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박은빈 종영 인터뷰
"'우영우' 신드롬급 인기, 신나거나 들뜨지 않아"
"매일 시험보는 기분, 고시 공부하듯 대사 외웠죠"
"부담감 컸던 '우영우',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부터 '연모', '우영우'까지 내내 코로나 시국이었어요. 배우가 아파서 촬영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는 것이 나로 인해 야기되고 싶지는 않았죠. 특히 '우영우'는 제 분량이 워낙 많다보니 제가 촬영을 못하게 되면 다른 분들로 대체할 수 있는 촬영이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더 조심했죠. 촬영팀에서도 우영우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저를 위험으로부터 적절하게 격리 시켜줘서 아직 한 번도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잘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8일 종영한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천재 신입 변호사 우영우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은빈이 촬영 내내 배우들과 같이 밥을 먹지 않고 차에서 도시락을 먹었다는 것에 대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건강에 유독 예민한 편은 아니다. 내가 액티비티도 꺼리고 엄청 건강을 조심한다는 식으로 나가기도 했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박은빈 분)가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하며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하는 대형 로펌 생존기를 담은 작품.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배가본드', '자이언트' 등을 연출한 유인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영화 '증인'의 문지원 작가가 집필을 맡았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는 그야말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달 29일 0.9%로 처음 방송된 이후 9회 만에 15% 돌파라는 비약적인 시청률 상승 폭을 그렸고, 7주 연속 TV 화제성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박은빈 역시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이러한 인기에 대해 박은빈은 "처음 매체에서 신드롬급 인기라고 이름 붙여주실 때만 해도 얼떨떨한 심정이었다. 오히려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니 들뜨지도 않고 신나지도 않았다. 관찰자적 입장으로 관망하게 되더라.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본을 봤을 때부터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배우로서는 해내기 어려운 역할이겠다 싶어 많은 것이 두려웠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몇 번의 고사 끝에 출연을 결정한 박은빈. 그는 "내가 잘나서 거절한 게 아니라 이 좋은 작품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없었던 것"이라며 "우영우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어떤 소리와 어떤 행동을 보여줄 수 있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서 두려움을 가졌던 것 같다. 작가님 감독님이 나를 믿어주는 힘이 커서 그분들의 믿음에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과 도전해보고 싶은 모험 섞인 마음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캐릭터인 만큼 많은 구현하는 데 있어 많은 고민을 했다. 박은빈은 "장애라는 증상을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방어적으로 연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어적으로 접근하면 내가 인물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간과하게 될까 봐 우영우 세계관 안에서만큼은 캐릭터가 마음껏 표현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접근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표현의 정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도 고민이 많았다. 특히 초반에는 우영우에 대해 이상하다는 인상을 보이면서도 이상하지 않게 일을 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나중에 더는 이상하게 보지 않는 시선들을 어떻게 조율할까가 굉장히 어려운 과제였다. 이상하면서도 이상하지 않은 부분들을 어느 정도로 표현할 것인가 심사숙고했다"라고 덧붙였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박은빈은 우영우를 연기하기보다 우영우의 진심을 파악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며 "진정성에서만큼은 결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가볍지 않게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매 작품 '생각노트'를 작성하는 박은빈. '우영우' 생각노트에는 어떠한 것들이 쓰여있을까.

