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나는 솔로' PD의 새 예능 '효자촌', 효도 앞세운 괴랄한 설정
'효자촌' 티저 영상./사진제공=ENA
'효자촌' 티저 영상./사진제공=ENA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부모님에 대한 '효도'가 80대 아버지와 50대 아들의 진한 입맞춤일까. 부모와 자식 간의 스킨십은 필요하지만, 어색한 부자 관계인 두 사람이 입을 맞대고 있는 걸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줄 일이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드는 이유다.

지난 1일 처음 방송된 ENA 새 예능 '효자촌'은 효를 실천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 효자촌에 입성한 양준혁, 장우혁, 윤기원, 유재환, 신성이 각자의 부모와 동거하면서 효를 실천하는 모습을 담는 효도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무엇보다 '효자촌'은 '나는 SOLO'의 남규홍 PD 사단이 선보이는 진정성 예능 2탄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요즘 시대에 '효'라는 소재가 예능적으로 흥미를 끄는 건 아니지만, '나는 솔로'에서 일반인 출연자들의 사랑을 극사실주의로 담아 호평받은 남 PD이기에 '효도' 어떻게 버라이어티 예능으로 표현할지 궁금증을 높였다. 4년간 묵혀있었다던 '효자촌' 기획이 세상 밖으로 나온 데에는 '나는 솔로'의 성공이 크게 기여했으리라.
'효자촌' 방송 화면./사진제공=ENA
'효자촌' 방송 화면./사진제공=ENA
베일을 벗은 '효자촌' 1회에서는 효자촌 입주 첫날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부모와의 사연과 가정사를 진솔하게 털어놨고, 각자 다른 관계를 보여줬다. 그러나 장우혁, 신성을 제외한 아들들은 효도인지 불효인지 모를 행동을 보여줬다.

양준혁은 아버지의 나이조차 86세인지 87세인지도 헷갈려했고, 어색하게 앉아있는 아버지를 내버려 두고 홀로 방에 들어가 코를 골며 잠을 청했다. 유재환은 어머니를 업어서 트럭에서 내려주려다가 되려 땅에 떨어뜨리는 사고를 쳐 어머니에게 욕설을 들었다. 여기에 유재환은 어머니가 당뇨 합병증을 앓고 있는 데도 좋아하신다는 이유로 설탕 가득한 인스턴트 커피를 타왔고, 윤기원은 어머니가 고혈압이 있음에도 짠 음식들로 어머니를 기겁하게 했다. 여기에 식사하는데 소주를 사발에 한 병가량 마시는 모습으로 걱정을 샀다.
'효자촌' 남규홍 PD./사진제공=ENA
'효자촌' 남규홍 PD./사진제공=ENA
남 PD는 효자촌에 아들들과 부모들을 풀어놨다. 제작발표회에서 장우혁이 "대본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 것처럼 이들은 가지고 온 짐의 양부터 하는 행동까지 모두 제각각이었다. 그야말로 날 것의 매력이지만, 중구난방 정돈되지 않은 듯한 모습 역시 컸다.

방송 말미에는 남 PD만의 '나는 솔로'식 편집법이 펼쳐졌다. 인터뷰 중이던 윤기원이 아버지가 당뇨 치료차 병원에 들어가셨다가 3주 만에 거동을 못 하게 되시더니 일주일 만에 돌아가셨다며, 생전 그토록 좋아하시던 게를 대접 못한 것을 한으로 털어놓으며 눈물을 쏟은 장면을 보여준 것. 그러면서 예고편에 게 모습을 집어넣는 모습으로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올렸다.

이는 '나는 솔로'서 방송의 끝을 알리는 레이디 가가 노래가 나오기 직전, 다음 주에 대한 떡밥을 미리 던지는 식의 방법으로 눈물을 흘리거나 갈등을 예고하는 자극적인 장면을 넣는 것과 유사했다.
'효자촌' 포스터./사진제공=ENA
'효자촌' 포스터./사진제공=ENA
이러한 자극적인 연출은 티저 영상에서도 대놓고 드러냈다. 첫 방송 전에 공개한 티저 영상에서 양준혁과 그의 아버지가 사람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길게 입맞춤을 하는 것을 잡은 것. 영상의 제목 역시 '부자지간에 무슨 뽀뽀를.....ㅎ..하..한다??!!!'라며 양준혁과 그의 아버지의 입맞춤 장면을 슬로우 까지 걸어서 길게 보여줬다.

"요상한 짓을 많이 하니 특별한 재미가 있을 것"이라던 남 PD의 자신감은 괴랄하기 짝이 없는, 보는 사람도 민망해지는 연출이었다. "특별한 걸 해드리는 게 아니라 옆에 앉아있는 게 효도"라고 강조해놓고 이상한 설정을 추가해 '효' 버라이어티를 만드는 남 PD. 아직 해당 장면은 방송에 나오지 않았지만, 남 PD가 추구하는 '효자촌'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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