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정이' 1월 20일 공개
연상호 "강수연, 영화와 후배 배우들 정말 좋아했다"
김현주 "액션,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 다했다"
류경수 "마이클잭슨 노래 들으며 텐션 올려"
'정이'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이'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고(故) 강수연의 신작이자 유작이 된 넷플릭스 영화 '정이'가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이 이번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했다.

12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김현주, 류경수가 참석했다.

'정이'는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영화.
 [종합] "故 강수연, '정이'의 원동력"…연상호, '소년 연상호'의 마음으로 만든 한국적 SF
주인공 이름이기도 한 정이를 영화 제목으로 한 이유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정이는 하나의 아이콘이라고 소비되던 '윤정이'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의 전체 내용은 정이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자연스럽게 '정이'라고 정해졌다. 그리고 새로울 수 있는 SF영화가 한국인에게 익숙한 정이라는 이름으로 제목을 정하는 것도 재밌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는 여러 이데올로기 속에 대상화돼 있는 인물로 살아왔다고 생각한다. 영웅으로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정이가 자기를 둘러싸던 이데올로기에서 완벽하게 해방되는 이야기를 상상하며 영화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을 SF적 상상력으로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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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는 최고의 전투 A.I. 개발을 위한 뇌복제 대상 정이 역을 맡았다. 정이는 연합군 측 최정예 리더 출신으로, 수많은 작전에 참전해 승리로 이끈 전설의 용병. 수십년 간 이어져 온 내전을 끝낼 수 있던 마지막 폭파 작전에 참여했다가 작전 실패로 식물인간이 됐다. 정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전략과 전투 기술, 강한 충성심과 의지를 그대로 담은 전투 A.I. 개발을 위한 뇌복제의 대상이 된다.

앞서 연상호 감독의 '지옥'에 변호사 역할로 출연했던 김현주는 "그간 해보지 않는 역할들을 맡겨주신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여러분이 좋아해주셔서 결과적으로도 만족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정이'에서 액션뿐만 아니라 감정적 부분에서도 해야할 게 많았다. 장르 자체도 희소성이 있는 작품이다. 그 장르의 특별함만으로도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정이'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이'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은 김현주를 캐스팅한 이유로 "'정이'를 기획하며 생각했던 그림체가 맞았다. 김현주가 잘생기지 않았나. 주인공의 그림체가 맞아야 영화를 만드는 데 좋은 면이 있다"고 꼽았다. 이어 "액션도 액션이지만 액션에 감정을 어떻게 실은 것인가도 생각했다. 액션을 하다가 그대로 멈춰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인간 연기와는 또 달랐다. 그러다가 다시 작동되면 감정을 쏟기도 해야 했다. '지옥'을 하면서 순간적으로 감정을 뽑아내는 걸 잘 봤다"고 말했다. 또한 "액션을 '지옥'에서 처음 했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잘한다. '지옥' 때 액션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지옥' 때 (김현주의 액션을) 많이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좀 아깝기도 해서 제안했다"며 "죽이 잘 맞는다는 느낌도 있다"면서 김현주를 칭찬했다.

액션 연기에 대해 김현주는 "앞으로 또 할 수 있을까 싶다. 제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이어 "절도 있고 힘 있는 액션이어야 했다. 수트의 무게도 상당하다. 체력적인 면도 키워야했기 때문에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설명했다.

AI 캐릭터 연기에 대해 김현주는 "처음엔 겁이 났다. 중간에 멈춰야한다든지 이런 연기는 과거에 해본 적 없고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부분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실험체일 때와 사람일 때를 구분해서 연기해야 해서 그런 부분도 신경썼다. AI 연기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부자연스러워서 현장에서 감독님과 세세하게 이야기하면서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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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수는 전투 A.I. 개발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연구소장 상훈을 연기했다. 류경수 역시 '지옥'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됐다. 류경수는 "감독님이 제가 '지옥' 후시 녹음할 때 얘기해주셨다. 소재도 흥미로웠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연상호 감독님의 현장은 그 과정이 행복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에 김현주도 "진지할 때도 있지만 웃음으로 채우려고 하는 감독님의 노력도 있다"고 거들었다.

연상호 감독은 "상훈 캐릭터는 설계가 잘못되면 전체적으로 이상해질 수 있는데 류경수가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영화에서 가장 말이 많은 캐릭터이고 영화를 끌고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류경수가 잘 설계해서 해줬다"고 칭찬했다.

류경수는 상훈의 MBTI가 ENFP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한다. 그는 "과감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 일찍 출근하면 사람이라 텐션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텐션을 올리기 위해서 템포가 빠른 노래를 자주 들었다. 원래는 빠른 템포의 노래를 잘 듣지 않는다. 그리고 연상호 감독님의 농담도 도움 됐다. 마이클잭슨의 노래에 도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저는 아드레날린을 끌어올리기 위해 세트장을 한 바퀴씩 뛰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현주는 "이제는 캐릭터를 만들 때도 MBTI를 적용한다는 게 제 입장에선 신기하다"며 웃었다.