"초반에는 감독님, 작가님이 나를 왜 우영우로 생각했는지, 다른 배우는 생각 안 했는지, 캐릭터와 작품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이 적혀 있어요. 우영우 증상의 정도에 대해 고민한 흔적도 있네요. 연기한다는 게 괜찮은 건지도 모르겠다고도 쓰여 있습니다. 연기로 따라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 건지, 누군가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는 건 아닌지, 희화화됐다고 느낄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문제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겠다는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살인적인 대사량을 소화해낸 고충도 털어놨다. 박은빈은 "대사를 못 외우는 편은 아닌데 매일 대사가 많았다. 외워서 차분하게 이야기하는 정도가 아니라 속사포로 내뱉는 경우가 많았고, 발음이 어눌하면 전달이 안 되니까 정확한 정보전달을 해드려야 했다"며 "내가 우영우처럼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 않다 보니 힘들더라. 우영우는 대사량에 익숙해지는 게 첫 번째 숙제였다. 외우는 것도 습관이라 내성을 들이는데 시간이 들었다. 7개월간은 매일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법조문 내용들은 어렵고 한 번에 이해가 어려운 끊어 읽기들이 많아서 나중에는 고시 공부한다고 생각하고 긴 A4용지에 구절대로 써가며 통으로 외웠다"며 "매일 대사가 많으니 미리 외울 수 없는 점이 항상 힘에 부쳤다. 더 신경 쓰이는 대사라고 해서 일주일 전에 미리 외울 수가 없고, 그때그때 많은 양을 외워야 하는 게 어려운 작업이었다. 쉬는 날에도 마음에 짐이 가득했던 7개월이었다"고 덧붙였다.

"연기에는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영우'의 정답도 잘 모르겠고요.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여드린 이 대답이 최선의 정답이길 바랄 뿐입니다. 혼신의 힘을 다한 건 사실이에요. 좋은 분들을 만나 행복했고 성취감도 얻었지만, 개인적으로 부담이 가장 컸던 작업이었거든요. 내부적, 외부적으로 피로도 많이 쌓였었고요. 끝까지 잘 해내자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다시 돌아간다면 안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요."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의 착장도 많은 고민 끝에 완성됐다. 박은빈은 " 의상은 까끌까끌하지 않은 소재를 입었다. 핏은 사람을 옥죄지 않는, 라벨이 붙은 옷 같지 않은 편리성에 초점을 맞췄다"며 "그래서 타이트 핏보다는 펑퍼짐한 옷을 입게 됐고, 바지보다는 치마가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우한테 편한 게 무엇일까 생각하니 그런 의상을 입게 됐는데, 생각보다 옷을 꽤 많이 갈아입었다. 비슷한 스타일이지만 영우 의상으로 100벌 이상 입었다. 헤어스타일은 감독님, 작가님과 제 의견 모두를 수렴해 완성했다"고 밝혔다.

'우당탕탕' 우영우 별명 대신 지어주고 싶은 별명이 있냐고 묻자 박은빈은 "나는 우당탕탕 우영우라는 별명을 좋아한다. 우당탕탕이라는게 그저 현상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우당탕탕 소란을 일으켜서라도 현 상황을 전복시키겠다는 의미가 될 수 있으니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이준호(강태오 분)와의 로맨스는 투명하고 무해한 느낌으로 보이고자 했다고. 박은빈은 "준호가 너무나 완벽한 면모를 가지고 있기에 영우한테 잘해주는 모습이 나중에 반전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보다 그저 둘의 모습이 예뻐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우영우'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우영우' 시즌2 제작을 긍정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박은빈은 "정식으로 제안받은 바는 없다.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했다"며 "시즌2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다면 어려운 문제긴 하다. 사랑을 받은 만큼 기대치와 바라는 게 더 많아질 텐데, 과연 그 이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 현재로서는 어느 것도 확언을 드릴 수 없을 것 같다. 뿌듯함으로 끝난 영우의 모습 그대로 보물상자에 넣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긴 하다. 보물상자를 다시 열어보라고 한다면 처음 영우를 마주하기로 했을 때 보다 훨씬 큰 결심이 필요할 것 같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우영우' 박은빈./사진제공=나무엑터스
어느덧 27년 차 배우가 된 박은빈. 그는 "서른 살이 넘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난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아직 못 정했어요. 촬영을 마치고 아직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지 못해서 검토 자체를 못 하고 있거든요. '우영우' 다음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지에 대한 큰 고민은 없어요. 다음에도 역시나 내 마음을 두드리는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