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설날 스타 인터뷰⑩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소년심판', '3인칭 복수', '아일랜드', '트롤리' 등 모두 각기 다른 아픔이 있고 사연이 있는 친구라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어 행복했어요."

계묘년 설날을 맞아 텐아시아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정수빈이 '학폭 피해자'부터 '몰카 피해 학생', 유산의 아픔을 겪은 인물 등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수빈은 지난해 디즈니+ '너와 나의 경찰수업' 부터 '3인칭 복수', 넷플릭스 '소년심판', 티빙 '아일랜드' 등 다수의 OTT 시리즈에 출연한 신예 배우다. 현재 SBS 월화드라마 '트롤리'에서 김혜주(김현주 분)와 남중도(박희순 분) 부부의 죽은 아들 아이를 가졌다고 찾아온 의문의 불청객 김수빈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앞서 '트롤리'는 촬영을 앞두고 당초 캐스팅이 확정됐던 김새론이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고 자진 하차해 비상이 걸린 바 있다. 이에 제작진 측은 급하게 대체 배우를 물색했고, 정수빈이 낙점됐다. '트롤리'는 정수빈의 공중파 데뷔작이다.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촬영 전 급박하게 바뀐 캐스팅인 만큼 준비시간은 매우 촉박했다. 정수빈이 제작진과 세 차례의 오디션을 거치고 첫 미팅을 가진 날부터 촬영까지 고작 1~2주 정도의 시간 밖에 없었던 것. 정수빈은 "감독님과 세 번째 만남 때 촬영이 당장 내일이더라도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걱정 안해도 된다고, 저 뿐만 아니라 배우라면 해낼 수 있다고 말씀 드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수빈은 "당시 대본은 8부까지 나와있었는데, 첫 촬영 장면이 6, 7부였다. 서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지 않으면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대사들이라 밤새가며 대본을 읽고 또 읽었다"고 말했다.

'김새론 대타'라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정수빈은 그보다 김수빈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데 더욱 노력을 쏟았다. 정수빈이라는 배우가 그린 김수빈을 믿어보고 싶다는 감독님과 작가님이 말이 큰 책임감으로 다가왔기 때문.

"어떻게 하면 수빈이라는 인물을 더 보듬어주고 잘 표현할지만 고민했어요. 수빈이는 아픔도 있고, 성장 과정도 있고 멋진 친구거든요.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정수빈은 김수빈 캐릭터에 대해 "비를 많이 맞은 아기 고양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비를 맞고 있는 게 힘들어서 위축된 거지, 고양이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수빈이의 선한 면이 비가 그치고 나서 잘 드러나길 바랐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죽은 아들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안 좋게 비칠 수 있는데,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보듬어 줄 수 있게 연기를 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트롤리'에서 호흡을 맞춘 김현주, 박희순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표본이 되고 싶은 배우를 만난 것 같다. 사람으로서도 너무 좋았다"며 "처음에는 강한 이미지라 너무 무서웠는데, 선배님들이 먼저 밝게 다가와 줬고, 연기적인 것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고 챙겨줬다, 현장 안에서 집중하다보니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었다. 실제로도 정말 좋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걱정한 게 누가 될 정도로 다 좋았다"고 말했다.
'3인칭 복수'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3인칭 복수' /사진제공=디즈니플러스
정수빈은 '3인칭 복수'에서 지수헌(로몬 분)에게 복수 대행을 제안하고 함께 계획하는 인물인 태소연으로 분해 파격적인 백발 헤어스타일을 선보인 바 있다. 극중 태소연은 백반증이라는 아픔이 있는 친구로, 이로 인해 학교 폭력 피해를 본 캐릭터다.

정수빈은 "학교 폭력 피해자라는 서사가 있고, 백반증이라는 아픔이 있기에 두피가 검정색이 되면 안 됐다. 조금만 올라와도 계속해서 탈색을 했다. 백발 헤어스타일을 위해 탈색을 13번 정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후반부에는 분장팀들도 내 두피가 걱정됐지만, 한올한올 하얗게 칠해줬다"고 고마워했다.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소년심판'과 '아일랜드'에서는 몰카 피해 학생으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아일랜드'는 200억 규모의 대작. CG 연기를 해봤다는 정수빈은 "확실히 내가 보지 못했던 현장이었다. CG구현을 위해 몇백대의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서 연기하는, 마치 할리우드 같아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벤줄래를 처음 보여줬을 때 나의 제2의 자아라고 하더라. 놀이기구처럼 움직이는곳에서 연기하는 것도 신기했고, 같이 호흡을 맞추는 선배들이 공중으로 날라다니는 것도 신기했다. 상상력 훈련이 많이 됐다. 벤줄래라는 멋진 부캐가 생겨서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고3때 배우의 꿈을 가지게 됐다는 정수빈. 그는 "고등학교 3년 내내 회장하는, 열심히 학교 다니고 공부만 할 줄 알던 모범생이었다"며 "어느날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을 봤는데, 60대 연배의 배우들이 3시간동안 땀과 열정을 쏟으면서 연기를 하더라. 지금의 나는 행복하지 않은데, 그들은 너무 대단하고 행복해보였다. 나도 연기를 하면 행복해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에 연기학원을 다니며 고3 학업을 병행한 정수빈은 바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에 합격했다. 정수빈은 "타고난 건 아니다. 많이 부족한 만큼 더 열심히 했다. 부모님한테 감사한 건 학교를 한 번도 못 빠지게 했다. 아파도 등교하고 보건실에 가라고 할 정도였다. 이러한 태도가 연기를 배우는데 있어서도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 한예종에는 정말 뛰어난 분도 있지만, 새벽 4~5시까지 남아서 연습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배우 정수빈./사진=조준원 기자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냐고 묻자 정수빈은 "걱정이고 염려라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저보다도 제 삶에 대한 불안이 크시다. '트롤리'를 매주 챙겨보시는데 칭찬보다는 이런걸 더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해준다"고 말했다.

올해 설날 계획을 묻자 정수빈은 "올해도 변함없이 가족들끼리 전 부치고, 차례 음식 준비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새해 소원에 대해서는 "올해도 좋은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진지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소망했다.

"좋은 에너지를 쌓아서 많은 곳에 전달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선행도 많이 하고 싶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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