CG 촬영에 대해 류경수는 "생소한 비주얼이 많았다. 너는 개인적으로 접해보지 못한 풍경, 먹어보지 않은 음식을 경험해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린 백에서 해보는 것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류경수는 캐릭터와 자신의 다른 점에 대해 "저는 고차원의 유머를 구사한다. 상훈은 분위기가 싸해지는 유머를 한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김현주는 류경수와 호흡에 대해 "내가 저 나이 때도 저렇게 연기를 잘했나 싶었나. 정말 여우처럼 잘한다"고 칭찬했다. 연상호 감독은 "누나 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강수연 선배님이 특히 귀여워하셨다"고 전했다.

류경수는 "선배님과 현장에 같이 있지 않아도 안정감을 느꼈다. 도움을 많이 받았다. 넷플릭스 인터뷰에서 제가 선배님과 서너 번 더 같이 하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냐는 물음에 "90% 정도"라고 답했다.
'정이'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정이'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이번 작품은 고(故) 강수연의 유작이기도 하다. 강수연은 뇌복제 및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 윤서현 역을 맡았다. 서현은 인간 정이의 딸이기도 하다.

연상호 감독은 강수연을 캐스팅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저는 이야기 같은 것들을 쓰는 걸 좋아한다. '정이'를 쓸 때 영화화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쓴 건 아니다. 대본에 대해 회의적인 면이 있었다. 한국에서 SF영화는 흔치 않고 예산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한국에서는 종합엔터테이먼트적인 이야기여야 하는데, '정이'는 윤서현이라는 인물의 사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화 업계에서 이걸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영화화에 집착하진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를 만든다면 윤서현을 누가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갑자기 강수연 선배가 떠올랐다. 그때부터 '정이'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지옥'을 촬영하던 도중이었던 것 같다. '정이'를 영화화하겠다는 계획이 없었는데 촬영장에서 김현주 씨에게 강수연 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수연 선배가 이 영화가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종합] "故 강수연, '정이'의 원동력"…연상호, '소년 연상호'의 마음으로 만든 한국적 SF
김현주는 "처음에 선배님이 같이 한다고 했을 때 '말이 되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인가?' 했다. 그 전에는 한번도 뵌 적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나 겁도 났다. 내가 어떻게 그 분의 눈을 보며 연기를 할 수 있지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선배님 처음 본 날이 기억난다. 반갑게 인사해주셨다. 현장에서는 그냥 '동료'였다. 누구보다 진지했고 열정적이었다. 고민도 많으셨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 와서 하게 된다. 현장 밖에서도 많이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선배님이 안 계셨다면 두 사람을 얻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선배님께 감사드린다"며 울컥했다.

류경수는 "극 중에서 '회장님 바라기'인데 선배님을 존경하는 마음이 많이 투영됐던 것 같다.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감독님께 '정이'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강수연을 그리워했다.

연상호 감독은 "대본을 어떻게 드려야하는지 몰라서 '지옥'을 같이 했던 양익준에게 연락처를 받아서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처음에 '읽씹'을 당해서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예전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밍을 하셨던 분을 통해서 어렵게 연락하기도 했다"며 섭외 과정을 전했다. 이어 "전화가 울리길래 '강수연 배우'라고 뜨더라. 30분 정도 통화했다. 전화를 끊었는데 '겨땀'으로 반팔 티셔츠가 젖었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 현장에서 촬영하는 걸 좋아한다고 느꼈고, 후배 배우들을 정말 좋아하시더라. 선배님이 모임을 많이 주선했다. 편한 공간에서 모임 했던 때가 기억난다. 학생 때 영화 좋아하는 영화 동아리에서 모여서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관전포인트로 김현주는 "현장에서 작업할 때 저도 반신반의하기도 했다. 비주얼, 세트, 조명 등이 완벽하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배우들의 앙상블도 신선하게 이뤄진 것 같다"고 꼽았다. 류경수는 "미래 세계의 이야기가 생소한 점, 비주얼이 있을 수 있지만 흥미롭고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며 "연기 생활을 하면서 이런 소재를 제가 또 접할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한 "연상호 감독님, 김현주 선배와 연기할 수 있어 감사했고 강수연 선배와 할 수 있었던 건 제 인생 최고의 기회였다"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SF가 뭔지도 몰랐던 시절에 휴먼 SF 걸작선이라는 책을 본 적 있다. 이상한 게 재밌었다. 제가 예전에 봤던 SF 단편을 영화로 만든다는 기분으로 만들었다. SF를 처음 접했던 '소년 연상호'가 가졌던 느낌으로 만들었다. SF가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도 그런 (재밌는)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이'는 오는 20일 공개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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