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비영어권 최초 美 에미상 '오징어게임'
감독상·남우상 등 6개 부문 수상
황동혁 감독 "'K콘텐츠 퀄리티 높다' 해외서 많이 들어"
이정재 "남우상 호명, 0.1초 사이에 '내가 맞나' 3번 생각"
이유미 "'오겜' 덕에 용기 생겨…준비된 모든 것 흡수하는 게 배우 몫"
제작사 김지연 대표 "창작자에 더 많은 기회 보장되는 환경 필요"
감독상·남우상 등 6개 부문 수상
황동혁 감독 "'K콘텐츠 퀄리티 높다' 해외서 많이 들어"
이정재 "남우상 호명, 0.1초 사이에 '내가 맞나' 3번 생각"
이유미 "'오겜' 덕에 용기 생겨…준비된 모든 것 흡수하는 게 배우 몫"
제작사 김지연 대표 "창작자에 더 많은 기회 보장되는 환경 필요"

'오징어게임'이 6개의 에미상 트로피를 들고 금의환향했다. 해외 일정으로 함께하지 못한 이정재도 영상을 통해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롤러코스터 같은 1년의 여정을 에미상 수상이라는 성과로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는 '오징어게임' 팀.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 황동혁 감독은 좋은 작품으로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16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 기념 간담회가 서울 소동공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렸다. 황동혁 감독, 제작사 싸이런픽쳐스 김지연 대표, 배우 이유미, 채경선 미술감독, 정재훈 VFX 슈퍼바이저, 심상민 무술팀장, 이태영 무술팀장, 김차이 무술팀원이 참석했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에미상 13개 부문, 총 14개 후보에 올랐으며, 감독상(황동혁), 남우주연상(이정재), 여우게스트상(이유미), 프로덕션 디자인상(채경선 외), 스턴트상(임태훈 외), 시각효과상(정재훈 외)을 수상했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TV(비영어) 부문에서 작품 공개 후 28일 동안 누적 시청량 기준 16억5045만 시간을 기록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김 대표는 "내일이면 공개한 지 1년 되는 날이다. 그걸 기념해서 이렇게 좋은 자리에 오게 될 수 있기까지 힘들고 놀랍고 기쁘고 여러 가지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 좋게 마무리해서 기쁘고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유미는 "에미에서 좋은 상을 받고 같이 이런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심상민 무술팀장은 "이렇게 좋은 자리에 참석하게 돼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며 쑥스러워했다. 이태영 무술팀장은 "스턴트를 하는 게 생계지 않나. 한 번 죽으면 못 나오는 현장이기 때문에 안 죽는 스턴트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재미있게 작품 끝내고 좋은 분들과 좋은 자리에 함께해서 무한한 영광이다. 평생 한 번 있을 것 같은 이런 자리에 함께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차이 무술팀원은 "머리가 하얘져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에미상에서 스턴트 부문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그 상을 저희가 받게 돼서 영광이다. 앞으로도 더 활발하게 안전하게 열심히 촬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우주연상으로 호명됐을 때 소감에 대해 이정재는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내 이름이 맞나 생각 들면서 순간적으로 0.1초 사이에 '맞나 아닌가' 생각이 3번은 지나간 것 같다. 여전히 얼떨떨하고 한국의 많은 동료들이 축하 문자가 와서 답장 쓰고 있는데, 조금 실감 난다. 한국 시청자들께 더더욱 감사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오징어게임'으로 드라마계에 새 역사를 쓴 이정재는 "'오징어게임'으로 많은 뉴스가 나왔고 많은 어워즈에서 상도 받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기쁜 일이자 의미는 한국 콘텐츠가 많은 세계인들과 만나고 사랑받고, 이렇게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있다는 자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 제2, 제3의 '오징어게임' 같은 콘텐츠가 계속 나와서 더 많은 한국의 훌륭한 필름 메이커들과 배우들이 세계인들과 만나는 자리가 앞으로 더 많길 바란다"고 전했다.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정재는 "'헌트' 시나리오를 쓰게 되고 연출하고 제작하면서 이제 저 역시 마찬가지로 한국 콘텐츠, 그리고 '헌트'가 많은 세계인들과 만나고 있고 더 만나야 할 거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저희 한국 영화, 드라마를 어떻게 하면 더 크게, 의미 있게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을 더 깊이 해야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희 회사 내에서 (정)우성 씨와 같이 다음 콘텐츠, 다음 작품을 어떻게 해야지 더 좋을까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당연히 좋은 캐릭터, 신선한 연기로 여러분께 선보여야 될 것이다. 제작이면 제작대로, 연출이면 연출대로,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콘텐츠를 만들까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감독은 OTT라는 플랫폼이 K콘텐츠의 글로벌 확장에 기여한 바에 대해 언급했다. 황 감독은 "처음엔 극장용 영화로 생각했다가 포기했는데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못 했을 거다. 플랫폼의 탄생이 '오징어게임'을 만들 수 있는 계기는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 시리즈를 봤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세상이 바뀌었구나' 느꼈다. 