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브라보 마이 라이프' 제공)
(사진='브라보 마이 라이프' 제공)

44년차 배우 예수정이 연기 철학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시니어 전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는 “예수정이 12월호 표지를 장식했다”고 6일 밝혔다. 이와 함께 예수정의 수수하면서도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표지 화보를 공개했다.


이번 12월호의 콘셉트는 ‘블랙&화이트’로 연말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예수정은 카멜레온 같은 매력을 뽐내며 다양한 콘셉트의 의상을 소화했다. 그동안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이 발견됐다.


요즘 유행하는 오버핏의 회색 수트를 입은 예수정은 장난 끼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멋진 화보를 완성했다. 블랙 드레스를 입고는 여배우의 우아함을 과시했다. 순식간에 영화제에 참석한 듯한 착각을 안겼다.


예수정은 1979년 연극 ‘고독이란 이름의 여인’으로 데뷔한 베테랑 배우다. 화보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44년이라는 연기 인생에서 주인공을 맡고 싶다는 갈증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어떤 역할이든 하나의 인생이기 때문에 무게감도 같다”고 답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예수정은 작품이나 캐릭터가 가진 철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60대 후반에 접어든 요즘은 작품이나 역할의 철학을 고르는 기준이 과거와 달라졌는지 물었다. “인간 예수정으로 역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인물 자체로서 조금 더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와 함께 예수정은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를 언급했다. 그는 극 중 카리스마 넘치는 장 회장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한 바 있다.


예수정은 “젊을 때는 악한 역이 궁금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저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그 인물의 타당성이 궁금해지더라”면서 “장 회장은 선과 악을 구분하기보다 나의 목표를 향해 가장 확실하게 걸어가는 게 내 인생이고, 그 외의 것들은 쳐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비겁한 게 아니고 솔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수정은 어떤 한 인물의 인생의 서사를 생각하며 연기한다는 점에서 배우는 탐구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맡은 인물을 연구하는 과정은 고독의 시간일 터. 그는 이 고독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예수정은 ‘나무 사이를 거쳐 수많은 나라를 지나온 바람, 아침, 밤, 이런 자연들은 우리가 끼어들 수 있도록 허용한다’라는 독일의 시인 릴케의 말을 인용하며, “고독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혹시 이 차가운 겨울에 고독을 느낀다면, 막연한 불안감은 꼭 없어질 것이라고 메시지를 전했다.


예수정은 연극 ‘고독이란 이름의 여인’으로 데뷔한 후, ‘과부들’, ‘밤으로의 긴 여로’, ‘화전가’ 등 연극 무대에 오르며 권위 있는 상을 휩쓸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영화 ‘도둑들’, ‘부산행’, ‘신과함께: 죄와 벌’, '허스토리' 등과 드라마 ‘비밀의 숲’,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원더우먼’ 등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특히 예수정은 2020년 주연을 맡은 영화 '69세'를 통해 관객들에게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깊은 화두를 던졌다. 호연을 펼친 그는 ‘제21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릴케에 대한 찬사를 펼친 예수정의 인터뷰 전문은 ‘브라보 마이 라이프’ 12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유정민 텐아시아 기자 hera2021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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