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개그콘서트' 3년만 부활설
'개그콘서트' 레전드 코너/ 사진=KBS2 제공
'개그콘서트' 레전드 코너/ 사진=KBS2 제공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개콘이 망한 이유'. 이 말은 현재까지도 온라인상에서 유행어처럼 쓰이는 말이다. 현실이 코미디 무대보다 더 재밌다는 의미. 21년간 공개 코미디의 장을 지켜온 KBS '개그콘서트'로서는 굴욕적인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저조한 시청률과 잡음들로 불명예 퇴장한 '개그콘서트'가 3년 만에 부활을 검토 중이다. 지난 27일 한 매체는 KBS가 '개그콘서트' 부활을 위한 내부 준비에 착수했고, 제목은 '라스트 개콘'(가제)이며, 개그맨들에게도 소식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KBS 관계자는 "이전부터 정통 코미디 프로 부활과 관련해 꾸준한 논의가 있었지만, 구체적인 시기나 타이틀 등은 확정된 바 없다"라고 밝혔다.
'개그콘서트' /사진제공=KBS2
'개그콘서트' /사진제공=KBS2
아직은 '부활설'일 뿐이지만, 이러한 소식은 설 곳을 잃은 개그맨들에게 희망적인 분위기가 됐을 터. 오랜 시간 동안 스타 개그맨들의 등용문이자 유행어를 탄생시킨 무대이자 국내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서 대중문화에 큰 족적을 남겼던 만큼 '개그콘서트'의 부활을 바라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함께 우려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3년이 흘렀지만, '개그콘서트' 폐지 당시의 상황은 지금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국영방송 KBS 개그 프로그램이라는 제약 아래 이루어진 코미디는 더 이상 신선한 재미를 안기지 못했다. '다양한 개그 소재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는 개그맨들의 외침에도 새로움 보다는 안전함을 택하는 개그를 선보일 뿐. 제약이 많으니 그만큼 웃음도 사라졌다. 다양한 OTT와 유튜브 콘텐츠가 쏟아지는 현재, '개그콘서트'의 틀에 박힌 코미디는 그야말로 구시대적이었다.

여기에 종영을 앞둔 시점에 때아닌 '몰카' 이슈가 터지면서 불명예 퇴장이라는 씁쓸한 결말을 맺기도. 당시 '개콘' 연습실이 위치한 KBS 연구동 내 여자 화장실에서 몰카가 발견됐는데, 범인이 KBS 32기 공채 개그맨으로 밝혀진 것. 그러나 KBS는 "사원(직원)이 아니"라고 선을 그어 뭇매를 맞았고, "다른 문제로 이들의 노력이 가리지 않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는 제작진의 호소에도 몰카 논란의 화살은 '개그콘서트'에게까지 번졌다.
'피식대학' 멤버들/ 사진=유튜브 캡처
'피식대학' 멤버들/ 사진=유튜브 캡처
'개콘'이 막을 내리자 개그맨들은 유튜브로 무대를 옮겼다. 그리고 방송 심의와 편집의 제약에서 벗어난 이들은 자유롭게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K코미디의 새 장이 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피식대학', '숏박스' 등이다. 이곳에서 인기를 얻은 개그맨은 방송 예능으로 역진출하기까지 했다.

반면 '개그콘서트'가 폐지되고 1년 5개월 만에 복귀한 새 코미디 프로그램 '개승자들'은 여전히 개그 심의와 제약을 벗어나지 못했고, 새롭게 짜인 판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16부작으로 쓸쓸히 퇴장하고 말았다.
사진=KBS2 '개승자들' 방송 화면.
사진=KBS2 '개승자들' 방송 화면.
재능은 있으나 싹을 틔우지 못한 개그맨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신인 개그맨 발굴 및 후배 양성이라는 대의를 이어가겠다는 KBS의 취지는 인정하나, 변화가 없으면 부활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트렌드를 좇아가지 못한 채 명맥을 잇겠다는 포부만으로는 결국 또다시 종영의 길을 걸을 뿐이다.

앞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폐지되고 7개월 만에 KBS 음악 토크쇼가 부활하면서, 이창수 PD는 "KBS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앞서간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은 조금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 KBS가 젊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며 "돌아이처럼 만들어 보겠다. 새롭고, 발칙하게"라고 변화를 다짐했다.

'개그콘서트'에 필요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유튜브 개그 콘텐츠가 너무 잘 나가서, 'SNL 코리아' 시리즈가 인기를 끄니까 다시금 편성 해보자는 것이 아닌, KBS만의 무기를 탄탄히 갖춘 후에 돌아오길 바란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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