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넷추리》
한국·아시아 최초 에미상 이정재·이유미·황동혁 감독
이정재, 청춘스타→글로벌 연기자
황동혁 감독 "'오겜2'로 작품상 받고파"
이유미, '비행 청소년' 의심되는 실감나는 연기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배우 이유미, 이정재, 황동혁 감독. / 사진제공=에미상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배우 이유미, 이정재, 황동혁 감독. / 사진제공=에미상


《김지원의 넷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언어가 아닌 눈빛과 몸짓, 감정으로 통했다. 넷플릭스 시리즈인 K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다. 배우 이정재와 황동혁 감독, 그리고 배우 이유미까지 이들은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에미상에서 트로피를 받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 4일과 13일, 미국TV예술과학아카데미가 주관하는 에미상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극장에서 열렸다. '미국' 시상식에서 '비영어'로 된 작품이 주요 부문인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가져간 것은 역사적인 일. 조단역으로 나온 이유미 역시 여우게스트상을 수상했다. '오징어 게임' 글로벌 팬들은 또 한 번 환호했다.

이정재는 1990년대 청춘스타로 시작해 30년간 다양한 배역에 도전하며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이제 그의 활동 범위는 한국,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가 됐다. 이정재는 미국 최대 규모 엔터테인먼트 및 스포츠 에이전시 CAA와 계약한 데 이어 디즈니+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인공 자리까지 꿰찼다.

훤칠한 비주얼의 청춘스타로 큰 인기를 누렸던 이정재는 '오징어게임'에서는 기존과 완전히 달리 찌질하고 허름한 인물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오징어게임'의 명장면 중 하나인 달고나를 핥는 장면에서는 인간의 비참한 모습을 리얼하게 표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간담회에서 이정재는 연기는 언어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여기 와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비영어권 콘텐츠로 어떻게 그렇게 많은 관객에게 사랑 받았느냐였다. 이런 시상식 기간에는 비영어권 연기로 주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였다. 이 상을 받고 또 그런 질문을 받았다. 연기자는 언어만이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표현하기에 언어가 다르다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오징어게임' 성기훈을 통해서 증명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 주역들. / 사진제공=에미상
에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오징어 게임' 주역들. / 사진제공=에미상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돼 무대에 오른 황동혁 감독은 "사람들은 나에게 역사를 만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역사를 혼자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즌2를 준비 중인 황 감독은 "내가 에미상의 열었다"며 "비영어 시리즈의 에미상 수상이 내가 마지막이지 아니길 바란다. 시즌2로 만나자"며 재치 있는 소감으로 박수를 받았다. 시상식 후 열린 현지 간담회에서 황 감독은 "시즌2로 돌아온다면 작품상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황동혁 감독은 2007년 '마이 파더'로 장편 데뷔를 했으며, 대표작으로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이 꼽힌다. 동명 소설 원작인 '도가니'로는 청각장애인 교육시설에서 벌어진 아동 학대, 성폭행 피해 실화를 다뤄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당시 한국에서 보기 드물었던 '사회 고발 영화'를 선보였다는 점과 흥행까지 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866만 명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 '수상한 그녀'로는 잔잔하고 유머러스한 연출을 선보였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절박한 상황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인간의 처절함을 실감나게 연출해냈다.
'오징어 게임'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유미는 '오징어 게임'에서 어두운 사연을 지닌 지영의 상처와 아픔을 깊이 있게 담아내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새벽(정호연 분)과 감정을 교류하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벼락스타'가 된 것 같은 이유미지만 연기 경력이 13년이나 되는 실력파다. 2009년 중학교 3학년 때 건전지 CF로 데뷔해 단역, 조연을 맡으며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맑고 발랄한 외모와 대비되는 폭력성, 수위 있는 작품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는 위기 속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이기적인 '세미 빌런' 이나연으로 분해 악에 받친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12일 방송을 시작한 tvN '멘탈코치 제갈길'에서는 주인공을 맡으며 '주연 궤도'에 진입했음을 입증했다.

한국 최초, 아시아 최초의 에미상이라는 기록을 세운 세 사람. 이들의 인상 깊은 연기와 연출이 돋보였던 작품들을 살펴봤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 티빙, 웨이브, 왓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마지막 청부살인 미션 때문에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인남(황정민 분)과 그를 쫓는 무자비한 추격자 레이(이정재 분)의 처절한 추격과 사투를 그린 하드보일드 추격액션. 이정재는 '암살', '관상', '도둑들'에 또 한 번 악역을 맡은 영화를 흥행시켰다.

이정재는 집요하고 무자비한 킬러 레이로 분해 강렬하고 잔혹한 연기를 펼쳤다. 행적이나 직업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마성의 빌런 캐릭터. 이정재는 섬뜩함이 느껴지는 눈빛과 존재감을 드러내는 타투, 세련된 착장 등의 내외적으로 모두 스타일리시한 악역 캐릭터를 완성했다.

레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레이'(가제)도 제작된다. 킬러 레이의 탄생부터 그의 타깃이 된 또 다른 빌런들과 대결이 담긴다. '남한산성'(2017) | 티빙, 웨이브, 왓챠
 '집요한' 이정재·'10대에 임신→가출' 이유미…한국 최초 에미상 바탕 된 '과거 경력'[TEN스타필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남한산성'은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치열한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황 감독은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섬세한 묘사로 생동감 있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또한 흔들리는 조선의 운명 앞에 다른 방식으로 나라를 지키려는 두 신하의 대립,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는 민초들의 삶을 담아 관객들을 울컥하게 했다.

'남한산성'의 제작사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싸이런픽쳐스. 이 제작사의 김지연 대표가 김훈 작가의 딸이라는 연관성도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어른들은 몰라요'(2021)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어른들은 몰라요' 포스터 /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어른들은 몰라요' 포스터 / 사진제공=리틀빅픽쳐스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에서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 분)과 함께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가출팸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박화영' 속 발칙한 조연 캐릭터였던 세진을 주인공으로 했다. 세진의 이야기를 담은 스핀오프격인 셈. 이유미는 '박화영'에 이어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세진으로 분해 강렬한 연기로 영화를 이끌며 세계관을 확장했다.

이유미는 비행 청소년 생활을 했나 싶을 만큼 캐릭터에 동화된 몰입력을 보여준다. 초점 없는 눈동자부터 무례한 말투까지 세진 그 자체가 됐다. 파격적인 연기는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제30회 부일영화상, 제58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등 신인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를 이끌 차세대 재목으로 눈도장 찍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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