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출연진 장점 못 살린 '만찢남', 구시대적인 콘셉트·게임
'만찢남'  주우재, 이말년, 주호민, 기안84. / 사진제공=티빙
'만찢남' 주우재, 이말년, 주호민, 기안84. / 사진제공=티빙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이미지가 너무 소비됐어. 단물이 다 빠져서 지금 티빙에 가는 게 맞나 싶어."

'예능 치트키' 기안84, 침착맨(이말년), 주호민부터 '예능 블루칩' 주우재까지 모아놓고도 이렇게 안 웃길 수 있을까. 말빨 좋은 사람들을 데려다가 근본없는 몸쓰기 게임만 시키니 분량도, 재미도, 신선함도 모두 잃었다. 기안84의 말처럼 이미 방송에 노출이 많이 됐던 이들. 그만큼 이들의 강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시대를 역행하는 게임과 콘셉트로 세팅해놓고 오로지 출연진만 믿고 가는 제작진의 안일함이 자충수가 되어 돌아왔다.

'만찢남(만화를 찢고 들어간 남자들)'은 생존 야생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예능으로, '침착맨'으로 유명한 웹툰작가 이말년과 '쌍천만 작가' 주호민,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와 최근 예능계서 떠오르는 모델 주우재가 합세했다. 이들이 만화로 그려진 상황을 똑같이 재현하고 섬 페이를 벌어 생존을 유지하는 콘셉트다.
'만찢남' 포스터. / 사진제공=티빙
'만찢남' 포스터. / 사진제공=티빙
특히 '만찢남'은 OTT 티빙으로 공개되고 있지만, 제작은 지상파가 맡았다. MBC 산하 디지털콘텐츠 총괄 조직인 MBC D.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가 제작했다. 이미 기안84, 이말년, 주호민 일면 '침펄기' 3인방과 제작진은 해당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에서 웹 예능 '말년은 00하게' 시리즈로 꾸준히 호흡을 맞춰왔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티빙으로 확장된 것이 바로 '만찢남'. 3인방의 견고한 팬층이 두터운 만큼 내수시장에 대한 기대 역시 컸을 터. 그러나 베일을 벗은 '만찢남'은 출연진을 이렇게 밖에 활용하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엉망 그 자체였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연출. 무인도 생존기를 표방하면서 게임이나 진행 방식은 너무나 단순한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 선풍기를 가동시켜 머리를 말리고, 지압판을 밟고 달리고, 사자성어로 문장 만드는 것들은 옛날 예능에서 볼법한, 시대를 너무나도 역행한 난이도. 여기에 모호한 성공과 실패 기준은 돈을 다 잃었음에도 돈을 벌게 해주면서 긴장감 역시 떨어트렸다. 무엇보다 드론에 매달린 엔딩 조각을 들고 드론이 망가질 수 있다 협박하는 주우재에게 너무나도 쉽게 3000원을 주는 모습은 황당 그 자체.

여기에 게스트로 추성훈을 초대해놓고 타이어 끌기, 달리기 등 원초적인 운동시키기 미션을 주는 것도 너무나 구시대적인 발상. 고된 체력 훈련으로 웃음을 끌어내려고 했지만, 입담 좋은 이들이 오히려 힘이 들어 말도 제대로 못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기안84 단물 다 빠졌나…재미도 신선함도 없는 '만찢남', 출연자 활용 못 하는 제작진 역량 부족 [TEN스타필드]
어디로 튈지 모르는 기안84의 기이한 행동들은 '만찢남'에선 먹히지 않았다. '나 혼자 산다', '태계일중' 등 다른 예능서는 그의 특이한 행동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빚어내는 시너지가 있었지만, 15년지기 친구들 앞에서 그의 행동들은 그저 짐처럼 느껴질 뿐이었다. 건전지를 자르려고 하고, 무작정 펜을 들어 원성을 사는 것들이 이기적으로 비치기도.

여기에 상황과 동떨어지는 BGM과 느린 전개와 편집들은 몰입도를 깨는 역할을 했다.

모아만 놔도 웃긴 이들을 데려다 놓고 이도저도 아닌 콘셉트에 허접한 게임들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놓친 '만찢남'. 그나마 탄탄한 팬층이 있기에 티빙에서는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에 올랐다며 유의미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보는 팬들마저 등돌리게 하는 제작진의 역량 부족은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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