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슈룹' 가상의 인물이지만 '조선' 명칭 사용
고증·자막 오류 의혹 쏟아져
'슈룹' /사진제공=tvN
'슈룹' /사진제공=tvN


《태유나의 듣보드뽀》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현장에서 듣고 본 사실을 바탕으로 드라마의 면면을 제대로 뽀개드립니다. 수많은 채널에서 쏟아지는 드라마 홍수 시대에 독자들의 눈과 귀가 되겠습니다.

tvN 토일드라마 '슈룹'이 고증 오류로 시끄럽다. 가상의 인물을 설정했지만, 엄연히 '조선'이라는 국명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도를 지나친 역사 왜곡이 불편함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 뜨거운 인기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슈룹'은 우산의 옛날 말로,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드는 중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담은 작품. 원작은 없으며 박바라 작가의 입봉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방송영상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며 인물과 지명, 단체, 사건 등은 역사적 사실과 무관한 허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조선. 가상의 인물들을 내세운다 해도 시대에 대한 철저한 고증은 필요한 법인데 '슈룹'은 이를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를 보인다.
사진=tvN '슈룹' 방송 화면.
사진=tvN '슈룹' 방송 화면.
가장 큰 논란이 된 건 중국 색채가 뭍은 오류들이다. 2회 방송서 '물건이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닌 '물귀원주'가 자막으로 나왔는데 한자 '물귀원주 物歸原主' 대신 중국어 표기법인 '물귀원주 物归原主'로 되어 있는 것이 포착된 것.

여기에 극 중 중전(김혜수 분)이 임금의 침전을 찾는 장면에서 '태화전'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는 편액이 임금의 침전에 걸린 것이 발견돼 논란이 됐다. 태화전은 청나라 당시 자금성 정전의 이름으로, 조선에서는 쓰인 적이 없는 이름이기 때문. 논란이 일자 제작진은 '물귀원주'의 표기를 수정했지만, '태화전'이 나온 장면은 삭제하지 않았다.
사진=tvN '슈룹' 방송 화면.
사진=tvN '슈룹' 방송 화면.
고증 오류는 서사에서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체통 없이 뛰어다니는 중전의 모습이야 퓨전 사극이라는 설정으로 차치한다고 해도 후궁에서 바로 대비가 되는 설정, 폐비 된 중전을 윤 왕후라 부르고 서자가 중전 소생의 대군에게 중전을 "너희 엄마"라고 표현하고, "세자 새끼"라고 발언하는 등 고증에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아들만 5명을 낳았음에도 입지가 흔들리는 중전이라는 설정 역시 억지스럽다. 적서차별이 심했던 조선에서 대군들이 다른 왕자들과 같은 곳에서 교육받고, 같이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사극이 아닌 중국 고장극 느낌을 자아낸다.
김혜수 /사진제공=tvN
김혜수 /사진제공=tvN
아무리 '퓨전 사극'이라는 방패를 들고 있다고 한들 고증의 오류를 웃으며 넘길 수는 없는 일. 그저 재밌으면 어떻게 각색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생각은 지금까지 조상들이 지켜온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SBS '조선구마사'가 중국풍 소품과 조선 건국 폄훼 등의 역사 왜곡으로 2회 만에 조기 폐지되자 '홍천기'는 조선시대 유일한 여성 화사라는 설정에서 '단왕조'라는 가상 국가로 명칭을 바꾸고 인물들의 이름도 수정했다. 역사 왜곡이 막기 위해서다.

이러한 작은 노력조차 없었던 '슈룹'. 퓨전과 왜곡이라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슈룹'의 현주소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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