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튜디오S)
(사진=스튜디오S)

‘트롤리’가 더 강력하게 휘몰아칠 2막을 예고한다.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가 반환점을 돌았다. 극 전반부에는 예측 불가의 사건 사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충격적인 반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을 흡인했다.


특히 김혜주(김현주 분)의 비밀들이 밝혀진 후,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관계와 감정의 격변을 맞았다. 무엇보다 20년의 세월이 흘러 데자뷔처럼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성범죄와 가해자의 죽음, 이로 인해 상처를 받은 김혜주와 법률 개정에 나선 남중도(박희순 분)의 ‘트롤리 딜레마’ 또한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2막에 돌입하는 9회 방송을 앞두고 김문교 감독, 류보리 작가가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직접 답했다.


◆ 작품을 관통하는 장면과 대사로 돌아보는 전반부


‘트롤리’는 첫 회부터 거침이 없었다. 아들 남지훈(정택현 분)의 의문사를 시작으로 디지털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여대생, 가해자인 의대생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파격적인 전개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김문교 감독은 1~8회 중 하이라이트 장면을 묻는 질문에 “부부가 아들 남지훈의 주검을 확인하는 장면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라며 “남지훈의 죽음은 전반부에선 평온했던 부부의 삶이 요동치는 계기가 됐고, 앞으로 전개될 후반부에선 숨겨진 진실로 다가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예정”이라고 전해 눈길을 끌었다.


류보리 작가는 작품을 관통하는 주요 대사로 7회 중 김혜주, 조귀순(원미원 분)의 대사를 꼽았다. 첫 번째는 과거 사건의 가해자 진승호(이민재 분)의 가족이자 친구였던 진승희(류현경 분)에게 비난을 받은 김혜주가 20년 만에 “승호가 죽어서 나는 진실을 밝힐 기회를 잃었고, 진실을 밝혀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어”라고 호소하는 부분이었다.


이어 조귀순이 남중도에게 남긴 유서 내용 중 “저는 그 나쁜 놈이 죄짓고 죽은 게 억울해서 죽습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을 꼽으며“‘트롤리’는 성범죄 가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되어 피해자가 사건의 진실에 대한 의혹 제기 등 2차 가해를 포함한 온갖 피해를 또다시 입게 되는 현실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기획 의도가 내포된 이유를 함께 전했다.


◆ 현실적이라 더 안타까운, 피해자 ‘김혜주’의 양가적 감정에 대하여

김혜주는 의도치 않은 불운의 사고로 ‘남겨진 피해자’다. 피해자로서 상처와 아픔을 갖고 있으면서, 또 다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그의 복잡다단한 감정은 실제 남겨진 피해자들의 현실을 대변한다. 이에 대해 김문교 감독은 “김혜주가 타인의 아픔에는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면서도 자신의 아픈 과거에 대해서는 묻고 숨기려 하는 건, 그때의 아픔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결국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딛고 일어서는 게 김혜주의 과제겠지만, 그 과정이 쉽거나 빠르지는 않을 것 같다. 그것이 현실이니까”라며 “피해자가 스스로 진실을 위해 싸워나간다는 건 상상보다 훨씬 힘든 투쟁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 안에서 얻게 되는 게 크든 작든, 그 한 걸음 한 걸음이 응원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류보리 작가는 20년 전 가해자 진승호의 죽음 이후 ‘이 일에 네 잘못은 없다’라는 위로와 인정 대신 ‘거짓으로 모함한 것’이라는 2차 가해를 당한 김혜주의 끝없는 방황에 공감하면서도, “김혜주는 가해자 유족의 적반하장 태도를 절대 옹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해자의 죽음이 자신뿐만 아니라 그 가족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를 아는 그는 그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망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마음 편해할 인물은 아니다. 자신과 같은 피해자는 물론, 죽음으로 도피한 성범죄자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상처를 회복해나가기를 소망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자신처럼 크게 상처받은 삶이 반드시 회복될 수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혜주는 그런 마음으로 파손된 책을 버리지 않고 수선하는 ‘책 수선가’가 된 것”이라고 특별히 캐릭터 설정의 이유도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숨겨진 복선

휘몰아치는 이야기 속 장면 하나, 대사 하나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류보리 작가는 “짧게 화면에 등장했던 김수빈의 휴대폰 속 사진, 한밤중 현여진(서정연 분)이 장우재(김무열 분)를 불러냈던 칼국수집에서의 대화, 장우재와 현여진의 과거 첫 만남에 등장한 신문 기사, 칼국수집에 놓인 현여진과 여자아이의 사진, 집 앞에 배포된 ‘남중도 살인자’ 전단지를 뿌린 사람을 남중도가 김혜주의 차 블랙박스를 통해 알아냈던 장면 등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숨겨진 복선을 귀띔하며 시청자들의 복습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런가 하면 김문교 감독은 “극의 전반부가 김혜주의 과거나 가정사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국회의원 남중도의 의정 활동이 상대적으로 주목되지 못한 점이 있는 것 같다”라며 “후반부는 국회의원 남중도의 행보와 크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국회 인물들 간의 관계나 남중도의 의정 활동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시면 더욱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 드디어 2막 돌입! 후반부 관전 포인트의 키워드는 ‘선택’과 ‘관계’

마지막으로 류보리 작가는 “2막에서는 지금껏 단단했던 김혜주와 남중도의 관계가 크게 요동친다. ‘형법 개정안’이라는 더 큰 목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소수를 버릴 수밖에 없다는 남중도는 과연 그 목표를 위해 어디까지 희생‘시킬’ 지, 다시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김혜주는 자신의 소신과 어디까지 타협할 수 있을지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그때 마주하게 되는 충격적인 사건들 앞에서 이 두 사람을 포함한 또 다른 인물들도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내 가족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전개된다. 그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인정VS부정), 그리고 그 후에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은폐VS폭로)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있으실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류보리 작가의 키워드가 ‘선택’이라면, 김문교 감독의 키워드는 ‘관계’였다. 그는 “전반부에 발생한 여러 사건으로 인물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그 관계성들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된다. 어떤 이유로 관계들이 더 단단해지고 위험해지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편 ‘트롤리’ 9회는 16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차혜영 텐아시아 기자 kay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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