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살림남2' 미성년자 포경수술 방송 논란
해명에 치중한 사과, 논란에 기름 부은 격
사진=KBS '살림하는 남자들2' 방송 화면.
사진=KBS '살림하는 남자들2' 방송 화면.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청소년기 올바른 성 정체성과 건전한 성 가치관 정립을 위한 올바른 성교육은 필요하지만, 그것을 예능 소재로 쓰는 데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히 교육을 넘어 수술까지 이르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KBS2 예능 '살림하는 남자들'(이하 '살림남2')은 미성년자 남학생들의 단체 포경수술 장면을 방송에 적나라하게 내보내면서도 논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걸까. 쏟아지는 비난에 고개를 숙였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는 불붙은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구구절절한 해명문에 공영방송 KBS를 향한 비난의 화살로 쏟아졌다.

논란은 지난 17일 방송으로 시작됐다. 이날 프로야구선수 출신 홍성흔은 중학생 아들 홍화철과 그의 친구들을 데리고 비뇨기과를 방문했고, 유튜버 '꽈추형'으로 알려진 비뇨의학과 전문의 홍성우는 아이들의 포경수술을 차례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상의 탈의한 채 수술대 위에 누워 있는 모습과 그대로 전파됐고, 수술 과정과 수술 후 마취가 풀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웃음거리로 쓰였다.
사진=KBS '살림하는 남자들2' 방송 화면.
사진=KBS '살림하는 남자들2' 방송 화면.
방송 후 '살림남2' 시청자 게시판에는 미성년자 포경을 예능 소재로 쓴 것이 부적절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생식기와 관련한 예민한 소재를 웃음으로 소비하는 것은 명백한 성 희화화며 미성년자 아이들에게 강압적인 설득으로 수술받게 하는 건 성희롱, 아동 학대라는 주장까지 일었다. 포경수술에 대한 인식 자체가 무조건해야 한다는 과거와 달리 스스로 장단점을 파악해 선택하는 분위기인데 15살 아이들을 데려다 놓고 장점만을 어필하는 모양새 역시 '가스라이팅'으로 보이기 충분했다.

논란이 커지자 '살림남2'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그 속에는 형식적인 사과와 함께 기나긴 해명만이 가득했다. '살림남2' 측은 "청소년기 자녀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하고자 했던 부부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가족 사이에서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쉽지 않았던 자녀의 성교육과 포경 수술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가족 모두에게 방송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달이라는 기간을 거쳐 고민과 의논을 거듭했다고 밝힌 제작진은 방송 내용 역시 본인들의 자발적인 의사 결정이었다며 "제작진의 어떠한 개입도 없었다. 부모님의 참관하에 이뤄졌으며, 출연 가족 모두 훈훈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마쳤다"고 강조했다.
'미성년 性학대를 예능소재로'…'살림남2' 진정성 없는 사과, 논란에 기름 부었다 [TEN스타필드]
그러나 미성년자 포경 수술에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 논란이 일자 '자발적인 의사 결정'이었다고 회피하기 급급하고, 훈훈한 분위기에 촬영을 마쳤다는 식의 변명은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청자들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반응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에 시청자들은 더욱 분노를 표했고, KBS 시청자 청원 센터에 올라온 '살림남 미성년 남아 포경 및 전시로 인한 성 학대 정황 사과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20일 오전 6시 기준 1877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외에도 '살림남2'의 진정성 없는 사과에 대한 청원도 잇달았다.
'살림하는 남자들' /사진제공=KBS
'살림하는 남자들' /사진제공=KBS
'살림남2'를 향한 비난은 공영방송 KBS를 향했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 수준이 인터넷 BJ보다 역겹다", "KBS 국민 방송은 옛말이다. 수신료 폐지하자", "공영방송의 역겨움, 미성년자에 대한 성인지성 감성 부족은 둘째치고, 기획 의도도 모르겠다", "대놓고 남자아이들을 성희롱하는 방송이 공영 TV 채널에서 방영된다는 게 놀랍다" 등의 거센 반응을 보였다.

지난 8월 13일 방송에서도 '살림남2'은 포경수술 찬성론을 펼쳐온 비뇨기과 전문의 홍성우가 아이들에게 포경수술의 장점만을 부각하고, 사춘기 학생들의 사적인 성생활 영역이 사생활 보호 없이 방송에서 지나치게 들춰지고, '밑에도 털', '밤에는 그 방망이' 등 수위 높은 발언이 이어지며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또다시 이런 방송을 했다는 거에 제작진이 깊은 고민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

현재 '살림남2' 측은 해당 에피소드의 VOD 서비스와 유튜브 클립 영상 등을 일시 중지한 상황. 그러나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해명에만 급급한 '살림남2'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가족들의 소통과 갈등 해결의 창구가 되는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살림남2'. 시청자들과의 소통과 갈등 해결부터가 먼저이지 않을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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