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 미혼' 김혜수, '슈룹'서 다섯 왕자 엄마 연기
아들 잃은 슬픔, 자식을 향한 공감과 포용 그려

"촬영 전 밥도 안 넘어가, 너무 힘들다" 연기 고충 토로
'슈룹' /사진제공=tvN
'슈룹' /사진제공=tvN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매주 화요일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배우 김혜수의 '엄마' 연기가 안방을 흔들었다. 올해로 52세 미혼의 김혜수는 실제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역할로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그의 연기 내공의 성공이라 할 만하다.

김혜수는 지난 4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에서 조선의 국모이자, 다섯 아들의 어머니 임화령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슈룹'은 겉으로는 사극의 모양을 입어 정치적 세력 다툼을 그리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자식을 지키기 위한 어머니의 고군분투가 담겨 있는 작품으로 만듦새가 좋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상적이었던 몇 장면 중 하나는 세자(배인혁)을 간수로 독살한 이익현(김재범)을 향해 꾸짖는 신. 임화령은 "감히 어미가 보는 앞에서 자식을 죽일 수 있느냐"며 눈물을 떨구는데, 아들을 잃은 어미의 깊은 원통함이 삼켜진 김혜수의 중저음 목소리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빨갛게 띠를 두른 김혜수의 충혈된 눈은 그 상황이 얼마나 가혹하고 처절했는가를 담아냈다. 미혼인 김혜수가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의 마음을 공감하고 표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

또 다른 하나는 여성의 삶을 바랐던 계성대군(유선호)을 품는 장면이었다. 여성의 것들로 채웠던 비밀의 방을 왜 불태웠냐고 따지는 계성대군을 여인으로 단장시키고, 초상화로 담아 주었던 엄마 화령. 김혜수는 계성대군에게 "딸이 생기면 주려했다"던 어머니의 비녀를 건네며 문제를 가진 아들에 대한 인정과 포용을 오롯이 연기했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넌 내 자식이야"라고 말하는 김혜수의 얼굴은 아들의 상황을 공감하기에 처연했고, 너무 사랑했기에 확신에 차 있었다.

이밖에도 임화령은 어린 시절을 궁 밖에서 보내야했던 성남대군(문상민)에게 "엄마라 해서, 어른이라 해서 항상 맞은 것은 아니야.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그 장면에서 김혜수의 성숙하고 따뜻한 눈빛은 이 시대의 어머니들에 시사하는 바가 컸다. 김혜수의 연기 스펙트럼은 '슈룹' 매화 에피소드에서 확인됐다.
"밥도 안 넘어가" 52세·미혼 김혜수, 왕자의 엄마가 된 필연[TEN스타필드]
경험하지 못했던 어머니의 배역을 감탄할 만큼 좋은 연기로 표현해 낸 김혜수. 이 뒤에는 연기를 향한 김혜수의 치열한 싸움이 있었다. 무릇 배우라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있어야 하는 법. 이를 수행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김혜수는 2016년 영화 '굿바이 싱글' 인터뷰에서 지독한 연기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촬영이 다가올수록 너무 힘들다. 3주 전부터 죽고 싶다. 하고 싶어서 하기로 했는데 그 시기가 되면 '내가 미쳤지.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라는 생각이 든다"며 "밥도 안 넘어가고 세상에 온갖 고민은 나에게 있는 것 같고 내가 없어져야 이 고민이 끝날 것 같다"라고 했다. 다소 격한 표현이었어도, 그 진심만큼은 강렬하게 전해지는 말이었다.

당시 김혜수는 이미 영화 '타짜'의 정마담, '모던 보이'의 조난실, '도둑들'의 팹시, '관상'의 연홍, '차이나타운'의 엄마 등 하나하나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에서 성공을 거둔 뒤였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촬영을 앞두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고백은 그가 얼마나 매 작품과 캐릭터에 진심인가를 단면적으로 나타냈다. 어느 장면 하나 허투루 표현하지 않고, 연기에 매너리즘을 거부하는 태도가 오늘 날의 김혜수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김혜수는 매작품 자신과의 사투를 벌이며 2022년의 '슈룹'까지 걸어왔고, 다섯 왕자를 품은 엄마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올해 52세로 미혼인 김혜수가 연기한 '다섯 아들의 엄마'에 설득되고 감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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