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넷추리》
이승기, 18년간 '음원정산 0원' 소속사서 부당 대우 받아
드라마선 재벌·건물주 연기했지만 현실선 '가스라이팅' 당해
가수 겸 배우 이승기. / 사진=텐아시아DB
가수 겸 배우 이승기.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넷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건실하고 부지런한 청년, 다재다능한 만능엔터테이너로 사랑받았던 이승기의 '노예계약' 사태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이하 후크)가 18년간 음원 수익을 단 한 푼도 정산해주지 않은 것. 이승기뿐만 아니라 이승기를 오래도록 봐오고 지금의 이승기를 함께 만들어온 팬들마저 상처를 입었다. 후크 권진영 대표의 교만하고 모욕적인 언사도 충격을 안겼다. 18살에 권 대표의 '후크선'에 올라탄 이승기는 18년간 꼭두각시처럼 살아온 것이다.

이승기는 지난 24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음원 수익 정산에 대해 뒤늦게 인지하게 된 것과 관련 전적으로 믿었던 후크가 음원료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아 음원료 수익 발생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이승기 법률대리인은 "최근 후크 직원이 잘못 발송한 문자를 보고 음원료 수익 발생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혔다.

법률대리인에 따르면 이승기는 지난 15일 후크에 음원료 미정산과 관련한 내용증명을 발송, 참여한 모든 앨범의 유통으로 인한 수익 내역을 공개하고 이에 기초해 미지급된 음원료를 정산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후크와 신뢰가 깨졌다고 했다. 법률대리인은 "이승기가 수차례 정산 내역을 요구하자, 후크 측은 '너는 마이너스 가수'라는 등 핑계를 대며 내역의 제공을 회피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승기가 소속사 대표 등으로부터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모욕적이고 위협적인 언사를 전해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승기 / 사진=텐아시아DB
이승기 / 사진=텐아시아DB
이승기 측은 18년간 137곡, 27장의 앨범을 발표했지만 음원 수익 정산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예매체 디스패치의 보도에 따르면 후크는 이승기의 음원으로 2009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96억 원의 수익을 냈다. 심지어 메가 히트곡인 '내 여자라니까', '삭제' 등이 발매된 2004년 6월부터 2009년 8월까지의 회계 장부가 삭제됨에 따라 5년치 수익은 빠진 금액이다.

권 대표가 이승기 매니저, 회사 이사를 긴급 소집한 날에 나눈 녹취가 디스패치를 통해 공개돼 파장은 더 커졌다. 권 대표는 "내 이름을 걸고 XX버릴 거다. 내 나머지 인생을 이승기 XX는 데 쓸 것"이라며 막말했다. 이 매체는 권 대표가 매니저에게 법인카드가 아닌 이승기의 개인카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메시지 내용도 공개했다.

일부에서는 명석한 이승기가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도 하지만 이승기가 데뷔하던 때 나이는 18살. 어린 나이부터 활동하는 연예인들은 매니저와 주변인들이 공사를 다 살펴주는 경우는 허다하다. 이승기 역시 데뷔 시절부터 철저히 '관리'를 당해온 것. 가스라이팅을 당한 셈이다.

이승기는 노래뿐만 아니라 연기, 예능에 이어 진행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온 만능엔터테이너. 1987년생 이승기는 2004년 '나방의 꿈'으로 데뷔해 '내 여자라니까', '결혼해줄래' 등 히트곡을 냈으며, 드라마 '찬란한 유산', '구가의 서', '화유기', '배가본드', 영화 '궁합' 등을 통해 배우로서 입지도 다졌다. 예능 '1박 2일', '집사부일체'에서는 재치와 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승기는 현재 묵묵히 영화 '대가족' 촬영에 임하고 있다. 종교심과 더불어 캐릭터 몰입을 위해 삭발까지 했다. 논란 속에서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승기의 열의가 돋보였던 작품을 살펴봤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 | 웨이브, 왓챠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포스터. / 사진제공=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포스터. / 사진제공=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우연히 만난 구미호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승기가 연기한 차대웅은 액션배우 지망생으로,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 손에 컸다. 얼떨결에 구미호(신민아 분)의 봉인을 풀어주게 되고, 이후 구미호는 차대웅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이승기는 철없지만 마음만은 착한 부잣집 손자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해냈다. 신민아와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는 미소를 선사하는 대목이다. 구미호가 '구슬 키스'로 차대웅의 목숨을 구해주는 키스신은 진부하지만 시청자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이다. 이승기는 이 드라마의 OST '정신이 나갔었나봐'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배가본드'(2019) |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배가본드' 포스터. / 사진제공=SBS
'배가본드' 포스터. / 사진제공=SBS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 이승기가 연기한 스턴트맨 차달건은 비행기가 추락하면서 사랑하는 조카를 잃고 사건의 진실을 쫓다 국정원 블랙 요원 고해리(배수지 분)를 만나게 되는 인물이다.

이승기는 '배가본드'를 통해 액션배우로서 성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격렬한 카체이싱부터 건물 옥상과 옥상을 뛰어넘는 맨몸 액션까지 고난도 액션을 소화해냈다. 이전의 소년스럽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넘어 남성적인 매력도 선보인 작품이었다. 배수지와 '구가의 서'(2013)에 이어 다시 만나 선보인 멜로 장면도 시청자의 관심을 받았다. '법대로 사랑하라'(2022) | 웨이브
'법대로 사랑하라' 포스터. / 사진제공=KBS
'법대로 사랑하라' 포스터. / 사진제공=KBS
'법대로 사랑하라'는 검사 출신 한량 김정호(이승기 분)의 건물에 4차원 변호사 김유리(이세영)가 세입자로 이사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김정호와 김유리는 같은 법대 출신으로 과거 연인 사이. 김정호는 17년간 짝사랑하던 김유리와 건물주-세입자 사이로 재회하게 된다.

이승기는 스마트한 매력,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익살스러운 코믹까지 다채로운 연기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극 중 김정호의 집안은 비리 가득한 도한그룹으로, 할아버지가 도한그룹 회장이다. 이승기는 이세영과 티격태격 로맨스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안인 비리 재벌가를 단죄하는 속시원한 복수로 유쾌함과 통쾌함을 선사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