에전처럼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이 찾아왔다는 걸 센 충격으로 느꼈다. 저도 1년 전에서야 체감했던 변화고, 그런 것을 증명하는데 전 세계인들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오징어게임'의 신드롬 같은 전 세계 확산이 쇼킹한 일이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렇게 변화된 환경에서 나아갈 것인가, 서로 피해보지 않으면서 잘 할 수 있는가가 활성화되고 시작되는 것 같다"고 봤다. 또한 "제도적으로 K콘텐츠를 육성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너무 중요한 요소기도 하지만 ''K무엇'을 만들자'라고 의도를 가지고 하면 오히려 안 되는 걸 봤다. 작가나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인내심을 주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나 유무형의 자본들을 투자해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제도, 환경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전까지는 한국어로 된 콘텐츠를 누가 보느냐 했을 때 한국에 살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들만 봤다면 이제는 전 세계로 나가는 통로가 있다. 그 통로를 통해 (해외에서도) 이해도가 높아진다. 그런 것들도 큰 몫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보다 중요한 건, 한국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재능이나 창작자들의 창의성이 단연코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부했다.

이 무술팀장은 "300명 내외로 스턴트하는 사람들이 소속된 노조집단이 있다. 수 대비해서 저희는 세계적으로 퀄리티가 높다고 자부한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운동했지만 해외 선수들에 한국 선수들이 뒤지지 않는다. 어디 내놔도 지지 않는 강인함을 가지고 있다. 저는 그게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인의 강인함이 K콘텐츠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결 중 하나로 꼽았다. 또한 " 피, 땀 흘려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이는 곳에서, 누군가의 대역을 하든 여기 계신 서브 스태프들을 응원해주듯 저희도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더 나은 창작물을 위해 필요한 개선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VFX 슈퍼바이저는 "VFX는 컴퓨터가 그리는 거라고 흔히들 생각하시지만 컴퓨터는 도구일 뿐이다. 이 일은 아티스트들의 역량이 필요하고, 기술집약적이지만 노동집약적이기도 하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고생하면서 작업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AI 등 기술 발달로 인해 인력이 투입되는 부분이 돈이 되는 게임 쪽이다. VFX 쪽으로는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런 쪽 개발이 더디게 되고 있다. 스태프들한테도 지자체나 국가에서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고 고급 인력들이 들어와서 할리우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 됐으면 한다.
이유미는 배우로서 "저희는 세트장과 미술 등 모든 것들이 완성된 곳에 서다보니까 가장 날 것의 느낌을 받고 흡수하는 게 저희 몫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우를 대표해서 말을 하는 게 어렵긴 하다. '오징어게임' 덕분에 뭔가 생긴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배우로서 좀 더 다양한 길을 갈 수 있겠다, 좀 더 용기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당초 다른 영화를 먼저 하겠다고 했던 황 감독은 "시즌 사이가 벌어지면 좀 그럴 것 같기도 하고, 그 사이에 정재 씨를 비롯한 배우들이 확 늙어버릴 수도 있어서 빨리 해야겠다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그 다음에는 영화를 해볼까 싶은데 아직 먼 얘기처럼 느껴진다. '오징어게임'을 다 쓰고 찍고…. 상상만 해도 이가 흔들리고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다. 아직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하고 있다. '오징어게임'부터 잘하자 생각하고 있다"며 웃었다.
시즌2 부담감에 대해서는 "부담은 때론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오히려 부담감을 느끼려고 한다. 수상 소감 때도 '마지막 에미가 아니길 바란다'고 했는데 그게 스스로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시즌2에서 선보일 게임도 다 만들어졌냐고 하자 "게임은 다 만들었는데 대본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죄송하게도 공개는 불가능하다. 그걸 알면 재미가 없다. 어디서 흘러들었다고 해도 기사로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 알면 재미없다. '오징어게임'은 참가자 입장에서 내가 무슨 게임을 할지 모르고 닥치는 보는 긴장감이 재밌기 때문에, 제가 술자리에서 실수로 떠들더라도 제 입을 막아달라. 부탁드린다"며 재치 있게 답했다. 그러면서 "문자 답장 안 해도 이해해달라. 저도 많은 인터뷰를 하고 싶지만 한참 글을 쓰다가 갔고, 리듬이 다 깨졌다. 빨리 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매진해야 한다. 기다려주시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예고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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