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 옥자연 종영 인터뷰
"최종 승리자는 양경원? 지분은 내가 더 많아"
"바보 같다는 말 많아, 모르는 척 하느라 힘들었다"
"2달 간 프리다이빙 배워, 2m 이상 못 내려가 힘들었다"
"김혜수 너무 좋아, 톱스타인데 저렇게 사람이 좋을 수 있구나"
"서울대 출신 꼬리표? 별로 감흥 없어"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최도하(김주헌 분)에 의해 정신병원에 감금된 게 끝이 아니에요. 그 이후에 몽타주로 병원을 나와 법원에 출석해서 증언하는 모습이 나오거든요. 제가 서 교수 논문이 담긴 USB와 함께 NR포럼의 모든 비리들을 폭로했기 때문에 사건이 해결됐다는 게 너무 빨리 흘러가서 잘 모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편집된 것이 아니라 대본에서부터 몽타주로 흘러간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옥자연이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에서 연기한 현주희의 '정신병원 감금' 결말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이렇게 말헀다.

지난 17일 종영한 '빅마우스'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쳐 가는 이야기. 극중 옥자연은 최도하의 아내이자 대학병원 병원장 현주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최고 시청률 13.7%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지만 ‘빅마우스’의 결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악성림프종 말기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고미호(임윤아 분)의 허망한 죽음과 법의 심판이 아닌 사적 복수로 최도하(김주헌 분)을 죽인 박창호(이종석 분), 회수되지 못한 떡밥들로 인해 용두사미 결말이라는 말이 쏟아졌다.

옥자연 역시 "급한 감이 느껴지기는 했다. 20부작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현주희가 내면적 갈등이 많은 캐릭터인데, 작가님이 후반부에 현주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박창호(이종석 분)에게 최도하의 대포폰을 넘겨주고 너무 빠르게 끝나 아쉬웠다. 이들의 비리를 전부 폭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 현주희인데 생각보다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통쾌한 복수를 원했지만 결말은 허무했다. 박창호는 결국 조직의 우두머리가 됐고, 그간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던 공지훈(양경원 분)은 우정일보의 대표가 되는 해피엔딩을 맞았다. 이혼한 아내를 죽인 한재호(이유준 분)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에 결국 최종 승리자는 공지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상황. 이에 옥자연은 "지분은 제가 더 많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작가님이 박창호는 선인이 아니라고,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라 모두가 악한 인물이라고 했어요. 박창호도 깨끗하지 않고, 공지훈도 가만히 둬서는 안 되는데, 시즌2를 바라보는 큰 그림일 수도 있겠네요."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빅마우스'에서는 강 회장(전국환 분)의 사이코패스 아들, 지하 연구실의 정체에 대해서도 끝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옥자연 역시 병원 지하 연구실에서 비밀리에 실험이 진행되는 건 알았지만, 정확한 실험 내용에 대해서는 모른 상태로 촬영을 했다고 밝혔다.

"저는 현주희가 연구실 문을 열면 내부 장면이 있을 줄 알았죠. 그런데 뭔가는 보고는 다시 나와 연구실을 없애더라고요. 대략 짐작은 했죠. 방사능에 관련된 것일 거고, 끊임없이 죄수들을 혈액을 체취 했으니 그걸 마루타처럼 사용하지 않았을까. 정확히는 저도 몰랐습니다."

마지막까지 남편 최도하를 믿었던 현주희가 끝내 구천 시장이 된 최도하를 배신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옥자연은 "현주희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이 딛고 있는 기반이 불공정한 혜택이 많은 특권층인 걸 알고 있었지만 외면하면서 살아왔다"며 "지하 연구소를 없앤 이유는 최도하가 이 일에 연류된 걸 알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고 했던 거다. 그러나 최도하가 자신이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는 거에 배신감이 있었을 거고, 최도하의 선거 운동을 옆에서 지켜보며 죄책감을 느꼈을 것 같다. 최도하에게 열광하는 지지자들을 보며 이렇게 둬도 되는 걸까 생각했을 거고. 강 회장을 살해했다는 것까지 알고 나서야 더는 이렇게 둘 수 없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부정을 저지르면 용서할 수 있냐고 묻자 옥자연은 "웬만한 일은 눈감아줄 것 같다. 그래서 현주희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근데 최도하는 웬만하지가 않지 않나. 인간 같지가 않으니까"라며 웃었다.

