬던 그녀가 손발이 맞는 TF 팀원 조은정(전혜진 분), 한병수(이창훈 분), 서장우(이경민 분), 배원희(정운선 분)를 만나 조금씩 변했다. 그녀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쿵’하면 ‘짝’하고 맞춰서 “새 날아가는 소리 말고, 손에 잡히거나 소비자에게 베네핏이 되거나, 울림을 주는” 완벽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팀원들을 믿고, 일을 분담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 같은 변화에는 “우리는 운명 공동체”라며 한 팀으로 일하는 즐거움을 알려준 조은정의 역할이 컸다. 상처 입은 마음까지도 감싸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굳게 닫혀 있던 고아인 마음의 문을 열었던 것. 덕분에 기쁜 일이 생겨도 “나랑 먹는 한우보다 너희들끼리 먹는 껍데기가 낫다”며 법인카드만 건네던 그녀가 비서 정수정(백수희 분)까지 대동하고 회식에 참석해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웃고 즐기는, 장족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다.

#2. 미움→용서, 엄마 김미경 용서하며 버려졌던 트라우마 극복
고아인이 성공에 집착했던 이유는 7살 때 엄마 서은자(김미경 분)한테 버려졌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아서였다. 누군가와 친해지면, “날 싫어하게 될까, 언젠가 버리고 떠날까” 불안했던 그녀는 마음 열면 다칠까 봐 꽁꽁 싸매고 사람들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으로는 사람들한테 버림받을까, 잊힐까 두려워 공부와 일에 사력을 다해 매달리며 1등이라는 간판을 방패 삼았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지 않고 달려온 결과 술과 약에 의존하게 됐고, 결국 불면증 치료제 부작용인 ‘몽유병’ 증세까지 나타났다.

그랬던 그녀가 술도 끊고, 약도 안 먹으며 운동을 시작했다. 먹여 살려야 할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35년만에 재회한 엄마로부터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망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들으며 그녀를 이해하게 됐고, 엄마 역시 자신을 그리워하고 만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용서와 화해에 한걸음 다가섰다. 그리고 행여나 남편이 찾아와 해코지할까 항상 불안해하며 언제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사는 엄마에게 경찰서가 가깝고 경비가 철저한 오피스텔을 구해줬다. 미워하고 원망의 대상이었던 엄마가 “먹고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 순간이었다.

#3. 성공→마음, 목표 달성 300억 광고 거절하고 퇴사 결정
고아인의 변화는 지난 14회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이라는 목표 달성까지 300억만 남은 상황. 그러나 고아인에게 앙심을 품은 VC그룹 부사장 강한수(조복래 분)의 훼방으로 대기업 광고가 모두 끊긴 상태에서 300억을 채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한줄기 빛이 내려왔다. 2금융권 '휴먼&머니’에서 PT없이 300억 예산의 광고를 제안했다. 휴먼&머니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이 대출을 받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고아인은 이를 거절했다. “내가 제일 잘하니까. 살다 보면 제일 잘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결국 매출 50% 상승을 이루지 못해 약속대로 퇴사하겠다며 조대표(박지일 분)에 사표를 제출했다. 1등과 성공에만 집착했던 그녀가 승리를 눈 앞에 두고도 스스로 실패를 선택한,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대행사’의 마지막 2회는 이번 주 토, 일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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