"최도하가 최종 빌런인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아는데 모르는 척 연기 해야 했죠. 시청자들이 현주희보고 바보 같다고 하더라고요. 똑똑한 척하면서 남편이 하는 짓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고. 저도 그걸 모른 척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웃음)"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옥자연은 김주헌의 악역 연기를 감탄하면서 봤다. 그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오고,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한 감정의 표현을 다양하게 하는데 옆에서 봤을 때 존경스럽고 영광이었다. 정말 좋은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옥자연은 최도하와 현주희의 프리다이빙 데이트 장면을 위해 처음으로 프리다이빙을 배웠다. 그는 "프리다이빙은 최도하가 혼자서 명상하는 곳이다. 현주희는 최도하의 취미를 따라 늦게 시작하는 설정이었다. 작가님이 최도하는 거짓된 삶을 사는 인물이니까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고민을 많이 했다. 마친 김주헌 오빠가 프리다이빙 할 줄 안다고 해서 그걸로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물을 워낙 좋아해서 공포심은 생각보다 없었는데 이퀄라이징이 안되는 편이었다. 비염도 있어선지 2m 이상을 못 내려가더라. 1달 반에서 2달 정도 10번가량 수업을 받았다.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나 때문에 못 찍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는데, 다행히 촬영 전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만큼 요령을 터득해서 기뻤다"고 덧붙였다.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빅마우스'는 누가 진짜 빅마우스인지 정체를 추리하는 재미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옥자연은 "우리도 촬영 중반부까지 누가 빅마우스인지 몰랐다. 근데 작가님이 나한테 '너는 아니야'라고 했다"며 웃었다.

옥자연의 차기작은 오는 10월 첫 방송되는 tvN '슈룹'. 간택 후궁 수장 황귀인 역을 맡은 그는 "중전의 자리를 넘보는 후궁 서열 1위"라며 "내 아들을 세자로 만들어야겠다는 야심 찬 인물이다. 서열상 내가 세자빈이 됐어야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되지 못했기에 끊임없이 되찾으려고 한다"고 소개했다.

이 작품을 통해 김혜수와 호흡을 맞추는 옥자연은 "너무 좋은 사람이다. 너무 좋다. 톱스타인데도 저렇게 좋은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연기에서 내공도 느껴지고, 목소리를 굉장히 다양하게 쓴다. 나는 대적하는 상대다 보니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많이 보게 되는데 평소에는 진짜 잘 웃고 애교가 많다. 귀엽다"고 김혜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배우 옥자연./사진제공=청춘엔터테인먼트
옥자연의 이름 앞에는 '서울대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상황. 이러한 수식어에 대해 옥자연은 "별로 감흥이 없다. 내가 전라도에서 올라온 거나 똑같은 거다. 나의 역사 중에 하나"라며 "예전에는 부담도 많이 느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연기도 공부처럼 한다"는 옥자연은 전문직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소망을 드러냈다. 그는 "'빅마우스'에서도 의사였지만, 전문직으로서의 모습은 거의 없었다. 의학 드라마, 법정 드라마 같은 장르에서 전문직 여성을 연기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2022 MBC 연기대상' 수상에 대한 기대가 있냐고 묻자 옥자연은 "김주헌 오빠가 받지 않을까 싶다. 나는 시상식에 불러 주길 기대하고 있다. 수상은 안할 것 같은데 불러주면 재밌는 드레스를 입고 가고 싶다. 에쁜 것 말고 재밌는 드레스 입고 동료들이 상 받을 때 같이 기뻐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